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황당한 일이 있었다. MBC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 2편의 여운이 길어,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올린 <이것이 바로 엄정화다!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포스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유튜브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재생이 안 됐다. “영상을 재생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른 1만3748명과 포스트를 공유한 400명 중 일부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덕분에 이런 댓글도 달렸다. “허핑턴은 이 영상을 볼 수 있나보죠? 한국어 기사를 읽는 한국인 독자의 국가 한국은 이 영상을 볼 수 없는데, 친절하게 유튜브 영상으로 링크를 하셨네요.”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문제를 인지한 직후 ‘풀빵닷컴’ 소스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노트북과 아이폰이 문제인지 PC화면에서는 영상비율이 안 맞아 일부 화면을 볼 수 없다. 아이폰에서는 아예 재생이 안 된다. 이후 허핑턴은 네이버TV캐스트 소스를 활용해 ‘토토가’ 포스트를 올렸다.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페이스북 포스팅 갈무리.

한국 이용자가 유튜브에서 ‘토토가’ 영상을 못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CJ E&M 등 방송사 연합이 국내 포털에만 영상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스마트폰 맞춤형 영상을 따로 편집, 광고를 붙여 포털을 통해 트래픽을 확보하고, 광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유튜브와 한국의 방송사 연합의 협상이 어그러지면서 유튜브에서 이런 영상을 볼 수 없게 됐다. 유튜브에는 MBCentertainment가 올린 ‘토토가’ 영상이 있지만 재생하면 “동영상을 올린 사용자가 동영상을 해당 국가에서 볼 수 있도록 설정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안내문만 뜬다.

돈 때문이다. 방송사 연합은 뉴미디어 광고 직접영업권을 달랬지만, 글로벌기업 유튜브는 한국에만 특권을 주지 않았다(구글에게 한국은 먼지에 불과하다). ‘유튜브 시장점유율’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포털에게는 ‘콘텐츠’가 중요했고, 네이버와 다음은 방송사 연합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했다.

‘짤방’의 시대, 동영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방송사 연합은 아예 뉴미디어 광고판매대행사 ‘스마트미디어렙(SMR)’까지 차렸다. 포털뿐 아니라 연예기사를 쓰는 매체에도 영상을 제공해 이 매체들과 광고수익을 나눠가질 계획이다. 방송사들은 ‘날품팔이’ 아니 ‘짤방팔이’를 자처했다.

▲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방송사들이 유튜브 한국 이용자들을 차별하고, 유튜브의 5초 광고 대신 15초짜리 광고를 실으면서까지 거둔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방송사와 포털 모두 성과가 있었다. 전자신문이 6일자 9면에 실은 <지상파 품은 포털 스트리밍 방송, UV 지속적 성장세>라는 제목의 기사에 성적이 있다.

전자신문이 인용한 닐슨코리아 자료를 보면, 네이버TV캐스트와 다음TV팟의 12월 셋째 주 순방문자는 각각 237만7055명, 176만4425명이다. “SMR 회원사 7개사가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한 지난 12월1일 이후 양 업체를 합해 UV 수 4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월 첫째 주 191만 명이던 네이버TV캐스트 UV는 46만 명 증가했다. 다음TV팟의 경우, 184만 명에서 8만 명 정도 줄었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유튜브는 11월 마지막 주 590만 명에서 12월 첫 주 525만 명으로 줄고 답보 상태다. 국내 포털로 옮겨온 이용자가 수십만 명은 된다는 이야기다.

더 큰 성과는 모바일웹이다. 네이버TV캐스트와 다음TV팟의 12월 마지막 주 모바일웹 UV 합계는 247만 명으로 유튜브 UV 231만 명을 넘어섰다. 12월22일 유튜브 UV는 231만 명인데, 네이버는 134만 명, 다음은 113만 명이다. 세 플랫폼 모두 증가세이지만 증가율은 국내 포털이 더 높다.

물론 단기간을 분석한 결과이지만 방송사 연합이 대중의 구미에 당기는 클립영상을 많이 만들수록 국내 포털의 점유율은 유튜브를 극복할 수도 있을 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 처지에서는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기 있기 때문에 지금 성과에 만족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방송사 연합이 ‘광고영업을 직접 해보니 어렵다’며 광고 직접영업권을 포기하고 유튜브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을까. 거의 없다. 온라인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 유통업자인 포털의 뒤통수를 치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포털의 파트너 지위를 잃는 것은 큰 손해다.

이제 이용자들이 유명한 짤방을 볼 때마다 방송사와 네이버, 다음이 돈을 벌게 된다. 포털에 걸린 연예기사 안에 들어있는 영상을 봐도 방송사와 매체가 돈을 번다. 자기 상품 가지고 마음대로 돈을 벌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당신들의 전략은 완벽하게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

모바일 퍼스트, N스크린을 운운하면서도 정작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드나드는 한국 이용자는 영상을 못 보게 됐다. 단기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이용자를 차별하면 결국 이용자에게 뒤통수를 맞게 돼 있다. 이용자에게 갑질을 하는 것은 유튜브가 아니라 방송사다. 한마디만 더 하자.

방송사 여러분, 유튜브 ‘블랙아웃’ 해서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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