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사장 박장범) 사측이 ‘편성위원회 재구성’을 방송3법 개정을 이유로 거부해 기자·PD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KBS 기자협회, PD협회는 30일 내부 게시판에 공동성명을 내고 사측이 전체 편성위 재구성 요구를 지난 28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들 협회에 따르면 사측은 “전체 편성위 재구성은 방송법 개정이 완료되면 개정 법률안의 내용을 숙고해 편성규약에 반영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들 단체는 사측의 전체 편성위 거부 이유에 대해 ▲신법과 충돌하지 않는 기존 방송편성규약의 내용은 유효하다 ▲방송편성규약 개정은 사측의 일방적 권한이 아닌 노사 또는 책임자 대표와 실무자 대표가 협의 내지 합의할 사항이다 ▲방송법에 근거한 방송편성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준수할 의지도 없는 자는 공영방송의 집행기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될 예정인 방송3법은 ‘노사 동수 편성위 설치 의무화 및 편성규약 위반 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현행 KBS 방송편성규약 9조 5항은 ‘대표노조가 없거나 단체협약이 실효된 경우, 전체 편성위원회의 취재 및 제작 실무자 위원은 보도와 TV, 라디오 편성위원회 대표 3명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이 대표를 맡고, 나머지 위원 2명을 지명한다. KBS 편성규약은 방송법 제4조 4항(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근거하고 있다.
편성위는 보도·TV·라디오 등 분야별 편성위와 지역 편성위, 전체 편성위로 구성된다. 편성위는 방송 공정성·공익성 훼손이나 제작 자율성 침해 등 논란이 발생했을 때 소집되며, 취재·제작자의 권한 보장과 자율성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지난 22일 기자·PD협회는 편성위가 무력화됐고, 기능을 대신하던 KBS 단체협약에 따라 설치된 ‘공정방송위원회’ 운영도 지난해 6월 단협 실효 이후 사측의 거부로 파행을 겪고 있다며 전체 편성위 재편을 요구했다.

지난 3월 11일 사측이 개별 교섭을 선언한 이후 전체 편성위를 대신하던 공방위는 무력화됐다. KBS에 교섭대표 노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편성규약상 교섭대표 노조의 공방위가 전체 편성위 기능을 대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방위는 지난해 12월 이후 열리지 않았으며 TV 편성위는 사측이 실무자 측의 안건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보도 편성위는 3개월의 1번 꼴로 열렸다.
일례로 지난 6월 KBS 기자협회는 ‘KBS 대선보도 평가’를 위한 보도편성위 개최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개최하기 이르다’고 거부했다. 또 지난 3월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2부‘ 편이 편성 삭제 논란 끝에 순연 방송돼 PD협회는 TV편성위 개최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긴급 공방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기자·PD협회는 사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방송3법과 현행 방송편성규약 9조 5항은 충돌하지 않고 강조했다. 이들 협회는 “방송법 개정안이 예정한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와 현행 방송편성규약상 분야별 편성위 대표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방송법이 개정을 앞두고 있으니 현행 규약을 근거로 전체 편성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법 개정안은 의견 청취에 더해 규약 제·개정 시 책임자와 실무자 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사측의 일방적 행위로 개정할 사안이 아니고 실무자 대표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함께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 협회는 “방송법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라고 한 목적은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면서 “이는 공영방송의 수장과 임원이라면 가슴 깊이 새기고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협회는 ‘단협이 빨리 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 ‘대표 노조와 먼저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인사청문회 당시 박장범 사장의 발언을 가리키며 “8달이 지났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교섭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협회는 “심지어 사측은 교섭 과정에서 전체 편성위를 대신해온 공방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개악안만 들이밀고 있다”면서 사측이 ‘공정방송 핵심 근로조건 문구 삭제’ ‘제작자 대상 책임자로 확대’ ‘책임자 결정 존중 문구 추가’ ‘공방위 안건 사안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협회는 “내란죄 수사처럼 다뤄야 할 아이템을 다루고, 노골적 민원처럼 다루면 안 될 아이템을 다루지 않는 게 공정방송의 기본일 텐데, 그건 편성·편집권이라며 도망갈 구석만 만들려고 했다”며 “심지어 임명동의제는 통째로 삭제한 안을 들고 왔다”고 비판했다.
이들 협회는 “박장범 사장에게 촉구한다. (중략)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을 위해 건강한 노사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 첫걸음은 전체 편성위 재구성과 정상화”라며 “또 다시 거부한다면, 당신이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자격 없다는 이유를 또 하나 쌓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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