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정치인들이 의혹에 대해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대응을 할 때에는 크게 세 가지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개인적 문제가 있어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게 제한된 상태인 경우. 둘째, 알려진 의혹이 전부가 아니어서 알려지지 않은 사정까지 더해 보면 지금하는 이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 경우. 셋째, 유권자를 바보로 아는 경우이다. 그러면 김남국 의원의 탈당은 어디에 해당할까? 첫째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둘째, 셋째 경우는 충분히 의심해볼 만하다.

김남국 의원은 탈당 의사를 표명하면서 당에 부담주기 싫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무소속인 상태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겠다며 언론 보도 등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무엇이 부당한 정치공세인지, 어떤 보도가 잘못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연합뉴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연합뉴스) 

김남국 의원은 일부 거래소 가상화폐 지갑이 추적된 상태이다. 해명을 하면 꼬리를 물고 추가 의혹이 제기된다.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가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도 있다. 이 인사는 애초 캠프 차원에서 P2E 규제 완화에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이재명 후보가 긍정적 발언을 한 게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P2E 규제 완화에 명운을 건 게임 업계가 국회의원 등에게 자신들이 발행하는 가상자산 등을 동원하여 로비를 했고, 그게 먹힌 결과 아니겠느냐는 거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김남국 의원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에어드롭’설이나 전용기 의원 등과 공동발의한 법안에 대한 오해 등 반박하기 편리한 대목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SNS에 올린 어느 글에서는 당의 요구에 따라 언론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내부에서 이뤄지는 진상조사 등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상태였어야 한다. 그런데 14일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쇄신 의총’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당 진상조사단이 요구하는 자료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뭔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이러고도 “부당한 정치공세”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유권자들을 우습게 아는 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

국회의원이 ‘탈당’이라는 선택을 하는 게 당당해 보이려면 적어도 그럴만한 맥락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이라는 방패막을 벗어 던지겠다”는 취지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남국 의원 사건의 경우는 서울남부지검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하는데, 검찰이 어디까지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두 차례 기각된 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정도이다. 유권자들이 보기에 김남국 의원의 대응을 평가할 첫 번째 관문은 당 차원의 조사였다. 그런데 여기에 불성실하게 응하다 탈당했다. 진상조사에 응하기 싫어서 탈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재명 대표가 직권으로 윤리감찰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탈당을 대하는 지도부의 태도는 그야말로 미적지근이다. 쇄신 의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지도부는 “탈당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였던 걸로 알려져 있다. 의총에서 이런 저런 볼멘소리가 나오니 떠밀리듯 탈당을 했지만 조사는 계속하겠다고 하는데, 그 과정과 결론에 대해 유권자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회의 전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의총은 예정대로 지도부 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했다.(연합뉴스)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회의 전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의총은 예정대로 지도부 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했다.(연합뉴스) 

당 대표가 사실상 징계 검토를 지시했는데 그게 싫어서 당원이 탈당을 했다면 지도부는 어떤 태도여야 하는가? 대표의 권위를 짓밟은 것에 대해 마치 배신당한 듯 크게 분노해야 할 것이다. 당 사무처 또는 시도당에 탈당 신고를 접수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야 할 것이고, 접수가 되었다면 당헌 당규에 따라 ‘징계를 회피하려 탈당한 자’로 규정해 5년간 재입당을 못하게 제명 처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도부의 태도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못난 아들을 둔 아버지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잖아요” 하는 분위기다. 언론 보도를 보면 제명 규정 적용의 조건인 ‘징계 절차가 개시된 이후’가 충족됐다고 보기 어려워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런 태도인데, 믿겠는가?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떤 정당이든 구성원이 잘못을 할 수 있다. 잘못하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잘못이 드러났을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뭐가 어떻게 되든 유권자 입장에서 “봐주지 않고 엄정하게 대처하는구나”란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에서부터 김남국 의원 문제까지 “봐주는구나”란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선에서 졌는데, 억울하다는 타령만 하다 똑같은 우를 반복하고 있다.

‘쇄신 의총’을 하면 뭘 하는가? 한숨쉬고, 흐느끼고, 개탄하고, 밤새도록 울고, 날이 밝은 후에 다시 한 번 한숨쉬는 게 무슨 소용인가? 유권자는 황당하다. 윤석열 정권이 이렇게 국정 운영을 파탄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걸 견제하겠다는 제1야당이 이런 식이면 도대체 유권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회 다수당의 책임감이라는 것을 제발 좀 상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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