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정청래 후보가 국민의힘 정당해산·의원제명을 공약한 데 대해 '현실성이 떨어지고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12·3 내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되지만 지지층만 바라보는 공약으로 비현실·비민주적 약속을 남발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오는 8월 2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를 선출한다. 민주당 대표 선거는 대의원 투표 15%, 권리당원 투표 55%,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TV토론회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TV토론회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당대표 후보 사이에서 선명성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정청래 후보는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정당해산 심판 청구 주체를 정부에서 국회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정 후보는 "내란동조 등 비민주적·위헌적 행위를 저지른 정당은 해산청구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국회 역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 후보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약속했다. 정 후보는 "법원에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지귀연 판사 같은 류가 있고, 내란 피의자 상습적 영장 기각 판사류가 암약하고 있는 한 내란특별재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내란 척결의 훼방꾼들은 또 하나의 내란동조 세력일 뿐"이라고 했다. 

박찬대 후보는 내란범 배출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차단하는 내용의 내란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박 후보는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에 대해 국민혈세로 내란을 옹호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내란 종식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의 내란특별법은 내란재판특별재판부 설치, 내란범 사면·복권 제한, 내란을 자수·자백한 자에 대한 처벌감면 조처 등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에 민주당 의원 115명이 참여했다. 

이어 박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 의원 45명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했다. 박 후보는 "법과 공권력을 향해 등을 돌리고 윤석열 얼굴만 바라보던 인간 방패 45인은 명백한 내란 동조범"이라고 했다. 

28일 경향신문은 사설 <‘찐명·선명성’ 경쟁만 하는 민주당 전대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서 "내란 종식 해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헌정질서를 무시하고, '정치 회복'보다 '반정치'만 난무하는 발상이 많아 우려스럽다"며 "이재명 정부 첫 집권여당 전대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냉철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원직 제명은 의원 200명이 찬성해야 하고, 정당의 심판·해산도 사실상 국민이 선거로 결정해야 한단 것이 헌법 정신"이라며 "두 후보의 극단적 주장은 권리당원(55%)과 대의원(15%) 비중이 높은 전대 룰을 겨냥한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경향신문은 국회 과반수로 의결할 수 있는 내란 연루자 체포동의안을 어김없이 처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특별재판부와 정당 해산은 위헌 시비가 불가피하고, 극도의 정치 갈등과 국론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그 강성 구호 속에서 내란 후의 국가 정상화 조치, 대미 관세 협상과 폭우·폭염, 고물가같이 중차대한 경제·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 아닌가. 집권여당에 어울리지 않는 ‘그들만의 전대’로 함몰되고 있지 않은지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찐명' 경쟁만 보인다는 혹평도 나온다며 "이러다 민심의 가교 역할보다 '용산 출장소'로 전락한 여당의 흑역사가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국민의힘 나경원, 유상범, 김석기, 김기현 등 의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국민의힘 나경원, 유상범, 김석기, 김기현 등 의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는 칼럼 <내란 동조 국민의힘 해산론은 반민주적 폭력이다>에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비극이 요즘 국민의힘 해산이라는 희극으로 재연되는 모양새"라며 정청래 후보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해산론에 맞장구를 치며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기자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헌재에 국민의힘 해산 심판 청구를 할 가능성은 낮고, 설령 정부가 해산 청구를 하더라도 헌재가 해산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정청래 후보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에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우리가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이 해산 청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기자는 지난 21일 김상환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재정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의 질의를 전했다.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피청구인 대리인이었던 이 위원장은 "독일은 최근 극우 정당인 독일민족민주당에 대해 4년 넘게 충분한 심리를 통해서 결국은 헌법재판소 판단을 자제했다. 국민이 선출한 정당, 이후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심판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라는 판단 때문"이라며 "국민이 선출한 정당의 정치인들이 있는 정당의 해산과 관련해 저는 그 역할은 국민에 의해 이끌어져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위대한 국민께 맡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저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론이 어떻든, 구체적 내용은 어떻든 간에 제시한 법리 자체는 위원장의 말씀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결국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법치주의적 제한이라는 것은 가능하면 경계해야 하고 겸억되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된다"며 "법관으로서 재판을 하면서 항상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크게 공감한다"고 했다. 

성 기자는 "내란 우두머리와 중요 임무 종사자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관용을 베풀면 안 된다"며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을 해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정당에 대한 심판은 선거에서 표로 하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일보는 사설 < “국힘 해산·의원 제명”, 與 당 대표 후보들의 도 넘은 공약>에서 "정·박 의원은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 정치인인데 법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위헌 소지가 크고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공약이 당 대표 경선을 좌지우지하는 강성 지지층에 먹히기 때문"이라며 "룰이 이러니 후보 탓만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경선 룰이 지지층만 바라보는 외눈박이 정치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여당이 강성으로 치달으면 필연적으로 갈등 정치를 낳는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여당이 라이벌 정당을 말살하겠다는 듯이 공격하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협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여당은 제1야당을 겨냥해 정당 해산과 의원 제명을 추진한다고 하니 어느 쪽이 진의인지 국민은 혼란스럽다. 여당은 절제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야당 공격으로 선명성 경쟁…막가는 집권 여당 대표 경선>에서 "지난 탄핵 정국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구하기’에 나선 것을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비판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의원 제명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며 "야당 의원 45명을 제명한다는 건 야당을 공중분해하고 국회를 민주당 1당 체제로 만들겠다는 소리"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국회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던진 1439만 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여야 관계를 끝장내고 나라만 혼란스럽게 만들 뿐 헌재가 해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심지어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를 만들자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특정 사건만을 다루는 재판부를 만든다는 건 명백한 법치주의 파괴"라며 "두 사람은 당 대표가 되면 진짜로 국민의힘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작정인가. 야당 의원 45명 제명을 추진하고 당 해산을 시도한다면 사실상 정치적 내전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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