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편 제작 과정에서 ‘조그마한 파우치 대담’ 내용을 빼라는 간부들의 지시가 계속됐다고 폭로한 가운데 기자협회가 “철저히 따져,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기획 창’은 KBS 기자들이 제작하는 시사 다큐 프로그램이다.
KBS 기자협회는 16일 저녁 성명을 내어 “제작진이 그동안 제작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폭로한 입장문의 내용을 보면 정말 충격적”이라면서 “무엇보다 놀라운 건 방송 사고를 막고 방송 결방을 막을 책임이 있는 사측이 되레 방송 결방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사측의 일방적인 수정안을 받아들이도록 한 점”이라고 비판했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 3인은 앞서 기명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여러분 저를 믿으시죠Ⅱ> 편 방송 전까지 간부들의 끊임없는 수정 요구를 받았다며 당시 외압 상황을 전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은 박장범 사장이 앵커 시절 윤 대통령과 진행한 ‘조그마한 파우치’ 대담 내용 편집과 대담 여파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제작진은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이 ▲‘파우치’ 내용 편집 지시 ▲팀장·부장·국장관의 논의를 거쳐 완성된 원고에 대한 여러 차례 수정 지시 ▲야당의 ‘줄탄핵’ 내용 추가 요구 ▲‘체포 거부하는 대통령’ 부분 내레이션 삭제 요구 ▲‘대통령과 우두머리’ 제목에 ‘혐의’ 추가 지시 등을 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14일 오후 3시 임시 공방위 개최를 요구하며 공방위가 열리지 않을 시 프로그램을 순연시키겠다는 공문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보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19분 ‘시사기획 창’은 편성에서 삭제됐다.
제작진은 이 같은 간부들의 지시가 “명백한 편성 규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KBS 편성규약 6조 2항은 ‘취재·제작 책임자가 실무자 자율성을 존중하고 구체적인 취재·제작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6조 4항은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편성규약 7조 4항은 ‘실무자는 직업적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나 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자협회는 “피땀 어린 노력이 서린 제작물은 제작진에게는 자식과도 다름없는 존재”라면서 “그런데 사측은 그 방송제작물을 마치 인질처럼 취급하며 사측의 주장을 강요한 것이다. 특히 이런 일을 직접 진두지휘한 사람이 보도시사본부장이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는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제작진과 책임자 측의 의견 충돌은 종종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총괄책임자로서 사안을 중재하고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는 책임이 본부장에게 있다”면서 “하지만 본부장이 앞장서서 제작진에게 의견을 강요하고 수정을 지시하는 일은 과거 엄중했던 시기에도 차마 엄두도 못 내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는 이 본부장을 향해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를 비판하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려 했던 ‘창’의 원고를 무슨 이유로 난도질한 것인가, 무슨 이유로 원고 수정을 지시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기자협회는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제작 과정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도위원회 등을 통해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며 “그 결과 드러난 편성규약 위반 등 부당한 사항에 대해선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BS는 “KBS 보도시사본부장의 불방 지시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보도시사본부장은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성 훼손 위험성이 있는 일부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제작과 편성 과정에서 제작 실무자와 책임자 간의 이견은 상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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