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Free)는 무료(for Free)에 의해 촉진되지만, 적정 지불(=보상)에 의해 지속된다”

한국방송학회(회장 윤석년)가 23일 주최한 <미디어 콘텐츠 가치 정상화 방안 세미나>에서 ‘콘텐츠 가치 제고를 가로막는 제도적 제약과 대응’ 발제를 맡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정준희 강사의 발언이다. 정준희 강사는 “과거의 방송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소비 단계에서는 별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무료’ 서비스의 일환으로 인식돼 왔다”며 “그렇지만 ‘양면성’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콘텐츠를 통해 ‘광고’와 ‘유료방송플랫폼과의 계약에 따른 콘텐츠비용(부가수익, CPS)’ 등을 통해 무료제공이 유지돼 왔다는 설명이다. 그 같은 상황을 지속할 수 있는 요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방송콘텐츠의 ‘Free(무료)’ 제공과 관련해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정준희 강사는 △창의성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해 어떤 적응과 대응을 요구하는지, △재투자를 가능하게 할 유인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개별 참여자들의 ‘기여’를 무엇에 기초해 평가하고 적절한 보상을 배분할 것인지 이 같은 물음에 사회가 답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방송콘텐츠의 경우, ‘무료’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콘텐츠의 플랫폼 의존성 심화될수록 플랫폼의 결정권 강화되고 있다”

정준희 강사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콘텐츠가 가지는 플랫폼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입장료만으로 콘텐츠 가격을 매길 수 있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양적 계산법이 만들어지고 통제되고 있다”며 “그러면서 플랫폼의 결정권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애플뮤직의 경우,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배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플랫폼의 결정권이 강화될 때 콘텐츠를 제작하는 쪽이 아닌 플랫폼사업자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콘텐츠 생산자들이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한국방송학회(회장 윤석년)가 23일 프레스센터에서 <미디어 콘텐츠 가치 정상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미디어스
정준희 강사는 “한국의 경우, 지상파방송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쥐고 N스크린 PooQ을 만든다거나 하는 등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또,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재송신 비용 협상 또한 이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지렛대 싸움’이라고 명명했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공적책무’를 지우고 있는 지상파가 공공의 영역에서 관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인상 등 관련된 재원 정책들에 있어서는 시기와 방향 면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정준희 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지상파가)고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드는 유인이 사라지고 악화될 조건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경우 좋은 콘텐츠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유료방송의 ‘결합판매(방송+인터넷+전화)’와 ‘할인율’ 등의 결정으로 인해 방송콘텐츠라고 하는 것이 헐값으로 매겨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디어 환경이 콘텐츠 생산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함에 따라 콘텐츠의 플랫폼 의존도는 이미 심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만큼 플랫폼 사업자들의 결정권 또한 커졌다는 얘기다.

정준희 강사는 유료방송의 ‘결합판매’와 관련해 “공정경쟁이 저하되거나 이용자 복지를 해친다면 문제”라며 “그렇지만 이와 관련해 검증할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료방송 자체가 지상파와는 달리 이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준희 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혐의를 둘 수 있는 것은 (IPTV 등)통신사 스스로 ‘과장광고’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과금 하는 자(플랫폼사업자)에게 결정권이 있다 보니 할인율을 지나치게 낮춰 잡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가 저 책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준희 강사는 발제 말미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리사회에 ‘공적 부분’이 무엇이고 어떤 가치 기준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서도 그는 “그런 방식(공영방송의 필요성과 역할 등)으로 논의를 이끌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KBS가 앞에서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이는 공공정책으로 옳지 않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정준희 박사는 “지상파는 본성상 ‘무료’라는 것을 허물 수는 없다”며 “그렇다면 시장에서 콘텐츠를 활용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은 이상적일 수 있지만 사업자(지상파와 플랫폼)들 간 협력을 통해서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송신 분쟁의 원인…정부가 무료 플랫폼 강화 등한시했기 때문”

토론자로 나선 공공미디어연구소 정미정 박사는 “방송산업 중 지상파는 사회적으로 ‘무료보편서비스’라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해왔고 그에 맞는 공적책무를 기대 한다”며 “그에 상응하는 정부의 공공정책이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무료 플랫폼에 대한 확실한 전략이 있었고 충분한 역할을 해왔다면 이 정도 사태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송신 분쟁 등의 원인은 거기에 있다. 난시청 해소 등으로 인해 케이블 방송을 키우면서 직접수신 플랫폼 강화에 등한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미정 박사는 “결국 지상파는 유료방송 플랫폼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 상황에서 정부가 재송신 분쟁에 무엇인가 결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블랙아웃은 안 된다’, ‘재정제도로 혼내주겠다’라는 차원에서 끝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디어 전체 판에서 공공미디어 영역의 상황이 어떤지 돌아보고 이를 강화시킬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정책위원장은 “지상파가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어도 제작비가 나올 곳이 없다고 하는데, 언사로 들리지는 않는다”며 “시민사회 역시 지상파 재원의 위기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재송신료 논쟁과 관련한 언론매체의 보도는 이미 자본의 크기에 의해 기울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상파의 갑질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누가 슈퍼갑질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기관에서 개입해야한다고 한다면 그 원칙은 콘텐츠 기반 강화로 가야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토론회에서 MBC 이남표 전문연구위원은 “SK브로드밴드 IPTV ‘Btv’ 홈페이지에서 요금제를 뽑아봤다”며 “IPTV만 볼 때보다는 기가인터넷을 3년 약정(결합상품 가입)하면 훨씬 가격이 저렴해 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가족단위로 가입하면 더 저렴해지더라. 그 속에서 방송콘텐츠의 가치는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계명대 이시훈 교수는 “재원구조 정상화하는 것이 콘텐츠 정상화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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