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인물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캐릭터가 아니라면 모두가 역사의 스포일러가 존재한다. 육룡이 나르샤에 여섯 번째 용으로 소개가 될 무사 무휼 역시 실존인물로 태종에 이어 세종의 호위를 맡은 조선 개국기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니 육룡의 하나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육룡 중 무사 무휼이 특별한 이유는 보통의 인물들과 다른 배경을 갖기 때문이다. 역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육룡이 나르샤의 전작인 뿌리깊은 나무에서 조진웅의 무사 무휼이 다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사 무휼은 특별하게도 역사와 허구의 두 가지 스포일러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래서 정도전, 이방원에 거는 기대가 큰 것과는 조금 다른 기대가 무사 무휼에게 존재한다.
그런 분이를 다루다가 후반부에 마지막 여섯 번째 용 무사 무휼이 무게감을 드러냈다. 그렇다. 드디어 무휼이다. 4년 전 뿌리깊은 나무에서 굵고 묵직한 소리로 외치던 조진웅의 무사 무휼은 아직도 귀에 생생할 정도로 명품 연기였다. 그 외침은 개혁과 진보의 길을 걷는 세종을 향한 무수한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왕을 호위하는 내금위장이라는 무겁고 엄격한 자리의 준엄함을 잘 표현하는 동시에 때로는 조진웅 특유의 너스레를 담아내기도 했다.
잠깐 그려졌기는 하지만 육룡의 무휼은 분명 뿌나의 무휼과 달랐다. 육룡의 무휼 아니 윤균상의 무휼은 좀 어리바리했다. 또 하나 특징적인 면이 있다면 아직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모르고 그래서 겁도 많지만 단 한 가지의 조건에서 놀라운 슈퍼 히어로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여자가 곤경에 처해진 상황이다.
그런 무휼이 마침내 자신의 전매특허 “무~사 무휼”을 크게 외쳤다. 바로 이방원과 분이를 만난 장면에서다. 확실히 조진웅의 그것과 다르기는 하지만 누군가 무사 무휼을 외친다는 것만으로도 뿌나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허나 그 외침은 어린 무휼에게는 스승의 거짓말에 속아 몰랐던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는 파란의 일갈이었고, 이방원과의 인연을 맺는 중요한 동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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