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 당론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의원정수 확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모두 반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 안이 나오자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개편을 꺼내들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해온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한목소리로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300석 유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실상 거부

21일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도 개혁안 당론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300석 의석을 늘리지 않고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으로 의석수를 조정했다. 국민이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22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부터),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종민 의원(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이 국회 원내대책회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또한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복수안으로 제시했다. 의석 배분을 절반만 정당 득표율에 연동하는 준연동제, 지역구 정당 득표율을 합산해 배분 기준으로 삼는 복합연동제, 비례대표 의석 차감 또는 보상 방식의 보정연동제다. 의석배분을 100% 정당 득표율에 연동하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비례성을 낮춘 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현행 47석에서 100석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협상안은 우리 당이 줄곧 강조해왔던 '국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선거제 개편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의원정수 확대' 대신,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식으로 국민적인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협상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의 협상안 마련으로 선거제 개편 논의에 탄력이 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선거제도 개혁에 개헌 더해

민주당이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낸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개헌 문제를 더했다. 22일 오전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어제 절충형 선거구제 개편안을 제시한 걸로 알고 있다"며 "한국당은 의원정수가 늘지 않는 한도에서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당은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민주당 안에 동의한다"며 "그런데 민주당의 53석 지역구 줄이겠다는데 과연 소선거구제로 가능한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한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건 실질적으로 지난번 합의안에도 명시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 도입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제도의 정합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인 총리추천제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을 묻고 싶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고 국회 총리추천제를 받으면 그 다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답하면 거기에 맞춰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개편안은 '가짜 연동형'"…"한국당은 당론조차 없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편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22일 오전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 5명의 원내대표 합의안에서 대단히 후퇴되고 왜곡된 내용으로 돼 있다"며 "한 마디로 무늬만 연동형이다. '가짜 연동형'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촉구 집회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참석자들이 기득권 양당을 규탄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서 전체 의석수가 연동되도록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단히 왜곡해 소위 '보전형', '준연동형', '복합형'이라고 하는 이상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무시한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특히 200석으로 지역구 의석을 53석이나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지역구 의석을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안은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과연 지역구를 한 석도 줄이기가 어렵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온 자유한국당의 수용성을 고려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권고안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면, 그 취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에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며 "한국당이 당론을 모으지 못했다면 2015년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권고안을 모델로 해서라도 조속한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중앙선관위의 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 나온 권고안"이라며 "한국당이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두고 문제 삼을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가짜 연동형'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우리가 지역구에서 후보자들이 많이 당성될 테니까 거기에 던진 표수만큼도 비례해서 의석을 배분하자는 가짜 연동제"라며 "이것은 10년 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대표는 "자기 이해관계, 최대한 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 그런 방안을 짜낸 것 같은데, 민주주의도 무슨 앞에 형용사가 붙으면 한국형 민주주의라든지 이렇게 되기 때문에 가짜"라며 "무슨 복합형이니 고정형이니, 이런 이상한 형용사를 붙였는데, 이것은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대표는 "1월 안에 합의안을 타결하겠다는 것이 대국민 약속이었는데, 지금은 각 당이 중구난방인 셈"이라며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금 생각이 없어보인다. 연동제는 개헌하고 연계해야 한다는 둥 이제 좀 미온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사실은 집권여당이 개혁의 선두에 서야 하는데 그냥 꽁무니만 따라오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야3당이 하니까 마지 못해서 욕먹지 않기 위해서 안을 만들긴 하는데 그 안이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면피용 안이다. 체면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비례대표 배분에 있어 민주당이 제시한 세 가지 방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원칙을 비껴가는 안"이라며 "민주당이 과감하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 취지에 합당한 안을 만들지 못한 데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야당의 수용성을 고려해서 책임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이를 통해 국회 개혁의지를 구체화하기 바란다"며 "지난 여야 5당 합의문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원칙'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민주당까지 개정안을 발표함으로써 한국당만 선거법 개정안이 없는 상태가 됐다"며 "심각한 직무유기이며, 5당 원내대표의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민주당의 개정안에 대해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협상용 안이자, 면피용 꼼수'라고 비판했지만, 한국당이 할 말은 아니다. 한국당에는 이조차도 없는 실정"이라며 "한국당이 하루 빨리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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