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을 기해 지상파 3사의 새 월화드라마가 사이좋게(?) 첫발을 디뎠다. 일단 화제성으로 순위를 따진다면 SBS ‘육룡이 나르샤’, MBC ‘화려한 유혹’, KBS ‘발칙한 고고’ 순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호사가의 관심은 SBS와 MBC의 대전에 쏠린다. 두 드라마 모두 50부작으로 좋든 싫든 기나긴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육룡이 나르샤’와 ‘화려한 유혹’은 철저하게 다른 것이 닮았다. 육룡은 사극이고, 유혹은 현대극이다. 그것은 곧 주 시청층의 차별성을 의미한다. 사극인 육룡은 남성층의 유입이 관건이 될 것이고, 유혹은 여성층의 확고한 지원 없이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 것이다. 우선은 육룡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

▲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우선 작가 김영현, 박상연은 ‘선덕여왕’과 ‘뿌리깊은 나무’로 이미 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사극 작가들이다. 게다가 ‘용의 눈물’에 이어 ‘정도전’까지 조선 건국을 다룬 드라마들은 모두 성공을 거뒀다는 프리미엄을 등에 지고 있다. 그리고 ‘베테랑’과 ‘사도’로 가을 극장가의 영웅으로 발돋움한 유아인과 믿고 보는 배우 김명민이 버티고 있는 캐스팅이 다른 경쟁작에 비해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 불리함(?) 때문인지 같은 50부작이면서도 ‘화려한 유혹’의 첫 방송은 장편 드라마치고는 상당히 빠른 전개를 보였다. 긴 경쟁에서 기선을 제압당해서는 곤란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육룡은 이방원의 어린 시절부터 느긋하게 그러나 한편으로는 식상할 수 있는 사극의 전형적 전개를 보였다.

▲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그렇지만 의외로 육룡의 아역들은 드라마 내용과 상관없이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아역답게 귀여움을 한껏 드러냈다. 반면 화려한 유혹 역시 50부작의 긴 호흡을 감안한다면 아역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지만, 과감하게 현재 시점을 중심으로 에필로그를 작성해갔다. 다만 너무 과한 속도감 때문이었는지 내용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었다.

첫 회의 성적을 놓고 보자면 예상대로 ‘육룡이 나르샤’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압도적인 차이까지는 아니다. 육룡의 경우 아직 아역 시기로 사극 마니아들이 집중하고 볼 만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두 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야 25주간의 장기전의 향방을 어렴풋이 점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화려한 유혹’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결국 육룡의 아역 시기는 유혹으로서는 어쩌면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역 시기라도 정도전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될 것이다. 또한 ‘정도전’에서 박영규가 열연했던 이인임과 같은 역할을 맡은 최종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연기가 무게 중심을 잡아준 것도 생각보다 큰 복병으로 등장했다.

‘정도전’과 ‘육룡이 나르샤’는 작가도 다르고, 주제의식에서도 차이가 있으며 배우 또한 다르다. 그래서 이인임 혹은 이인겸에 대한 연기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두 배우의 연기는 취향에 따른 선호의 차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최종원의 이인겸 연기는 보다 악역의 성격이 선명하면서도 대단히 굵었다. 육룡이 다 덤벼도 끄떡 하지 않을 것 같은 천년 묵은 이무기의 거대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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