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이 제목은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코엔 형제 감독이 2007년 만든 미국 영화 제목에서 빌려왔다. 코맥 매카시는 소설 제목을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가져왔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험악해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게 변했거나 돌아가기 때문에 더 이상 노인이 살아갈 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시는 20세기 초반에 발표되었지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21세기 전반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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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통계에 의하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365일 코너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기준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국내 은행 14곳의 365일 코너 수는 4959 코너로 전년 대비 239곳 줄어들었고, 2020년 비교해서는 504곳이 사라져 버렸다. 2년 사이에 약 10%가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감소 추세는 향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은행들이 365일 코너를 축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비절감이다. 투자 비용 대비 효과가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365 코너 시설물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장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크고 모바일뱅킹을 통해 할 수 있는 업무가 늘고 있어 ATM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365일 코너를 축소하고 있는 은행들의 이런 조처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모든 은행들이 365일 코너뿐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지점들도 계속 폐쇄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한 해 동안 303개, 310개 점포가 사라졌다. 지난해에도 9월까지 243개의 점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20개, 2019년 57개의 은행 점포가 줄어든 것에 비하면 폐쇄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지점들의 내방 고객들이 계속 줄어들어 점포당 순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모든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오프라인 지점들을 폐쇄하고 있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연합뉴스

은행들이 적자라서 365일 코너와 오프라인 지점을 폐쇄한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국내은행 영업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8조 5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6천억 원(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업무가 빠르게 디지털 뱅킹으로 전환되고 있어 굳이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오프라인 지점을 폐쇄하는 것이 효율적 경영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이런 정책은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뱅킹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굳이 오프라인 점포가 필요 없겠지만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뱅킹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대면 서비스 또는 ATM과 같은 직접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 뱅킹서비스는 속성상 타인에게 의뢰하거나 대행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금융업무를 주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365일 코너나 오프라인 지점 폐쇄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오프라인 지점 폐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연말에 일어난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의 집회다. 노원구 월계동의 신한은행 지점을 이용하던 고령층 주민들이 은행지점을 통폐합하고 무인형 점포로 전환하겠다는 본사 결정에 반대하면서 신한은행 본사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손팻말에는 ‘노인배제 주민불편’, ‘은행에 배신감을 느낀다’, ‘기계와 사람이 공존하는 은행을 원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어 지점 폐쇄에 따른 노령세대의 불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021년 12월 14일 오후 신한은행 월계동지점 앞에 모여 폐점반대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 Ⓒ연합뉴스
2021년 12월 14일 오후 신한은행 월계동지점 앞에 모여 폐점반대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 Ⓒ연합뉴스

다행히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이런 무책임한 처사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들이 앞으로 점포를 폐쇄하기 이전에 점포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폐쇄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불가피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한 때에는 점포폐쇄 이전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공동점포, 소규모점포, 이동점포, 창구제휴 등 대체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이번 조처가 문제 발생 후 일어난 사후 수습책이라서 다소 아쉽지만 제대로 수용되길 바란다. 핀테크 혁신과 디지털 뱅킹 등의 영향으로 은행업무의 구조적 전환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노령세대가 디지털 금융에 적응하는 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뱅킹 솔루션도 더 노인친화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인들이 수용 가능한 상태까지 기다려야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하지 말고 노인들도 함께 살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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