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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사꾼’ 지상파, 케이블 걷어차다새해 첫날부터 케이블TV에 VOD 공급 중단… 날품팔이 지상파의 최후는?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1.04 17:53

쿨(?)하게 생각해보자. 지상파가 자주 인용하는 미국에서는 콘텐츠사업자와 플랫폼사업자의 협상이 어긋나 ‘블랙아웃’도 발생한다. 지상파방송사들이 1일자로 케이블에 VOD를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것 또한 사업자 간 협상이 결렬된 결과다. ‘지상파 VOD가 없는 방송’에 불만을 느낀 케이블 가입자는 IPTV로 갈아탈 것이고, 그렇지 않은 가입자는 케이블에 남을 것이다.

우선 복기해보자. 지상파는 초지일관 재전송료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10개 SO에 VOD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케이블 업계는 ‘재송신 협상과 VOD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응해왔다. 케이블은 결국 지상파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주겠다며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으나 지상파는 서비스 중단을 강행했다. 이 결과, 디지털케이블 가입자들은 1월1일부터 지상파 VOD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지상파가 이번 사태를 일으켜 얻어내려는 것은 명확하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연간 정액 방식의 계약을 맺어 왔는데 이제는 이를 ‘가입자당 대가’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리고 유료방송가입자 전체에게 ‘VOD 접근권’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고 한다. 지상파는 플랫폼사업자와 협상에서 우위에 서 있는 지금 당장 이 요구들을 관철하려 도박을 감행했다.

지상파는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케이블이 회원사를 버리지 않는 한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씨앤앰 등이 지상파와 독자 협상을 벌인 까닭에 이번 사태는 케이블이 백기를 들지 않은 이상 해결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상파는 “CJ헬로비전과 CMB, 티브로드와 HCN도 가입자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서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라며 압박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쿨하게 생각해보자. 만약 지상파방송사들이 무엇을 노리는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콘텐츠의 제 가치, 제값을 받으려는 것 또한 이해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극약처방은 KBS MBC SBS에게 단기적으로도 도움이 안 된다. 또 장기적으로 중요한 사업파트너인 케이블을 적으로 만드는 선택이다.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서도 지상파 ‘플랫폼사업자’로서도 최악의 선택이다.

우선 지상파의 선택은 경쟁을 포기한 것이다. tvN 등 CJ 계열 PP와 JTBC 등 종합편성채널이 치고 올라오며 PP 수준에서의 경쟁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상파방송사들은 유료방송 가격 인상을 유도했다. 지상파가 월 정액상품 가격을 올리고, 인기프로그램의 VOD 가격을 50% 인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지상파는 VOD를 후리다매 상품으로 만들며 매출만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지상파는 유료방송가입자들을 볼모로 삼으면서까지 파트너를 압박했다. 지상파 콘텐츠를 킬러 콘텐츠로 활용하고 지상파 사이에 홈쇼핑채널을 끼워넣어 생존하고 있는, 그리고 이동통신사의 IPTV+이동통신 결합상품에 밀려 가입자를 잃고 있는 케이블은 이번 사태로 벼랑 끝까지 밀려났다. 지상파는 언제든 IPTV로 떠날 수 있는 케이블 가입자를 볼모로 잡고, 위기에 빠진 케이블의 가장 약한 고리를 물어뜯고 있다. 상생하고 공생할 파트너를 포섭하지 않고 걷어찬 셈이다. 

이들이 장사꾼으로 변모한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플랫폼인 ‘지상파’를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 지상파는 유료방송플랫폼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PP가 됐다. 이런 현실은 2017년 UHD방송이 시작되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지상파는 DMB와 MMS(다채널서비스)에 대한 의지조차 없다. 그렇다면 지상파는 ‘똑똑한’ 날품팔이가 돼야 한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만일 지상파가 자신과 유료방송사업자의 VOD서비스에 최소한의 마진을 붙여 가입자들에게 공급한다면 어떨까. VOD는 순식간에 박리다매 상품이 될 것이다. 이는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VOD 중간광고 허용 등 지상파에 유리한 정책의 명분도 세워줄 수 있다. 그런데 지상파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지상파의 시청자는 점점 호갱님이 되고 있고, 지상파의 파트너는 호구가 되고 있다. 지상파는 지금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고 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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