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보좌진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여가부 장관뿐만 아니라 다른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강 후보자의 조직 내 권력관계에 대한 감수성과 성평등 정책에 대한 인식이 모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SBS는 지난 9일 강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쓰레기 수거·변기 수리 등 집안일 지시를 했다는 의원실 전직 직원의 증언을 보도했다. 강 후보자는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있던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쓰레기 처리 문제와 관련해 "택배 상자나 전날 먹고 남은 음식을 차에 갖고 탄 적이 있다"고 해명했고, 갑질 피해를 제기한 보좌진들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예고한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SBS 후속보도를 통해 강 후보자가 보좌진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공개되며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강 후보자는 자신의 집으로 보좌진을 부르면서 "현관 앞에 박스를 내놨으니 지역구 사무실 건물로 가져가 버리라"고 했고, 9일 SBS에 보낸 답변서에서는 "퇴직한 보좌진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는 “매끄럽지 못한 메시지 처리로 혼란을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법적 조치를 해 놓고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이나 분명히 법적 조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강 후보자에 대해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소명 여부와 그것의 설득력 여부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15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논평을 내어 “강선우 후보자는 제기된 갑질 의혹에 대해 의혹이 과장되었다고 잘라 말했다”며 “그러면서도 변기 수리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은 ‘지역 보좌관에게 조언을 구하고 부탁했다’고 발언했다”고 비판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 답변은 그 자체로 강선우 후보자가 누렸던 위력의 양상을 보여준다”며 “공적 업무와 갑질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자는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여가부 장관뿐만 아니라 다른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겨레·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 “입증책임의 전환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현재 찬반 의견이 나눠진 갈등 요소가 많은 사항”이라며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으며 생활동반자법에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개인의 존엄과 평등 앞에 ‘사회적 합의’라는 말은 폭력적 언어”라며 “결국 기득권의 요구 뒤에 숨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성계가 오랫동안 요구했던 핵심 의제조차 귀담아 듣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여가부 장관이 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날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내어 “후보자는 차별금지법, 포괄적 성교육, 비동의 강간죄와 같은 핵심 과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와 국제 인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입장이며, 성평등 정책 과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의지와 계획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단체연합은 “윤석열 정권의 여가부 폐지 시도 등 반여성 기조로 인해 국가 성평등 정책과 체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정부 정책 전반에서 여성과 성평등 이슈가 사실상 삭제됐고, 여가부는 실질적으로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라며 “여가부는 더 이상 명목상의 부처가 아니라 실질적 정책 집행과 사회변화를 이끌 부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단체연합은 “이재명 대통령은 강선우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고, 국가 성평등 정책을 온전히 이끌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인물을 다시 지명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가 성평등 정책 복원과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최소한의 자질과 능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는 후보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번 정부가 그리는 여성가족부의 상이 명확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의전화는 “지난 6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가부 차관에게 수많은 현안을 차치하고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느냐’라고 물은 사실, ‘우리 정부는 여가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해서 폭넓게 그런 것들을 좀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이번 정부가 여가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추정해 볼 수 있는 단서”라고 했다.
여성의전화는 "여가부에(기관장 사건신고) 전담창구가 설치된 것은 조직 내 ‘권력’에 의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피해자들은 이용할 수 없는 창구”라며 “자정이 넘도록 진행된 인사청문회가 남긴 단어는 강 후보자가 권력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갑질의혹’이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전화는 “무엇보다 여가부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부처인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는 여성가족부에 대한 상을 고쳐 그려라. 그리고 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인사를 하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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