[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 논의에 반발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당은 20대 국회 정치개혁 논의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자유한국당 지도부. (연합뉴스)

지난 18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고위 공직자수사처 설치 문제 등 굉장히 중요한 사법개혁안, 상법 개정안처럼 민생개혁에 꼭 필요한 법안을 선거제 개혁안과 묶어 3월 안에라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며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거부해도 선거제 개혁안과 사법개혁안 등이 처리될 수 있도록 4당 공조체제라도 갖췄으면 좋겠다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께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19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해온 야3당 지도부가 조찬회동을 열고 선거제도 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논의를 진행했다. 같은 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면 법안처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 추진 소식에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제마저 패스트트랙을 태우겠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사실상 제1야당을 무시하는 걸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면 민주주의를 안 하고 좌파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모든 국정을 '올스톱'하고 전면전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반발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지금 일방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개혁을 발목 잡아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게 도대체 누구냐"며 "(한국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당은 20대 국회에서 헌정특위, 정개특위 등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이 다뤄지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들의 명확한 당론을 내놓은 적이 없다. 20대 국회 출범 만 3년이 다 돼가고, 햇수로 4년째다.

사실 선거제도는 국회의원 선거의 룰을 정하는 문제인 만큼, 국회 구성원 전체의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지정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당의 이러한 태도는 여야 5당 합의에도 어긋난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1월 말 합의는 커녕, 자신들의 입장조차 내지 않았다.

선거구획정 법정시한 문제도 있다. 선거구획정 법정시한 다음달 15일까지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한국당을 제외한 국회 안팎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선거구획정은 선거법 개정 여부 이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논의가 지체되면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당은 지난달 시작한 국회 보이콧까지 29일째 해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의 보이콧 탓에 국회는 북미정상회담 등 외교적 과제에 대한 논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 사법개혁 논의, 각종 산적한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당의 선거제도 '태업'과 '국회 보이콧'으로 인해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과 선거구 획정이 요원한 셈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한국당이 1월 말이란 합의시한을 합의한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안조차 내지 않았다"며 "한국당이 선거의 룰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 안도 내지 않아 다른 정당들이 자신들 때문에 패스트트랙까지 논의하는 것인데, 여기에 의원총사퇴를 거론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 공동대표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한국당이 각종 민생법안, 개혁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세금만 축내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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