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인물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캐릭터가 아니라면 모두가 역사의 스포일러가 존재한다. 육룡이 나르샤에 여섯 번째 용으로 소개가 될 무사 무휼 역시 실존인물로 태종에 이어 세종의 호위를 맡은 조선 개국기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니 육룡의 하나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육룡 중 무사 무휼이 특별한 이유는 보통의 인물들과 다른 배경을 갖기 때문이다. 역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육룡이 나르샤의 전작인 뿌리깊은 나무에서 조진웅의 무사 무휼이 다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사 무휼은 특별하게도 역사와 허구의 두 가지 스포일러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래서 정도전, 이방원에 거는 기대가 큰 것과는 조금 다른 기대가 무사 무휼에게 존재한다.

▲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그렇지만 19일 방영된 육룡이 나르샤 5회는 분이에 대한 소개였다. 분이는 고려말엽 극심한 수탈의 대상이었던 민초를 상징한다. 그저 빼앗기고 상하는 민초가 아니라 저항하고 극복하려는 혁명의 본질로서의 민초였다. 땅새(이방지)와 비슷하지만 혁명의 또 다른 동기와 이유를 가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이의 존재는 다른 용들과 다른 각별한 상징과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분이를 다루다가 후반부에 마지막 여섯 번째 용 무사 무휼이 무게감을 드러냈다. 그렇다. 드디어 무휼이다. 4년 전 뿌리깊은 나무에서 굵고 묵직한 소리로 외치던 조진웅의 무사 무휼은 아직도 귀에 생생할 정도로 명품 연기였다. 그 외침은 개혁과 진보의 길을 걷는 세종을 향한 무수한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왕을 호위하는 내금위장이라는 무겁고 엄격한 자리의 준엄함을 잘 표현하는 동시에 때로는 조진웅 특유의 너스레를 담아내기도 했다.

▲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그런 무사 무휼은 필자에게도 잊지 못할 인물이다. 과거 그런 무휼에 대해서 ‘무사 무휼의 이중생활'이라는 제목의 글로 상당히 뜨거운 독자 반응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육룡 무휼의 존재는 필자를 비롯해서 많은 시청자에게 기분 좋은 추억임에 틀림없다. 또한 동일한 작가에 의해서 다르게 그려질 무휼에 대한 설렘이 있다.

잠깐 그려졌기는 하지만 육룡의 무휼은 분명 뿌나의 무휼과 달랐다. 육룡의 무휼 아니 윤균상의 무휼은 좀 어리바리했다. 또 하나 특징적인 면이 있다면 아직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모르고 그래서 겁도 많지만 단 한 가지의 조건에서 놀라운 슈퍼 히어로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여자가 곤경에 처해진 상황이다.

▲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5회에서 무휼은 두 번의 검술신을 보이는데, 두 번 모두 그랬다. 조금 넓게 본다면 무휼은 약자가 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정의의 아군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외 상황에서는 덩치만 큰 어린애에 불과하다. 그런 것을 보면 뿌나의 무휼과 다르기는 하지만 무사 무휼에게는 이중적 캐릭터는 여전하다. 같은 작가가 그리는 같은 인물이기에 그럴 수 있을 것이며, 그래서 또 다행이다.

그런 무휼이 마침내 자신의 전매특허 “무~사 무휼”을 크게 외쳤다. 바로 이방원과 분이를 만난 장면에서다. 확실히 조진웅의 그것과 다르기는 하지만 누군가 무사 무휼을 외친다는 것만으로도 뿌나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허나 그 외침은 어린 무휼에게는 스승의 거짓말에 속아 몰랐던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는 파란의 일갈이었고, 이방원과의 인연을 맺는 중요한 동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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