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문현숙 칼럼] 디지털 감시 사회에 자유가 없는 노동자들. 일에 찌들려 도망치고 싶어도 그만둘 자유가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올리는 평범한 일상도 여차하면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신장에서 트럭을 모는 한 운전사는 어느 날 한밤중에 들이닥친 경찰에게 끌려가 음성 녹음과 홍채를 스캔당했다.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공부하던 여대생은 잠시 고국에 들러 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하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됐다. 얼굴 인식 카메라가 설치된 이슬람사원을 자주 방문하다 감시시스템에 걸려 체포된 사람들도 있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번역의 수준, 속도, 이용의 편의성, 가성비 등이 좋아지면서 이제 누구라도 쉽게 적절한 가격 또는 무료로 AI 번역 솔루션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동안 번역 솔루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경쟁적으로 출시된 인공신경망 기반 딥러닝을 활용한 번역 솔루션들은 이전 버전에 비하면 거의 혁명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좋아진 성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번역 수준에 대한 문제제기 또는 논란은 존재한다. 번역의 결과가 오역이거나 원 언어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글들이 사례와 함께 등장한다. 이런 비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세상의 모든 정원에 꽃이 필 때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그 시절 따뜻하고 상냥했던 너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지난밤, 너는 앵두나무 밑에 서 있었다. 하얀 꽃으로 덮인 앵두나무 아래 서서 미소 짓고 있었다. 꿈이라는 걸 알았는데도 나는 너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우린 이미 헤어졌는데’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머릿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 곁에 있었는데.’ 나는 어느새 작고 약한 아이가 되어 너를 마주 보고 있었다.너는 그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앵두나무가 되어버린
[미디어스=이선민 칼럼] 나, 너, 우리. 과거 의무교육을 받으며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 중 하나는 ‘우리’였다. ‘우리’를 배우면서 자란 세대지만,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거나 읽으면서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이 줄어들었음을 느꼈고, 집이라는 공간 밖에서 우리로 표상되는 공동체의 감각을 느낄 일은 많지 않다.1인 가구수가 가족의 원형이었던 4인 가구수를 넘어선 상황에서 우리는 물리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집에서도 성립조차 못하게 됐다. 철저한 계약관계에 기반을 둔 회사에서 우리를 찾는 것은 애초 무리이지만 비정규직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건폭몰이’를 통해 건설노조 고 양회동 지대장을 죽음으로 내몬 보수신문이 반성과 사과는커녕, 반헌법적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반노동 정치를 부추기며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라며 문재인 정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 개인에 관한 정보 또는 데이터에 대해 대조되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유럽연합이 '개인정보' 보호 등과 같은 인간의 기본권이 인공지능 이용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AI 규제법안을 심의 중이라는 기사다. 다른 하나는 경기도가 인공지능과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고독사 예방 대응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발표한 내용이다. 경기도의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년도 마이데이터 종합기반 조성사업’ 실증서비스 과제에 선정되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전자의 경우에는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보수언론은 감탄하기 바쁘지만 G7 정상회의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과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 분들은 양국 정부로부터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했고 사회적으로는 혹시라도 멸시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자신들의 피해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 분들 표현대로 ‘꿈같은 일’이었을 거다. 감히 말하건대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안보와 관련해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다.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생성형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가 다시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생성형 AI 이전에도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있었지만 일회성 이슈로 끝나버린 경향이 있다. 문제의식은 유효했지만, 생성형 AI 이전 AI 창작물의 경우 전문가들의 협업 결과에 의한 생산물이라서 작품수가 많지도 않았고 작품의 내용, 제목 등이 널리 알려진 까닭에 창작물을 특정할 수 있었다. 이미 누가 만들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작권의 ‘남용’과 같은 사회적, 법적 논쟁은 제한적이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정치인들이 의혹에 대해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대응을 할 때에는 크게 세 가지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개인적 문제가 있어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게 제한된 상태인 경우. 둘째, 알려진 의혹이 전부가 아니어서 알려지지 않은 사정까지 더해 보면 지금하는 이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 경우. 셋째, 유권자를 바보로 아는 경우이다. 그러면 김남국 의원의 탈당은 어디에 해당할까? 첫째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둘째, 셋째 경우는 충분히 의심해볼 만하다.김남국 의원은 탈당 의사를 표명하면서 당에 부담주기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2023년 5월 1일, 봄 햇살이 촘촘히 내리쬐는 날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날은 없을 정도로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 창문에서 내려다보니 아이들이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메고 줄지어 학교에 가고 있었다. 뜻깊은 기념일이 두 개나 있는 날, 근로자의 날이면서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광화문에서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행사가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했다. 월요일 오전이었는데 버스는 광화문으로 갈 수 없는 것 같았다. 크고 작은 행사와 집회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분신한 철근공 양회동 지대장이 끝내 운명했다. 양회동 지대장의 분신 소식이 전해진 5월 1일 건설노조 김태완 경인건설지부장은 “우리는 조직폭력배가 아닙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김태완 지부장은 “노동조합 이름 팔아가지고 같은 노동자들 피 빨고 갈취했던 ‘건폭’들이 실제로 있다”면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사측을 만나서 교섭을 하다가 노동조합 입장을 말하면 강요죄라고 하고, 교섭이 결렬돼서 집회 신고하고 집회를 하겠다고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19세기 초 증기기관을 이용한 방직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직조 공정의 대부분이 자동화되자 더 이상 직조공이 필요 없게 되었다. 방직기 도입 전에는 전문직이었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직조공들은 단순 생산직으로 내려앉게 되었고 비숙련 노동자와 동일하게 처우를 받았다. 때마침 인클로저 운동 영향으로 할 일 없어진 농민들이 도시로 진출하며 잉여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근로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처우 역시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직조공들은 암울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비밀 결사를 만들어 대항하기 시작했다. 게릴라 부대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대통령실과 여당의 대응이 중요하다. 부풀리지 말고, 없는 걸 있다 혹은 있는 걸 없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치적 구도에 기대 아무데나 가져다 붙이거나 ‘전 정권 반대’의 맥락 속에 모든 걸 가둬놓으려 해선 안 된다.우리 언론과 정치권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사죄 수위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지만, 이건 애초에 별 쟁점도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의 “당시 어려운 환경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날인 세계노동절 133주년을 맞은 날, 한 건설노동자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분신했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으로 노조 활동을 해오던 그가 남긴 유서에는 “단체협약에 의한 정당한 노조활동이 협박과 갈취로 낙인찍히고 있다”는 분노가 고스란히 담겼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건설노동자는 회복을 바라는 수많은 동지들의 바람과 염원에도 끝내 운명했다. ‘노조 때리기’를 통해 정권의 지지율 반등을 노린 윤석열 대통령과 불법하도급 등 건설 현장의 불법과 산업재해는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아동·청소년들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개인정보위 발표에 의하면,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디지털 세대(Digital Native)인 아동·청소년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온라인상 많은 개인정보가 장기간 누적되는 경향이 있지만, 누적된 개인정보에 대한 삭제나 처리정지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본인의 의도와 달리 자기 게시물이 오용되는 경우가 있을 때 절차 상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이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논하는 이런저런 얘기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는 생각뿐이다. 어쩌다 이런 답이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다.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선 두 가지 차원의 비판이 가능하다. 첫째, 과연 이 방향이 맞느냐는 거다. 둘째, 이 방향이 맞다고 해도 협상이 제대로 되었냐는 것이다. 한미일의 밀착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무장을 포함한 더 노골적인 군사활동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전자에 해당한다. 핵협의그룹의 전략자산 전개 논의에서 한국의 의견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반영될지 모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심각한 정치 양극화, 미래가 더 문제다’ 시사인 인터넷판 4월 21일에 게재된 국승민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정치학과 교수 글의 제목이다. 한국 정치의 정서적 양극화와 정책 선호 양극화는 미국과 비슷하지만 비호감 당파성은 미국보다 심각하다는 내용이다. 최근 10년 간 한미 정치적 양극화 정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이 미국보다 그 정도가 심각하며, 특히 20대 유권자의 정치적 양극화 정도가 다른 세대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양극화 심화에 대한 이런 우려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처음부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여러 비판이 있지만 송영길 전 대표의 기자회견 메시지는 그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당사자이다. 혐의 인정을 전제로는 발언할 수 없다. 오히려 ‘검찰 반대’를 앞세워 온 세력의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치탄압이나 기획수사를 입에 올리지 않은 것만도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다행이다. “오랜 관행이므로 상대방도 뿌리지 않았겠는가”, “국민의힘도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라는 식이었다면 어땠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었다. 아침에 일기 예보를 확인하니 여름 날씨라고 했다. 여름이라고 하여도 봄이니까, 생각하며 봄과 여름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햇살도, 바람도 기분 좋게 살랑거렸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초록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출렁거렸다. 버스 안에서 밖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은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길엔 이제 막 대학생이 된 것 같은 풋풋한 모습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한껏 멋을 내고 학교에 가는 대학생이 내 아들도, 내 딸도 아닌데 귀엽고 예뻐 보였다. 마스크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이 제목은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코엔 형제 감독이 2007년 만든 미국 영화 제목에서 빌려왔다. 코맥 매카시는 소설 제목을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가져왔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험악해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게 변했거나 돌아가기 때문에 더 이상 노인이 살아갈 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시는 2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