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현대자동차가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75세 노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할 예정이라는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 소송을 멈추지 않으면서 '소취하' '종결' 등의 표현으로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인륜적인 현대차가 불법 파견에 저항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배 소송을 이어가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가 사망 노동자의 75세 노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이어가려다 논란이 일자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 (사진=연합뉴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SNS)
현대자동차가 사망 노동자의 75세 노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이어가려다 논란이 일자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 (사진=연합뉴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SNS)

24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SNS를 통해 현대차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관련 소송이 유지되기 위해서 절차상 고인의 상속인에 대한 소송수계 신청이 불가피했다"며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내에 고인의 모친에 대한 소를 취하하여 종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 활동가는 "소송수계를 철회하더라도 사건 자체를 소취하하지 않는 이상 사건은 존재한다. 말장난"이라며 "현대차는 말장난 그만하고 유죄판결 난 불법파견에 대해 저항한 이유로 제기된 손배소 모두를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이날 손잡고는 성명을 내어 "패륜앞에 사과 한 마디 없는 현대차에 유감을 표한다"며 "현대차 측은 '소취하'와 '종결'이라는 표현을 써 마치 소송 자체가 종결되는 양 호도하고 있다. 손배 소송 자체는 취하되지 않았다. 그대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손잡고는 "노모는 애초에 손배 청구 대상이 아니었다. '소취하'가 아니라 정확히는 '소송수계 철회'가 맞다"며 "현대차는 사태를 키운 데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었으며 당연한 절차를 한 양 해명에 급급했을 뿐"이라고 했다. 

손잡고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죽어서도 손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족들까지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는 데 있다"고 잘라 말했다. 손잡고는 "불법파견에 대항한 이들 중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끝까지 해 정규직이 된 이들과 연대자에 대한 손배 소송만 콕 집어 유지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유가족 소송수계와 같은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불법파견 피해자와 연대자에 제기한 남은 소송 전부를 취하하는 것이 피해에 대한 회복이며 속죄"라고 했다. 

최근 현대차는 지난 1월 숨진 송 모씨 사건 2건과 관련해 송 씨 대신 상속인인 75세 노모에게 손배 책임을 물어달라는 취지의 소송수계 신청서를 울산지법과 부산고법에 제출했다. 송 씨는 지난 2003년 1월부터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한 노동자로, 2010년 11월과 2013년 7월 현대차 불법파견 시정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참여해 1시간가량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현대차는 송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수십 명에 대해 손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현대차의 특별채용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소송이 취하되어 송 씨 등 6명의 노동자만 소송 당사자로 남아 있었다. 송 씨는 법원에서 현대차 소속 노동자로 인정 받았다. 대법원은 2022년 10월 송 씨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해 현대차가 19년 동안 불법파견 고용을 한 책임이 있다며 송 씨를 현대차 소속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송 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돼 일하다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 울산지법·부산고법에서 진행 중인 송 씨 재판은 파기환송심이다. 울산지법은 송 씨 등 5명에게 2312만 원, 부산고법은 송 씨 등 2명에게 3750만 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3년 6월 파업 당시 발생한 손해가 추가생산 등으로 회복된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배상이 선고된 두 사건 원금은 6062만 원이지만 그동안 쌓인 지연이자가 1억 7733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대차의 소송수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송 씨의 노모가 2억 원이 넘는 소송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노동자 손배소 전면 취하 요구' 기자회견 (사진=민주당 김주영 의원 페이스북)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노동자 손배소 전면 취하 요구' 기자회견 (사진=민주당 김주영 의원 페이스북)

지난 23일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관계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에 손배 청구 소송 전면 취하를 요구했다. 민병덕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불법은 현대차가 했다.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고 시정명령 내렸고 대법원도 불법파견을 확정했다"며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왜 필요한지 현대차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 죽음, 이 모욕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소송수계라는 것은 일반적인 민사 소송 절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송도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소송수계가 단순 절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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