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7.3 금 18:54
상단여백
HOME 뉴스 기자수첩
바보 같은 지상파를 위한 초간단 방송정책 매뉴얼UHD‧700‧수신료‧중간광고 모두 얻고 싶다면, 이렇게 하라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10.26 18:10

지상파는 위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KBS와 MBC의 광고판매율은 2011년 61.2%에서 2014년 42.5%(8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올림픽과 월드컵 특수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다. SBS 관계자는 “일주일에 완판(완전판매)되는 프로그램이 단 두 개뿐”이라고 말한다. 더이상 광고주들이 지상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방송광고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 최근 광고경기를 고려하더라도 KBS와 MBC의 광고판매율 추락은 지상파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상파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지상파는 지역·중소방송사 결합판매비율도 줄여 자기 몫을 늘리고 싶고, 유료방송처럼 광고규제를 없애고 싶다. 가상광고와 중간광고 규제도 풀고,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콘텐츠 값을 올려 받고 싶은 게 지금 지상파 마음이다. 그런데 지상파가 욕심을 부릴수록 시청자를 포함 이해관계자의 반대 강도도 커지고 있다. UHD방송이 차세대 방송표준이 될 것으로 보이고 자기중심으로 판을 새로 짜고 싶지만 UHD방송용 주파수(700㎒)를 두고 이동통신사와 전쟁 중이다.

   
▲ 삼성 Curved UHDTV. (이미지=삼성전자)

지상파, 공공성에 역주행하다

UHD, 700㎒, 중간광고, 수신료 등 지상파가 원하는 것은 청와대와 국회의 결정에 달렸다. 그리고 정책결정의 핵심은 ‘여론’이다. 지상파가 모두 얻어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 지금 이대로라면 단 하나도 못 얻는다. 왜? 바닥으로 떨어진 저널리즘과 신뢰도, 영향력, 시청률을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 지상파의 전략은 마치 수십 년 전의 사기업 같은 구식의 행태다. 파견직 조연출 시간외수당 폐지부터 자사이기주의 보도까지, 지상파는 지금 오로지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만 보고 질주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바보짓을 한다. MBC는 교양국을 폐지하고 여러 부서이름을 ‘사업부’로 바꿨다. KBS는 이동통신사와 싸우고 있는 최근에도 “수신료 인상을 내년 상반기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BS는 제작비 감축이 빤히 예상되는데도 굳이 수백억 원의 돈을 빌려 사옥을 이전할 계획이다. 헛발질만 하는 지상파 덕에 다른 이해관계자는 마음이 편하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고 촌평했다. 슈퍼갑이던 지상파는 지금 N분의 1로 몰락 중이란 얘기다.

방송통신정책을 취재하는 기자가 보기에 지상파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다. 내년 한미FTA 발효로 방송시장 문이 열리면 지상파의 몰락은 더 빨라질 것이다. 통신재벌이 정부 기술관료와 국회 일부를 포획한 상황을 고려하면 방송의 주도권은 유료방송사업자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KBS는 국영방송이 되고, MBC는 예능전문PP가 되고, EBS는 그냥 망할 판이다. 지상파를 옹호하고 공공성을 방어하고 싶지만 인용할 만한 논리도 전략도 없다. 그래서 지상파 대신 ‘공공성을 위한 매뉴얼’을 제시한다.

   
 

가장 저렴한 ‘유료방송’을 하라

지금 방송판의 90% 이상은 케이블과 IPTV의 플랫폼과 네트워크로 돌아간다. 지상파가 멈춰도 TV는 멈추지 절대 멈추지 않는다. 거실TV에서 스마트폰까지 유료방송사업자가 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자신의 처지부터 인정하자. KBS MBC(+지역MBC) SBS(+지역민방)가 발을 걸치고 있는 지상파DMB도 이미 홈쇼핑이 점령했다. 민간사업자가 손대지 못한 것은 딱 한 곳, 지상파다. 방송광고시장에서 지상파 몫이 줄고, 이용행태도 실시간에서 VOD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는 달라져야 한다.

결국 돈이 있어야 지상파도 살아남을 수 있다. 지상파가 유료방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팔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하는 게 낫다. 지상파 몫이 줄어들 게 빤한 상황에서 유료방송가입가구에 ‘지상파 월정액’ 상품을 계속 구걸할 수는 없다. 접근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IPTV, TVing, 크롬캐스트, 애플TV 같이 돈 많은 기업의 기술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푹(PooQ)은 이미 실패했지 않았나. 지상파는 판을 좀 더 키워, 가장 저렴한 유료방송을 해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무료보편 방송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다. 만약 국내 독점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가 대기업 전유물이 아닌 ‘오픈플랫폼’이 된다면 무료보편 서비스에 가장 가까운 유료방송을 할 수 있다. KT가 반발할 게 빤하지만 위성을 불법으로 매각한 KT가 위성을 독점하는 것보다 이를 사회화해 위성방송 본연의 목적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 직접수신을 늘리면서도 가장 저렴한 유료방송을 할 수 있다.

   
▲ (이미지=스카이라이프 페이스북에서 내려받음)

‘호갱님’ 막을 대안을 자처하라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방송을 ‘스트리밍(다운로드) 미디어콘텐츠’로 만들고, 방송서비스를 이동통신서비스의 부가상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족 두 명 LTE 가입하면 IPTV+인터넷 공짜” 마케팅이 난무하다. 돈에는 장사가 없고, 이용자들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파고들 지점이 있다. 2G에서 4G로 급격히 늘어난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늘었고, 이들에게는 ‘호갱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유료방송사업자가 네트워크를 장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냐고? 방법은 있다.

단초는 KBS가 시범사업 중인 ‘OSP(Open Smart Platform)’에 있다. OSP는 지상파와 그 계열PP, 그리고 공익채널 등 50여개 채널을 ‘안테나’로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VOD는 IP로 다시 보는 방식이다. 이 사업을 ‘지상파+의무전송채널 무료보편 서비스’로 키우고, 정부나 지상파가 공공기관과 도서지역에 이 서비스를 무료로 설치하기만 하면 지상파의 입지는 달라진다. 여기에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로 ‘하루 늦은 다시보기’ 같은 것도 가능하다면 지상파의 접근성은 지금보다 높아진다.

KBS의 OSP는 수신료 인상 명분쌓기용이라는 혐의가 짙다. 이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이 사업 확대는 필수다. 무료보편 방송플랫폼 강화라는 명분에 반대할 수 없는 재벌 대기업 사업자부터 파고 들어갈 수 있다. 정부가 무료보편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사업자에게 인터넷과 WIFI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도록 강제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이통사에 의존하지 않고, 무료보편 방송서비스 지상파DMB의고화질화와 플랫폼 정상화에 성공한다면 지상파도 시청자도 일석이조다.

   
 

‘공공성’ 마케팅으로 정점을 찍어라

사업자들의 권력 포획 작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핵심은 여론이다. 예를 들어 700㎒ 논쟁을 보자. 애초 방송통신위원회는 모바일광개토플랜을 의결하면서 이통사용으로 40㎒를 약속했다. 그런데 지상파 UHD방송을 위해 주파수가 필요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안전망에 대한 필요성이 나오면서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통사의 논리는 ‘10%도 안 되는 직접수신가구에서 수백만 원 하는 UHDTV를 살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UHDTV와 스마트폰 중 무엇이 특수하고 무엇이 보편적이냐’는 것이다.

훌륭한 구호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조차 일부 공감할 정도니 충분히 선동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볼 만하다. 이걸 파고들 지점도 있다. 이동통신은 유료보편이지만 지상파는 무료보편이기 때문이다. KBS를 아무리 많이 보더라도 2500원의 수신료와 전기요금 정도만 들지만, 재벌이 운용하는 이동통신은 이용자가 데이터를 덜 써도 돈을 돌려주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쓰면 돈을 더 받는다. 특히 이통사가 주장하는 ‘데이터 트래픽 급증’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무료보편 서비스 붕괴’다.

지상파는 이 지점을 파고 들어가서 자신이 책임을 지고 공공성을 살리겠다고 주장해야 한다.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중 네트워크로 시장의 주도권이 쏠리고 있지만 나머지 콘텐츠 플랫폼 디바이스에는 아직 싸울 만한 여지가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같은 포털을 지상파·지역·중소방송의 공동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이들과 OTT서비스를 해볼 수도 있다. 삼성·LG전자, 그리고 팬텍과 함께 차세대 DMB를 연구할 수도 있다. 지상파가 나서야 하는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2014년 10월 국회가 미래창조과학부에 700MHz 관련 재논의를 압박하면서 업계는 다시 여론전을 시작했다. (이미지=미디어스 2014년 10월17일 제작 ‘결정적 짤림방지’)

싫다, 그런데 망하게 둘 순 없다

물론 지상파는 공공성 파괴의 주범이자 종범이다.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사를 KT에 넘겨주는 데 일조했고, 직접수신율도 높이지 않았다. 콘텐츠 제값받기 캠페인에 열중하면서도 결국 스스로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 진보진영에는 지상파에 대한 이중적 시선이 있고,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조차 지상파의 주장을 지지하기 곤란해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저널리즘을 망가뜨리고 무료보편 플랫폼도 포기하고 구시대적 기업으로 변신 중인 지상파가 공공성을 말한다? 자격 없다.

미워도 다시 한 번? 골 백번도 넘게 들었다. 권력의 푸들이 된 지상파는 필요없다. 망가진 방송사가 지상파의 지위를 유지하고 전파를 차지하게 두는 것도 옳지 않다며 ‘공영방송 혁신론을 포기하자’는 사람들도 있다. 지상파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 듣지 못할 상황이고 이들에 대한 비판은 지겹다 못해 진저리가 날 정도이지만, 공공성에 대한 요구는 지금 더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유료방송 중심으로 방송판을 재편하고 있지만 지상파는 절대 유료방송에 종속돼서는 안 될 공적 영역이다.

‘지상파 편향’이라는 비난을 각오하고 쓴다. 지상파가 제발 마지막 충고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우선 해직언론인 복직시키고 시사교양국과 보도국을 정상화해 돌아선 시청자에게 손을 잡아 달라 부탁하면 좋겠다. 왕년의 자존심일랑 버리고 tvN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배워 질 좋은 드라마와 예능을 만들면 좋겠다. JTBC의 진정성도 배우면 좋겠다. 그리고 비용 줄인다고 제작사와 비정규직을 쥐어짜지 않으면 좋겠다. 이걸 출발점으로 삼아 달라. 받아들이든 않든 자유겠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장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