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을 기해 지상파 3사의 새 월화드라마가 사이좋게(?) 첫발을 디뎠다. 일단 화제성으로 순위를 따진다면 SBS ‘육룡이 나르샤’, MBC ‘화려한 유혹’, KBS ‘발칙한 고고’ 순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호사가의 관심은 SBS와 MBC의 대전에 쏠린다. 두 드라마 모두 50부작으로 좋든 싫든 기나긴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육룡이 나르샤’와 ‘화려한 유혹’은 철저하게 다른 것이 닮았다. 육룡은 사극이고, 유혹은 현대극이다. 그것은 곧 주 시청층의 차별성을 의미한다. 사극인 육룡은 남성층의 유입이 관건이 될 것이고, 유혹은 여성층의 확고한 지원 없이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 것이다. 우선은 육룡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불리함(?) 때문인지 같은 50부작이면서도 ‘화려한 유혹’의 첫 방송은 장편 드라마치고는 상당히 빠른 전개를 보였다. 긴 경쟁에서 기선을 제압당해서는 곤란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육룡은 이방원의 어린 시절부터 느긋하게 그러나 한편으로는 식상할 수 있는 사극의 전형적 전개를 보였다.
첫 회의 성적을 놓고 보자면 예상대로 ‘육룡이 나르샤’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압도적인 차이까지는 아니다. 육룡의 경우 아직 아역 시기로 사극 마니아들이 집중하고 볼 만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두 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야 25주간의 장기전의 향방을 어렴풋이 점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화려한 유혹’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정도전’과 ‘육룡이 나르샤’는 작가도 다르고, 주제의식에서도 차이가 있으며 배우 또한 다르다. 그래서 이인임 혹은 이인겸에 대한 연기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두 배우의 연기는 취향에 따른 선호의 차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최종원의 이인겸 연기는 보다 악역의 성격이 선명하면서도 대단히 굵었다. 육룡이 다 덤벼도 끄떡 하지 않을 것 같은 천년 묵은 이무기의 거대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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