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또다시 발표되었다. 의도와 효과를 두고 분석이 분분하다. 갭투자를 잡고 풍선 효과를 누르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해석이 대체로 일치한다. 얼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관측이 엇갈린다.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줄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 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세제나 공급에서 추가 대책이 있지 않으면 상황은 다시 나빠질 거라는 분석,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으로의 풍선 효과는 결국 나타날 것이고 공급 정책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에서 결국 ‘문재인 정권 시즌 2’가 될 거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문재인 정권 시즌 2’라는 프레임이다. 특히 보수세력은 이러한 주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대해선 정파를 막론하고 인정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 원인의 진단은 제각각이다. 가령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세계적으로 넘쳐난 유동성이나 공급 기대 심리 등에 대응하지 못한 한계에 대해 언급한다. 반면 보수세력은 시장원리의 기본인 공급을 도외시하고 세금에만 기댄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여기서는 부동산 정책의 구체적 쟁점이 아니라 '정치적 프레임'에 대해 보자. 문재인 정권 당시 부동산 정책이 정권의 동력 상실로 이어진 것은 정책 실패가 정권이 정체성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진 것에 한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운동권 출신 586들이 자신들은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다 돈을 벌어 놓고는 이후 세대의 자산 축적은 방해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는데, 이게 바로 내로남불’이라는 프레임이 특히 젊은 세대에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이러한 보수정치의 정치적 동원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에는 정권 핵심부의 정책적 태도와 몇 가지 말 실수가 겹친 결과라고 본다. 말 실수라는 것은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생략)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과 같은 발언들이다. 이런 발언이 ‘너는 되고 왜 난 안돼’와 같은 정서에 불을 붙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짚을 수밖에 없는 것은 정책적 태도의 문제이다. 문재인 정권은 초기부터 ‘피플파워’ 정권을 자처했다. 개혁의 심도를 깊이 하고 농도를 짙게 하는 색채를 스스로 부각한 것이다. 이 경우 부동산 시장에 있어서도 뭔가 이전과는 다른 근본적인 다른 틀을 고안해내는 입장이어야 한다. ‘집은 사는(구매) 것이 아니라 사는(거주) 것’과 같은 슬로건이 대표적이다. 당국자의 다주택자들을 향한 “집을 팔 기회를 드린다”는 등의 발언이 ‘앞으로 다주택자여선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러면 주요 공직자들은 과연 다주택자인지 아닌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사람은 언제까지 다주택자였는지 등이 매번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권 시즌 2’라는 함정을 언제나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이재명 정권의 입장에서 보자. 이재명 정권의 시각에서 부동산 시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만일 문재인 정권 때처럼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긴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가령 지금이라면 정권 참여 인사가 ‘내로남불’의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한 사전작업이 이루어진 상황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단지 과열된 일부 지역의 정상화를 목표로 할 뿐이라면 ‘현재의 조치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며 과열이 정상화되면 곧 원래의 룰로 돌아간다’는 취지의 정치적 신호를 줘야 할 것이다.
“수억, 수십억 원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이 맞느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은 ‘룰’의 문제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를 떠올리게 한다. 이를 빌미삼아 보수세력은 김병기 원내대표의 과거 부동산 거래 이력을 시작으로 정권 주요 인사들의 주택 보유 현황 등을 파악하는 등 ‘문재인 정권 시즌 2’ 공세로 넘어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중도 보수’를 자처한 것은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내란을 수습하고 나라를 정상화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에서 후자를 연상하게 한다. 그런 방향이라면 앞서 언급한 대로 주요 정책에 대한 메시지도 그에 맞게 나와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느 쪽인가?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선을 분명하게 그어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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