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를 노린 조민수의 기습이 예고되었기 때문에 액션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28일 방영된 육룡이 나르샤 25회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엄청난 액션신을 선보였다.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완성도로 꽉 찬 액션이었다.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 영규(민성욱) 그리고 이지란(박해수)의 불같은 액션이 꽃을 피웠다.

이들은 각각 인상 깊은 장면들을 남겼는데, 먼저 이방지의 경우 기습을 노린 조민수의 부하들을 맨손으로 상대해야 했다. 삼한제일검으로 등극한 이방지에게 어떤 경우에라도 검을 빼앗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적들은 자신의 손과 검을 끈으로 단단히 동여매는 모습이었다. 맨손으로 검을 든 무사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아무리 삼한제일검이라도 무리일 수밖에는 없는 일. 이방지는 최선을 다해 적들을 상대하지만 이곳저곳을 검에 베였다.

▲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그러다가 마침내 적에게 빼앗은 검을 잡을 때의 모습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이제 살았다 혹은 이제 너희들은 모두 죽었다는 심정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빼앗은 검의 날을 부여잡았다. 그렇게 잡은 손에 피가 흐르는 장면까지 넣었다면 좀 더 극적이었을 것 같지만 굳이 없어도 맨손에서 검을 손에 쥔 삼한제일검 이방지의 희열과 상대의 공포는 충분히 전해질 수 있었다.

그때부터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기 시작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방지는 다른 검을 빼앗아 무휼과 영규에게 전하고, 검을 쥔 세 명의 무사들은 물밀 듯이 달려드는 적들을 씩씩하게 베어갔다. 그야말로 피바다였다. 그 피바다 속에서 세 명의 무사들이 춤을 추듯이 적들과 싸우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특히 그간 허당끼만 보였던 무휼이 위기에서 각성되어 쌍검을 들고 적진을 돌파하는 모습, 그리고 간만에 들어보는 포효 “무사~ 무휼”은 본인은 물론 시청자마저 살기로 충동시킬 만큼 전율적이었다. 도화전 안에 있는 이성계 일행을 구하기 위해서 좁은 통로를 지나며 수많은 자객들을 도륙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의 망치 액션을 보는 것처럼 화려했고, 처절했다.

그리고 이 혈투의 끝은 이방지 그리고 연희를 평범한 시골의 소년 소녀에서 삼한제일검, 잔혹한 흑첩이 되게 했던 원인 제공자이자 과거 홍인방의 가노였던 대근(허준석)을 연희가 죽이는 것이었다. 그 점이 더욱 드라마틱했다. 사실 이방지가 도화전 안에서 대근을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대근을 마지막에 혼자서 도망치게 했다. 그런 대근을 몸이 성치 않은 방지가 뒤쫓았다.

▲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그런데 대근이 도망가는 길목에 맞은편에서 연희가 달려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대근과 마주치게 된 연희는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도망가는 대근을 돌려 세우며, 다른 손으로 머리에 꽂았던 비녀를 빼들어 대근의 목덜미를 노렸다. 그러나 대근은 금세 숨이 끊어지지 않았고, 연희의 목을 졸랐다. 그런 대근에게 이방지가 다가가 검을 휘둘러 쓰러트렸다. 이방지는 다 끝났다고 말하며 그동안 차마 다가서지 못했던 연희에게 기어가 끌어안았고, 연희도 눈을 감고 이방지의 체온을 받아들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이방지, 무휼 등의 두려워하지 않는 완력과 절실함으로 도화전의 전투를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 이제 이성계에게 이방지와 무휼이 좀 더 각별한 존재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이 도화전의 전투가 연희의 복수로 끝맺음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아픔은 그냥 안고 가는 것도 한 방법이고 더 멋질 수 있겠지만, 다소 신파적이라도 왠지 땅새와 연희가 오랜 아픔과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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