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인사청문회 일정이 시작됐는데 모양새가 좋지 않다. 여론이 포인트는 일단 두 사람에게 맞춰진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다. 이진숙 후보자는 논문, 자녀 유학, 대학 총장 시절 리더십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강선우 후보자는 보좌진에 대한 갑질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 중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14일 진행됐다. 애초 강선우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버리라고 시켰다든가 비데 수리를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해당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에 대해 법적조치를 고려한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내놓은 바 있었다. 그런데 청문회 자리에서는 다른 태도였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했고 상처를 받은 보좌진에 대해 사과한다는 발언도 했다. ‘말 바꾸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애초 법적조치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없고, 알려진 입장은 내부 검토 중 흘러나온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의혹의 사실관계에 대해선 인정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애매한 답변이 이어졌다. 쓰레기 문제는 ‘전날 먹던 음식을 아침으로 먹으려고 가지고 나왔다가 다 먹지 못해 차에 남겨 놓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이러면 논의는 ‘음식물 쓰레기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차원으로 가야 한다. 집의 비데를 고쳐달라고 했다는 문제에 대해선 국회의 보좌진이 아닌 지역사무소의 보좌진에게 조언을 구하고 부탁을 했을 뿐이라면서 “부당한 업무 지시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차마 생각 못 했다”고 했는데, 그나마 이 대목은 ‘사실 인정’에 가까운 답변으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강선우 후보자의 답변은 차마 직접적인 언급을 대놓고 할 수 없었던 것뿐, 사실상 사실관계 전반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직전까지는 ‘법적조치’까지 고려한 강한 부인을 기반으로 대응전략을 짰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조를 급전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와 관련해선 청문회가 진행되는 과정에 SBS의 추가 보도가 나온 게 하나의 단서가 된다. SBS는 강선우 후보자가 “현관 앞에 박스를 내놨으니 지역구 사무실 건물로 가져가 버리라”고 보좌진에게 지시하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또, 강선우 후보자는 SBS에 “퇴직한 보좌진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한 것으로도 보도됐다. 청문회에서 강한 부인으로 대응했는데 이러한 추가 보도가 나오면 정치적 타격이 커질테니 대응 방향을 바꾼 게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반응도 강선우 후보자 태도 변화 이유를 추론할 수 있는 단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원내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갑질은 (주관적) 인식의 문제이니 상대방이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그런 점에선 강 후보자가 진정성 있게 잘 소명한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지도부 소속 의원도 “국민들이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강 후보자가) 차분하게 잘 소명했다고 본다”, “임명을 반대했던 시민단체도 청문회를 보고 입장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고 한다. 강선우 후보자가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 게 아니라 자세를 낮추고 사과 의사를 표한 것 등이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그나마 방어하기 쉬워졌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게 확인되는 대목이다.

만일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릴 요량이었다면 증인 출석 등이 제대로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가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식의 요식행위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의 역할을 맡아야 할 보수야당은 내란과 전 정권 핵심의 온갖 비리에 정치적으로 연루된 상태라는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강선우 후보자는 현직 의원이다. 자진사퇴 하더라도 커튼 뒤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입장에서 낙마는 쉽지 않다. 여당은 애초 ‘단 한 명의 낙마도 없을 것’이라는 기류에서 후퇴한 상태다. 낙마를 허용한다면 그것은 이진숙 후보자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론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인다. ‘논란이 있었지만 반성하고 보좌진에 사과했다’는 명분으로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어차피 그렇게 할 거면 몇 가지는 더불어 이루어야 한다. 첫째, 집권세력이 국회 보좌진의 처우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 국회에서 납득이 어려운 황당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국회의원들 자신이 더욱 잘 알 것이다. 둘째, 유보적으로 답변을 해놓은 상황인 젠더 의제들에 대해 장관이 된 이후 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 이미 비동의 강간죄, 포괄적 성교육,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에 대해 유보적 입장으로 답변을 제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명 과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적어도 장관 업무 수행에 있어선 기대를 상회하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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