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노동계는 “다소 아쉬운면도 있지만 진일보한 법안”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 환노위는 전체회의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의원들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노동자에게 원청 사용자에 대한 교섭권을 부여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다. 노란봉투법은 2023년 11월, 2024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이후 민주당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재추진해왔다.
노조법 2조 1·2항 근로자·사용자 정의는 기존안과 동일하다. 하지만 노조법 2조의 ‘사용자’ 범위가 확대됐다.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경우 사용자로 간주하도록 했다. 하청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이와 함께 노조법 2조 5항 노동쟁의 정의가 수정됐다. 현행법은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개정안은 여기에 ‘근로자의 지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외주화 등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이 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노동쟁의는 파업 등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인 만큼, 노동계는 해고자 복직이나 단체협약 위반 같은 사안도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국민의힘이 중도 퇴장한 이유 중 하나다.
3조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구체화됐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 또는 노동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했다.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노동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일정 기준에 따라 노동자 책임 비율을 제한하도록 했다. 책임 비율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 정도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 금액 등이 규정됐다.
또한 개정안은 사용자가 ‘노조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손해배상 의무자인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법원에 손해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때 법원은 배상 의무자의 경제상태, 부양의무 등을 고려해 감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원청이 노조와 노동자에게 터무니없는 손배액을 청구할 경우 노동자 측에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제는 해고를 막기 위한 투쟁도, 사측의 약속 위반에 대응한 투쟁도 정당한 권리로서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며 “하청·용역·파견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교섭권과 노동3권을 보장하는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온 ‘손배 폭탄’에 제동이 걸렸다”며 “수년간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노동자들을 무권리 상태로 내몰았던 노동조합법이 이제 조금이나마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고 했다.
다만 민주노총은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포함하지 못했다. 배달노동자,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등 전국 수십만 명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며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전면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명확히 인정받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다소 아쉬운면도 있지만 진일보한 법안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한국노총은 “쟁의행위의 범위는 기존 윤석열 거부안에서 후퇴한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에 권리분쟁을 이유로 하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또한 한국노총은 “개정된 손해배상 청구 제한 관련 조항으로는 사용자의 손배를 제한하자는 애초 취지를 달성하기에 다소 미흡해 보인다”며 “한국노총은 노조할 권리 밖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뭉치고 교섭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자는 개정 취지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개정 노조법 시대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어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상법 및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돼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노사관계 안정성도 훼손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오는 8월 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회의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정안 처리 시점에 대해 “(원내지도부에서) 맞춰보지 않을까 싶다. 제 권한을 떠난 일”이라면서도 “(상임위에서) 됐으니 빨리 처리되는 게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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