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윤태식 이상욱)는 3일 SBS(대표이사 이웅모)와 지역민방 울산방송(대표이사 이상용)이 울산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 JCN울산중앙방송(대표이사 김기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이와 동시에 JCN울산중앙방송이 울산방송에 제기한 반소청구 또한 기각했다. 법원은 지상파가 저작권을 침해받고 있지만,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송신을 통해 지상파가 이득을 본 점 또한 있다고 봤다.

지상파 “콘텐츠 사용료 달라” vs. 케이블 “우리 덕에 지상파 이득”

우선 울산방송은 지난해 JCN울산중앙방송이 자신과 계약을 맺지 않고 울산방송 콘텐츠를 무단으로 재송신해 공중송신권과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콘텐츠 사용료 대가로 48억8425만2520원을 내놓으라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울산방송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SBS 또한 같은 이유로 JCN울산중앙방송에 32억7106만4150원의 손배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JCN울산중앙방송이 자신들에게 가입자당 대가 280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JCN울산중앙방송은 울산방송에 반소를 청구했다. “지상파방송사가 자신들이 제공한 전송설비를 이용해 투자비용을 줄이면서 광고수익을 올렸다”고 주장이다. JCN울산중앙방송은 울산방송에 64억3762만1120원에 이르는 전송선로망이용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울산지법은 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울산방송과 SBS가 저작권으로서 공중송신권과 저작인접권으로서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지상파방송 동시재송신은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된 방송사업의 일환인 점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하여 난시청지역 해소 등 지상파방송의 공공성 달성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 사정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JCN의 반소청구에 대해서도 법원은 울산방송이 JCN울산중앙방송의 선로를 이용하며 방송송출비용 등 비용을 절약하는 만큼 JCN울산중앙방송에 손해를 가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JCN이 주장하는 손해액의 산출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그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지상파 당혹, 케이블 환영… 정부 개입할까?

지상파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CPS 협상을 이끌었던 과거 판결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 MBC 사장)는 3일 오후 “그동안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하고 있는 KBS, MBC는 물론, SBS도 권역 내의 MSO들과 CPS 280원으로 이미 재송신 계약을 체결해 왔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항소와 사실관계 입증을 통해 지상파 콘텐츠의 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사업자들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윤두현)는 “그동안 지상파방송사들이 유료방송사들에게 동일하게 요구해 온 가입자당 재송신 금액이 법원에 의해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현재 서울, 청주, 제주 등에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22건(사업자 기준 56건)의 민·형사 소송 뿐만 아니라 지상파재송신 협상(실시간 방송 및 VOD 등), 정부가 운영 중인 재송신협의체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양측의 이익과 손해를 모두 인정하는 내용이다. 이런 까닭에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재송신 대가산정’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불리한 쪽은 지상파다. 지상파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공동으로 구성한 ‘재송신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나, 이번 판결로 불참 명분을 잃게 됐다. 이 때문에 지상파가 힘싸움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