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주체적 여성과 (여자)아이들요즘 여성 아이돌 노래 가사의 공통점은 화자의 주체성이다. 현재 존재감을 치켜들고 있는 주요 신인 그룹 가사를 둘러보면, 각각의 정체성에 따라 세부 주제 의식은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세상에 대한 능동적 태도가 꿈틀거린다. 자의식적이고 자기 과시적이며, 상승 지향적이고 투쟁적인 태도다. 그들은 메타버스 세계의 여전사(에스파)이며, 정상으로 향하는 불굴의 도전자(르세라핌)이고, 자기애에 도취한 하이틴 셀럽(아이브)이다. 이것은 주체적 여성상이라 부를 수 있지만, 화자가 여성이란 배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기업처럼 움직이는 프로페셔널한 킬러들의 세계가 배경으로 쓰이지만 은 이 아니다. 배신자들에게 복수하는 킬러의 여정이 그려지지만, 은 이 아니다.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과 을 참고했다고 말했고, 최고 수준의 액션을 기대했다면 어쩔 수 없이 실망할 부분이 없다고까지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노선의 영화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건 온당치 않다. 에서 정치를 테마로 정치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김운범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피프티 피프티(이하 피프티)의 노래 ‘CUPID’가 어떻게 케이팝 역사상 데뷔 후 최단기간에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올랐는지는 많이 이야기되었다. 소식이 들린 지 2주가 넘었고, 한국에서도 완전히 무명이었던 이 중소 기획사 걸그룹이 기적을 일군 원인과 비밀을 캐묻는 글은 넘치도록 나왔다. 대부분 타당하게 들린다. 듣기 편한 노래와 감미로운 음색, 잘 만든 노래의 힘, 틱톡 BGM으로 유행하며 얻은 홍보 효과 등이 거론됐다. 피프티가 현재진행형으로 쓰고 있는 각종 기록들도 이런저런 기사에 정리돼 있어 말을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드라마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흔하다. 일일드라마에서 주중 미니 시리즈, 주말드라마 그리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죽음 관련 소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음은 그렇게 단순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삶의 한 단면을 표현하는 일에 있어 죽음만큼 극단적이고 강렬하면서도 효과적인 설정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단지 살인 장면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드라마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에서 다뤄지는 죽음에 보다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요청할 필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도둑맞은 가난’은 고 박완서 작가의 단편 소설이다. ‘가난을 도둑맞았다’는 표현은 소설 제목을 떠나 종종 쓰이는 관용어가 됐다. 가난은 물질적으로 가지지 못한 결핍의 상태다. 사람들은 대체로 무엇이든 가지고 싶어 하지, 가지지 못한 상태를 바라지 않는다. 가난을 도둑맞았다는 말에선 마치 가난이 도둑질의 대상이 되는 재화처럼 쓰여 있다. 가지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 타인이 가진 무언가처럼 표현된 것이다. 가난은 내가 아닌 타인의 것일 때 훔칠만한 가치가 생긴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연민과 구호를 요청하는 도덕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버트 파벨만(폴 다노), 미치 파벨만(미셸 윌리엄스) 부부는 어린 아들인 새미를 극장에 데려간다. 태어나 처음 찾은 극장이 두려운 새미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빠인 버트는 초당 24프레임의 잔상이 뇌에 남기는 과학적 원리로 영화를 설명한다. 반면 엄마인 미치는 ‘영원히 잊히지 않는 꿈’이 될 거라며 달랜다.그렇게 입장한 극장에서는 세실 B. 드밀 감독의 가 상영됐고 기차가 충돌하는 장면에 새미는 큰 충격을 받는다. 곧 돌아온 하누카 때 새미는 모형 기차를 사달라고 버트와 미치에게 조르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걸그룹 뉴진스의 한 ‘홈마’가 활동을 그만둔 것이 화제가 됐다. ‘홈마’는 ‘홈 마스터’의 줄임말이다. 공연장과 방송 출퇴근길, 각종 이벤트 등 오프라인 현장에 나타나 아이돌 사진을 찍는 이들을 뜻하고, 주로 그룹 내 멤버 개인의 팬으로 활동한다. 저 ‘홈마’는 입장문을 써서 뉴진스 소속사가 자신과 같은 ‘홈마’들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플래시를 쏘고, 공연장에서 다른 관객을 방해하지 않았는데도 직원이 개입하고, 행인들이 사진을 찍는 건 막지 않으면서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주 BTS 멤버 RM이 스페인 언론 엘 파이스와 가진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케이팝 시스템의 비인간성과 한국 문화의 특성에 관한 질문에 RM은 일정 부분 수긍하면서도, 그런 점들 때문에 케이팝의 퀄리티가 특별하며 한국은 70년 전 아무것도 없었지만 국민들 노력으로 발전했다고 답했다. 그런 후 식민지를 두며 부강해진 서구 국가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 되물었다. 한 일간지 칼럼에선 이 인터뷰를 향한 언론과 지식인들의 찬사에 이의가 제기됐다(‘‘그쪽이야말로주의’를 넘어서’, 한겨레). RM의 대답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뉴진스의 ‘Ditto’ 뮤비에는 뉴진스 팬을 표상하는 반희수란 인물이 등장한다. 반희수는 교정을 거닐며 뉴진스 멤버들을 캠코더에 담고 틀어 보기도 하며 현실인 듯 환상인 듯 멤버들과 친밀한 교감을 나눈다. 영화평론가 김병규의 지적대로 반희수는 기록자이자 회고의 주체이며 다양한 정체성으로 소묘되어 있지만(‘반희수는 어디에 남아 있을까’, 씨네21), 반희수는 오늘날 케이팝 팬덤의 자화상을 담기엔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이고 지나치게 통념적이다. MV를 처음 볼 때 다소 놀랐을 정도로 반희수엔 케이팝 ‘오타쿠’에 대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문을 닫는 영화가 많을까, 문을 여는 영화가 많을까. 문을 닫는 영화는 대체로 부정한 외부인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기 위함이 많다. 에서 아이언맨은 치타우리의 침공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우주로 날아가 핵폭탄을 터트리며 로키가 연 차원문을 닫았다. 문을 여는 영화들은 부조리하거나 억압적인 현재에서 벗어나는 플롯이 많다. 에서 트루먼은 위장된 인생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쇼에서 탈출한다. 두 가지 중 어떤 영화가 더 많은지 셀 수는 없다. 하지만 공통점은 찾을 수 있다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자율규제란 보통 타율규제에서 피규제자라 할 수 있는 개인, 기업, 업계 등이 규제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타율규제의 부적당성을 극복하고 효율성을 회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업계가 준수해야 할 행동강령을 스스로 제정하고 위반행위를 점검하는 방식을 취한다. 자율규제는 사회 여러 부문에서 타율규제의 보완책으로 빈번하게 언급된다. 그 목적은 어떤 규제의 틀을 해체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행위자를 바꾸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탈규제 혹은 비규제와는 구분된다 하겠다.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SM과 SM을 인수하려는 하이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계관’이란 개념이다. SM이 엑소와 에스파를 통해 세계관 개념을 급진적으로 제시했다면, BTS 역시 BU(BTS Universe)라 불리는 세계관과 분리해서 말할 수 없다. 이는 BTS와 ARMY라는 글로벌 팬덤의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케이팝에서 세계관은 개별 회사와 그룹의 기획 노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성급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를 감추지 않는다면, 세계관 도입은 케이팝 역사의 한 전환점 같은 페이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미디어와 광고는 뗄 수 없는 관계다. 광고는 광고주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브랜드 등에 관한 정보를 수용자에게 전달하여 구매활동을 유발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광고주에게는 제품판매 및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수용자에게는 정보전달 및 구매촉진 채널로 기능해, 소비수요를 진작하고 내수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광고주를 수용자와 연결하는 매개체는 미디어이다. 미디어는 콘텐츠에 대한 수용자의 관심을 구매하는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는다. 특히 콘텐츠 이용에 대한 별도의 요금을 받지 않는 미디어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네이버 영화 소개 중에서)어떤 배우는 영화의 미장센이자 몽타주가 된다. 은 브렌든 프레이저의 영화다. , 시리즈를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했지만, 영화계 유력인사의 성추행으로 인한 충격, 이혼 등으로 10여 년간 커리어가 정체된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배우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이 눈덩이처럼 굴러간다. 이번 주엔 프로포폴, 대마에 더해 코카인과 케타민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혀졌다. 유아인 스캔들은 언론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이 보도되는 양상과 맞물려 가십에 불이 붙었다. 프로포폴과 대마 복용 사실이 쟁점이 된 와중, “제3의 마약”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수수께끼 같은 키워드가 던져졌다. 이것이 일종의 ‘티저 이미지’로 발표되면서 사람들 호기심을 달구었고, 코카인 양성 반응 단독 보도가 뜨며 클라이맥스가 연출됐다.유아인처럼 코카인 같은 경성 마약을 포함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SM 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이전투구가 갈수록 볼만하다. 두 회사의 지분 인수 경쟁에 대한 관측은 경제신문에서 읽기를 권한다. 여기선 케이팝 산업의 행간에서 일련의 상황을 짚어보려 한다.현 상황에선 두 가지 구도가 눈에 띈다. 하나는 이 싸움의 전선이 SM 대주주이자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을 중심으로 그어졌다는 것이고, 하나는 카카오는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SM과 하이브의 대결처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싸움은 SM 임원들이 지난 1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먼트가 요구한 지배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타노스에게서 지구를 구한 앤트맨(폴 러드). 이전에 해고된 배스킨라빈스에서 이 세기의 우수사원상을 받고, 자서전까지 집필한 스캇은 유명 인사가 됐다. 행복한 삶을 살던 어느 날, 스캇은 딸 캐시가 유치장에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노숙자를 도와 경찰을 골탕 먹였다는 것. 스캇은 캐시에게 평범한 삶을 살라고 당부하지만 캐시는 영웅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한편 캐시는 스캇 모르게 양자 영역을 연구하고 양자 영역을 스캔하는 지도를 만들게 되는데…(이하 앤트맨3)의 현재 로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르세라핌이 일본 데뷔 싱글 ‘FEARLESS(Japanese ver.)’로 거둔 성적은 특별하다. 초동(발매 후 첫 일주일 음반 판매량) 음반 판매 222,286장이고, 이는 역대 케이팝 걸그룹 일본 데뷔 초동 신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르세라핌 멤버 사쿠라와 김채원이 속했던 아이즈원이 가지고 있었다. 르세라핌의 기록은 6년 전 트와이스, 4년 전 아이즈원에 이어 일본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걸그룹이 나타났음을 가리킨다.이런 성적을 거둔 동력은 무엇일까. 아이즈원에서 일본 인기가 많았던 멤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게임사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의 진출이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넥슨 재팬이 2022년 1월 미국 할리우드 영상제작사 AGBO에 4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고, 11월에는 AGBO의 최대 주주가 됐다. AGBO는 세계적인 영화 감독 루소 형제(Anthony and Joe Russo)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Mike Larocca)가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설립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이하 ‘엔터사’)로 넷플릭스, NBC 유니버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이 글의 부제는 케이팝적 리얼리즘의 탄생이다. 이 말은 일본 문화평론가 아즈마 히로키의 저서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에서 빌려왔다. 15년 전에 나온 책을 끌고 오는 이유는, 이 책의 개념과 분석틀이 여전히 유효하고, 그를 통해 케이팝을 새로운 일면에서 정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요즘 시끄러운 뉴스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이자 대주주 이수만 씨는 회사 경영권을 두고 주주들과 분쟁에 빠졌다 자신이 가진 지분을 하이브에 양도했다. 뜻하지 않게 퇴진하는 처지가 됐지만, 이수만 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