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결국 자진사퇴했다. 언론 보도와 당내외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밀어 붙이려다가 여론 부담에 포기한 모양새가 명확하다. 이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짚고 어떻게 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할 때이다.
일각에서는 강선우 후보자 사례를 두고 ‘낙마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단기적으로만 판단한다면 그런 주장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주식시장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문재인 정권의 사례를 되돌아 보길 권한다.
당시 정권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 강행했을 때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2020년 총선에서 승리했을 때도 ‘조국 변수는 영향 없었다’고들 했다. 그러나 그게 어떤 형태로든 정권이 교체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이제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조국 전 장관 변수를 정치적으로 유능하게 다루지 못해 윤석열이 정치적 대안으로 조명됐고, 그를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지식인인 양 하는 논리가 일부에서 설득력을 갖고 유통됐기 때문이다.

물론 강선우 의원을 이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 당시 조국 전 장관 정도의 위상을 갖는 인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 최대한 반대파에게 빌미를 주지 않는 방식의 통치를 해야 할 필요성을 문재인 정권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제기된 의혹 만큼이나 좋지 않은 신호가 된 게 여당의 방어적 태도이다. 여당 소속 인사들은 연일 공중파 등에 나와 강선우 후보자를 방어했는데, 물론 여당 인사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방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를 위해 동원하는 논리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일반 회사에서의 갑질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거나 갑질과는 다른 맥락의 발언을 하는 보좌진도 있다는 식의 논리는 정치적 파장을 오히려 키울 수밖에 없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은 일반 직장인과 시각이 전혀 다르구나’, ‘실제 고용주 입장에서 보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만하다.
이런 상황이 권토중래를 노리는 보수진영의 ‘프레임 짜기’에 이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재명 정권은 ‘갑질 정권’이 되어 기득권으로 치환될 것이고 여당과 지지층은 이를 덮어놓고 방어하는, 기득권의 일부로 묘사될 것이다. 보수정치는 자신들을 또다시 기득권에 도전하는 ‘을’로 포장할 것이다.
물론 보수정치가 12.3 내란과 단절하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져있는 이때 이러한 ‘프레임 짜기’가 성공적으로 되리라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국정농단 때 다들 경험했듯 이러한 정치적 호시절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 사분오열되며 그야말로 암흑 속으로 들어갔던 보수정치가 상대방인 문재인 정권을 ‘프레임’으로 포위하고 부활을 모색하는 데에는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할 차례다. 먼저 인사검증 구조의 개선이다. 대통령실도 인정했듯 인사검증 절차는 보완이 필요하다. 지금도 민정수석실 등이 1차 검증을 진행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여하는 인사위가 진행되는 등 기본적인 구조는 갖춰져 있다지만 대통령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신뢰하는 참모들이 검증을 주도하는 탓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실효적인 검증보다는 코드를 맞추는 검증에 방점이 찍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여기서 나온다. 따라서 방식을 어떻게 하든 인사검증 과정에 일종의 ‘레드팀’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마음에 걸리는 게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을 둘러싼 논란이다. 최동석 처장은 과거 여러 부적절한 발언을 인터넷상에서 했다는 이유로 문제제기의 대상이 되어 있다. 국회에 출석해 이 대목에 대한 해명을 시도했으나 ‘기억에 없다’와 ‘모른다’로 일관해 성의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사혁신처장은 인사와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 외의 모든 인물에 박한 평가를 내리며 금도를 벗어나는 발언까지 감수한 인물이 이런 역할을 하면 인사 기준에 지속적인 의문이 가해질 수 있다. 인사와 관련된 어떤 결정이 될 때마다 최동석 처장의 발언과 태도가 ‘소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낫다. 한 발 후퇴했으니까 절대로 한 발 더 물러서는 것은 안 된다는 식의 대응은 부작용만을 초래한다. 이 정권이 정리할 것을 한꺼번에 정리한 후 모범적인 통치의 모습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100점짜리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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