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는 분명 픽션인 드라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극에 대해서는 많은 시청자들이 고증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종 논란이 벌어지고는 한다. 요동정벌과 위화도회군, 이 두 사건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이라는 중대 사건으로 연결되는 역사적 사실이다. 일단 이 드라마는 제목부터 조선 건국의 주체들에게 무게를 주고 있기 때문에 요동정벌과 위화도 회군에 당연히 이성계와 정도전의 편에 설 수밖에는 없다.
고려말기의 역사는 역성혁명의 승자 조선에 의해서 기록된 것이다. 그래서 크게 신뢰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그 신뢰하기 힘든 기록에 의지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냥 심심풀이로 악사를 베어버리는 폭군 우왕을 배경으로 최영이 요동정벌을 통보하는 장면은 충분히 시청자로 하여금 요동정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기 위한 이미지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이성계가 내세웠던 요동정벌 사불가론에서 첫 번째인 작은 나라가 대국을 친다는 것에 대한 사대적 발상에는 동의하기 싫지만, 나머지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최영이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하고 조율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하나마나한 가정을 하게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신중하기에는 고려의 국운이 너무 위태로웠다.
그렇지만 음력 5월에 떠난 요동정벌의 배경이 한겨울로 바뀐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좀 어색했다. 더군다나 겨울에 역병이 번지는 상황이라는 것도 설득력을 갖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압록강변에서 다리를 만들다가 병사를 잃는 장면은 대량의 강우 장면을 동원해 나름 실감나게 표현했다. 아마도 연기하는 이들이 큰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눈이 아니라 비라는 점에서 연출도 계절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러나 어쨌든 위화도 회군에 대해서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상황이 이성계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주지시키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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