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시청자위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보도와 관련해 ‘탄핵 찬성’ 참석자 인터뷰만 실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보도책임자는 당시 취재기자들이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에게 위협을 느꼈다고 답했다. 다른 시청자위원은 간부 외압 의혹이 불거진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에 대해 호평하면서 20분으로 압축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2기 KBS시청자위원회(사진=KBS 홈페이지)
32기 KBS시청자위원회(사진=KBS 홈페이지)

지난달 16일 열린 KBS시청자위원회에서 자유언론국민연합 추천 노현숙 위원(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수)은 ”대통령 관저 부근 탄핵 찬·반 집회에 대해 다른 방송사와 달리 비교적 균형적으로 양쪽을 다 보도해 공정한 방송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다”면서 “5~6일 방송을 봤는데, 탄핵 찬성 집회 인터뷰만 나왔다”고 말했다. 

노 위원은 “(KBS가)‘탄핵 반대 집회' 인터뷰는 위험성이 있어서 안 했다고 말했는데, 제가 직접 집회 장소를 쭉 봤다”면서 “위험성이라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많은 유튜버와 방송사들이 나와서 인터뷰에 자유롭게, 굉장히 즐겁게 응해 주는 것을 봤기 때문에 (위험성 답변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한쪽만 인터뷰한 것 때문에 ’역시 KBS는 편파적 방송이다‘라는 부정적 댓글이 많더라. 그런 부분적인 것 때문에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또 노 위원은 ’탄핵 찬·반 집회 보도‘에서 현장 영상이 거꾸로 사용된 방송 사고를 거론하며 “사과방송을 빠르게 냈기 때문에 이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인다”면서 “이런 문제가 실수인지 고의인지 발생했는데, 이게 어디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그런 것도 궁금했다”고 말했다. 

1월 5일 KBS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1월 5일 KBS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정인성 보도국장은 “제가 알아보니 당일 취재 기자와 촬영 기자의 안전이라는 게 결국, 집회 참가자들한테 약간 위협을 느꼈던 것 같다”며 “가급적이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케치나 인터뷰나 녹취 (균형을)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보도국장은 “미흡한 부분은 계속 지적해 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보도국장은 ’집회 현장 영상 오사용‘과 관련해 “전화 연결을 했는데, 당초 만들었던 그림 길이보다 전화 오디오가 짧게 끝나다 보니, 앞부분 그림 뒷부분 오디오가 들어가면서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명백하게 잘못된 화면이 나갔기 때문에 9시 뉴스에서 사과했고, 회사 차원에서도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추천 이상기 위원(아시아엔 발행인)은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을 거론하며 “최근의 사태에 대해 순발력 있게 잘한 것 같다. (방송시간이) 47분 정도 되는데 윤 대통령의 혐의 이런 것을 누적해서 후보시절부터 압축적으로 보도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중간중간 선관위 문제나, 박장범 사장이 대통령 인터뷰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줘 비판적으로 보도했다”면서 “이런 게 KBS가 변화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한 가지 아쉬운 것이 굳이 (방송을) 굳이 47분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20분 정도 압축적으로 하면 더 밀도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 보도국장은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템 선정, 취재 제작 모든 과정에 이 스탠스가 담겨 있다. 그런 차원에서 뉴스를 만들고 있다”고 화답했다.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은 “민주주의의 발전, 사회통합 등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대통령 측이나, 탄핵을 요구했던 측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담으려고 했고, 공정성과 균형감을 최대한 갖추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김 시사제작국장은 “47분이 조금 길었다고 말씀하셨는데, 편성 런닝타임이 50~47분 정도 잡혀 있다. 다음에는 좀 더 밀도 있게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KBS 1TV '시사기획 창-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방송화면 갈무리
KBS 1TV '시사기획 창-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방송화면 갈무리

하지만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의 공정성·균형감 발언에 공감할지 의문이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김철우 시사제작국장,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이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제작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 3인은 지난달 16일 기명 성명을 내어 방송 전까지 간부들의 끊임없는 수정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김 국장은 박장범 사장이 앵커 시절 윤 대통령과 진행한 ‘조그마한 파우치’ 대담 내용 편집과 대담 여파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제작진은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이 ▲‘파우치’ 내용 편집 지시 ▲팀장·부장·국장관의 논의를 거쳐 완성된 원고에 대한 여러 차례 수정 지시 ▲야당의 ‘줄탄핵’ 내용 추가 요구 ▲‘체포 거부하는 대통령’ 부분 내레이션 삭제 요구 ▲‘대통령과 우두머리’ 제목에 ‘혐의’ 추가 지시 등을 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방송 전 노조에 임시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며 공방위가 열리지 않을 시 프로그램을 순연시키겠다고 통보했다. 실제로 해당 방송은 편성표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간부들의 지시가 “명백한 편성 규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제작진이 폭로한 입장문의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라며 “무엇보다 놀라운 건 방송 사고를 막고 방송 결방을 막을 책임이 있는 사측이 되레 방송 결방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사측의 일방적인 수정안을 받아들이도록 한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기자협회는 “특히 이런 일을 직접 진두지휘한 사람이 보도시사본부장이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라며 “본부장이 앞장서서 제작진에게 의견을 강요하고 수정을 지시하는 일은 과거 엄중했던 시기에도 차마 엄두도 못 내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는 이 본부장을 향해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를 비판하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려 했던 ‘창’의 원고를 무슨 이유로 난도질한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당시 KBS는 “보도시사본부장은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성 훼손 위험성이 있는 일부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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