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가 50회의 긴긴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 끝에 와서 돌아보니 남는 것은 유아인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드라마의 수확이자 아쉬움이라 할 것이다. 그것이 꼭 육룡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시즌제로 나눠 제작을 해도 50부작은 길다. 날고 기는 미드도 후반 시즌에 가서는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50부작 <육룡이 나르샤>가 길을 헤맨 것도 무리는 아니라 할 것이다.
그나마 그 결말에서 이 장편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본 시청자들의 노고(?)를 위안해줄 만한 명대사 하나를 건진 것이 다행이었고, 애초 이 드라마에 기대를 갖게 했던 <뿌리깊은 나무>와의 배우 몇이 출연해 웃음을 준 것은 애교스러운 센스였다.
그리고 늙은 분이(윤유선)이 뭍에 나와 쓸쓸한 정도전의 묘를 찾아 세종이 만든 한글을 손에 쥔 채 잠들 듯이 세상을 떠나는 장면은 50부작에서 다하지 못한 정도전에 대한 감성적 마무리였다.
<육룡이 나르샤> 50부를 다 본 사람들에게는 어떤 기대 혹은 예상이 있었을 것이다. 이 결말이 어떻게 <뿌리깊은 나무>와 접목될 것인가에 대한 것인데,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뭍에 나온 분이가 세종의 한글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고, 이방원이 아들 이도에게서 정도전과 분이를 발견하는 장면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늙은 분이를 신세경이 하지 않고 굳이 다른 배우가 하게 한 점은 의아했지만 그것은 <뿌리깊은 나무>에 신세경이 출연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분이가 정도전의 묘소에 절을 하는 장면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신 윤유선이 특별출연임에도 그 장면을 잘 살려 오랜 연기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세경이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아쉬움을 남긴 결말이었지만 그런 아쉬움을 너끈히 덮고, 더 나아가 이 드라마의 결말을 완성시켜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명대사가 있었다. 이방원은 먼저 무휼을 찾아 아들 이도의 호위무사를 부탁했고, 무휼을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처 분이가 사는 섬을 찾았다. 이방원이 권력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다 이룬 때 홀연히 떠난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이방원의 소회가 독백으로 이어졌다.
“너희는 참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내게 굳이 맞서지도 굳이 덤비지도 않았지만, 내게 마음을 다 주지도 내 손 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바람이 그러하고, 백성이 그러하듯이...”
스승과 아우를 죽이며 권좌에 오른 이방원이었지만 그 완력과 독기로는 잡을 수 없는 것이 백성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여전히 분이를 잊지 못하는 마음을 담은 것 같은 뉘앙스의 중의법 사용이 세련된 맛이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중의법이 아닐 수도 있다. 분이는 분이라는 자연인이 아닌 처음부터 백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상징이었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이해를 해야만 이 드라마 전부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육룡을 정리하는 마지막 그래픽에서 분이를 방원의 여자가 아니라 백성이라고 애써 정체성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이방원이 아들 이도에게서 정도전과 그 백성 분이의 키워드를 발견한 것과 이어져 결말을 그럴듯하게 완성시킬 수 있었다. 명대사 하나가 드라마의 매우 중요한 결말을 통째로 살려낸 드문 경우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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