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이용자 정보를 취득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거치도록 관련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10일 "42년 전 법제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25일 국회의장에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제도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연합뉴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은 수사기관 등이 재판이나 수사를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가입일·해지일 등 '통신이용자정보' 제출을 요청하면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인권위는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보급되지 않았던 환경에서 마련된 제도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며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통신이용자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수사기관에 도입되면서 이용자 정보가 알고리즘에 의해 대규모로 수집·분석·예측되거나 개인의 행동 패턴·사회적 관계·정치 성향 등 민감한 정보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범죄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인적사항이 수집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과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8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언론인 사찰 규탄 및 통신이용자정보 무단 수집 근절 방안 기자회견에 앞서 전화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8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언론인 사찰 규탄 및 통신이용자정보 무단 수집 근절 방안 기자회견에 앞서 전화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권위는 법원의 허가 절차 마련 전이라도 국민의 기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정보 제공 제한 ▲취득정보의 폐기 ▲목적 외 사용금지 ▲비밀유지의무 ▲적극적 정보공개 ▲가이드라인 수립 ▲기관 자체 심사절차 마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최종견해에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제도에 우려를 표하고 법률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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