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규제완화가 골자인 방송법 시행령이 지난 7월20일 공포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후속조치로 고시 제정에 나섰다. 특히 방통위는 운동경기 중계에 한정해온 가상광고를 지상파방송사의 스포츠뉴스와 오락(예능+드라마)까지 허용하는 등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시청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가상광고 고시를 만들었다. (▶링크: 방송통신위원회 가상광고 세부기준안)

방송법 시행령과 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가상광고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에 따르면 △2010년 운동경기 중계방송에 제한적으로 도입됐던 가상광고는 지상파 오락 및 스포츠 분야 보도프로그램으로 확대되고 △유료방송에 한해 허용시간 또한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에서 7로 확대된다. 방통위는 고시를 통해 가상광고를 알리는 자막의 크기를 화면의 16분의 1 이상으로 정하고, 자막에 상품 구매와 이용을 권하는 내용이나 다른 가상광고를 넣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특히 방통위는 가상광고 유형을 소품형 자막형 동영상형 음향사용형으로 나누고 경우(프로그램 진행 중/장면 전환 등 일시 정지)에 따라 일부 유형을 제한했다. 오락/스포츠보도의 경우 방송프로그램 진행 중에는 소품형과 자막형만 허용된다. 운동경기 중계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 진행 중에는 음향사용형 가상광고는 금지된다. 시청권 보호 차원이다. 반면 장면 전환 등 일시 정지의 상태일 경우,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러나 가상광고 허용 대상을 지상파방송사의 예능, 드라마, 스포츠뉴스까지 확대했다는 점은 큰 문제로 보인다. 방통위는 “가상광고 노출을 위해 화면을 인위적으로 정지, 중단, 분할, 축소하는 것을 금지”했으나 “시청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또 오락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동시에 노출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두 광고 크기의 합을 화면의 4분의 1 이하(DMB는 3분의 1)로 규제하고 있긴 하지만 방통위가 고시를 통해 방송광고 결합을 사실상 허용해버린 셈이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프로그램광고, 중간광고, 간접광고, 가상광고, 변종광고를 결합한 방송광고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돼 이득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광고주의 프로그램 개입 수준은 더 높아지고 시청권의 영역은 좁아지는 악영향을 받게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변종 가상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방통위의 가상광고 고시로는 변종 가상광고를 잡아낼 수 없다. 지상파방송사 SBS(대표이사 이웅모)와 LG유플러스(부회장 이상철)는 지난 7월1일자로 SBS 포함 계열 채널에 등장하는 간접광고(PPL)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연동형 T커머스 광고를 시작했는데, 연내 7개 채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 김지은 사무관은 이에 대해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규제기관이 사업자들의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 KT의 T커머스 계열사인 KTH의 연동형 T커머스 광고 (이미지=KTH)

가상광고 허용 사업자와 장르가 늘어나고 가상광고가 중간, 간접, 변종광고와 함께 패키지로 판매된다면 시장규모는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지상파방송사의 가상광고 매출액은 89억원, 유료PP의 매출액을 98억원이다. 2012년 72억원 규모였던 가상광고 시장은 2년 만에 2.5배 이상 성장했다. 김지은 사무관은 “방송광고판매대행자(미디어렙)을 거치지 않는 유료방송PP들이 주로 가상광고를 하기 때문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신사업개발국 해외사업팀이 발행하는 ‘해외광고시장 브리프’ 2015년 여름호를 보면,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앞서 장르 규제를 완화했고 규제 수준 또한 한국과 비슷하지만 사업자들은 ‘자발적 규제’로 시청권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일례로 미국 축구 연맹은 경기장 위에 가상광고를 노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2004년 영화 <스파이더맨2>가 개봉할 당시, 메이저리그 경기장 내 베이스 위에 스파이더맨 로고를 가상광고로 삽입하려던 것도 무산됐다. 방송광고 규제를 강화한 독일의 경우, 방송광고 총량에 가상광고 시간을 포함시켜 가상광고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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