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가 최근 유료방송사업자에 VOD(Video On Demand) 가격을 인상해줄 것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당 천 원인 ‘프로그램 다시보기’ 가격을 CJ E&M의 1500원 수준까지 올리거나 월 정액제 가격을 올려달라는 내용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전송료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상파의 VOD 가격 인상 요청은 재전송료 협상 카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자신문은 16일자 1면 <지상파, 케이블 이어 IPTV에도 ‘CPS’ 인상 요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상파 재전송신료 갈등이 케이블TV에 이어 IPTV 업계로 확대됐다”며 “지상파 방송사가 최근 IPTV 사업자에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올려주든지 주문형비디오(VOD) 공급 가격을 최고 50%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16일 한 IPTV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상파 방송사 한 곳이 공문은 아니지만 문서 형태로 VOD 가격을 CJ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검토해달라는 취지의 문서를 전달했다”며 “그러나 다른 사업자들이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논의를 진행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상파 입장에서야 CJ만큼 받으면 매출도 이익도 늘어나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는 2014년도 재전송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제공사업자(IPTV사업자)는 현재 의무전송채널인 KBS1과 EBS를 제외한 3개 채널(KBS2, MBC, SBS)에 대해 가입자 당 매출(CPS) 중 280원을 ‘지상파 재전송 대가’로 주고 있는데, 지상파는 콘텐츠 수급 등을 이유로 400원으로 인상해 달라는 입장이다. KT미디어허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했지만 올해 대가 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 지상파는 VOD 한 편당 1000원을 과금하지만, CJ 계열 프로그램의 경우 1500원을 받고 있다. 사진은 JTBC 썰전에서 김새롬이 CJ VOD 가격을 말하는 장면 화면 캡처.

CPS 협상과 VOD 가격 인상 요구가 맞물리면서 지상파가 VOD 가격 인상 ‘카드’로 CPS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신문은 “IPTV 업계는 지상파 방송사가 CPS를 인상하기 위해 VOD 가격을 빌미로 사업자를 압박한 것이라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IPTV는 케이블SO와 달리 브라질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 재전송료 협상에서 ‘협회 차원’의 대응을 하지 못한 바 있다. 이런 까닭에 지상파가 IPTV쪽부터 강하게 밀어붙여 CPS 협상을 매듭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IPTV사업자들은 CPS 협상과 VOD 가격 인상 검토는 별개 문제고, 지상파가 요구하는 CPS 400원 안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플러스 관계자는 “CPS 인상 요구와 VOD 가격 인상 요구 둘 다 지속적으로 해 오던 것들”이라며 “두 문제는 별개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상파의 CPS 인상 요구에 대해 KT 관계자는 “지상파가 제시한 ‘인상’ 근거가 미약하다”며 “업계에서는 지상파가 월드컵, 아시안게임 중계권을 비싸게 주고 산 판단 착오로 인한 손해를 유료방송과 가입자에게 전가하려한다고 보는데, 이건 CPS 인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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