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이 28일째 이어지면서 선거제도 개혁, 사법개혁, 각종 민생법안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보이콧 장기화되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다만 민주당과 야3당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 내용에 차이가 있어 단일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을 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1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개혁특위나 사법개혁특위 이런 곳에서 이뤄지는 논의들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당과 야3당은 대체로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며 "개혁특위는 합의처리가 기본이기에 합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점에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고위 공직자수사처 설치 문제 등 굉장히 중요한 사법개혁안, 상법 개정안처럼 민생개혁에 꼭 필요한 법안을 선거제 개혁안과 묶어 3월 안에라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며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거부해도 선거제 개혁안과 사법개혁안 등이 처리될 수 있도록 4당 공조 체제라도 갖췄으면 좋겠다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께 말씀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오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가 모여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야3당 지도부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상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자유한국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제마저 패스트트랙을 태우겠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사실상 제1야당을 무시하는 걸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의원직 총사퇴'까지 언급했다. 정 의장은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면 민주주의를 안 하고 좌파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모든 국정을 '올스톱'하고 전면전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논의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한 단일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과 야3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간극이 워낙 크다.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수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승자독식형 제도로 양당제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의회에 반영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힌다.

반면 민주당은 '준연동형'을 주장하고 있다. 비례대표의 절반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절반은 현행 병립형 정당투표로 정하자는 취지다. 19일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독일처럼 하는 방식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면서도 "단일안은 여야 4당이 모여 협상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일단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이라는 특단의 것을 하겠다는 것을 하겠다고 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여러 안들에 대한 조율은 이후에 같이 만나서 해야 할 듯하다. 단일안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 4당이 단일안을 당장 도출하기 어려운 만큼, 시민사회에서는 일단 협상을 통해 근접한 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고 추후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야3당과 민주당의 간극이 있지만, 패스트트랙을 일단 태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 공동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돼도 추가 협상을 할 시간이 있기 때문에, 추가 협상을 하고 협상된 안을 최종 본회의 표결에 부치면 된다"며 "간극을 최대한 좁히되 100% 단일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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