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백 YTN 사장이 구성원에게 '언론인 이전에 회사원으로서의 직분을 다하라'라고 말해 반발을 사고 있다.
김백 YTN 사장은 '시경 캡'(서울경찰청 출입기자 중 선임 기자, 사건팀장)을 교체하고 후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노조 탓, 협회 탓을 하며 '회사원의 직분'을 강조했다. YTN 주니어급 기자들은 "우리는 회사원 이전에 언론인"이라며 사측을 직격했다.

5일 YTN 2~6년차 기자들(19기~23기)이 연서명 한 성명서에 따르면, YTN은 현재 시경 캡이 공석이다.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의 중심인 시경 캡이 공석인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기존 YTN 시경 캡은 회사 지도부의 취재·보도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다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최근 교체됐다. YTN은 차기 시경 캡을 물색했지만 사회부 기자들이 거절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YTN은 시경 캡 인사 충원을 위해 6년차 취재기자들에게까지 연락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통상 언론사 시경 캡은 최소 10년차 이상의 기자들이 맡았다.
이에 김백 YTN 사장은 구성원들의 1차적인 신분은 기자, PD 이전에 '회사원'이라며 회사가 역할을 부여하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라고 말했다. 한 YTN 간부가 7월 1일자 확대 간부회의에서 나온 김백 사장 발언을 구성원들에게 전했다.
"민영화 이후 대주주(유진그룹)는 상당히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당부드린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잡으려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기자, PD, 그리고 다양한 직군이 있지만 1차적으로 우리의 신분은 회사원이다. 1차적인 직분을 다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그 외 노조원, 기자협회 회원, 어떠한 단체의 역할도 있겠지만 그런 다양한 역할에 비해 가장 중요한 것은 1차적 회사원 신분이다. 맡은 역할에 충실히 대처하고 회사가 주요 역할을 부여하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에 대해 YTN 주니어급 기자들은 "맞다. 우리 모두는 회사원이다. 하지만 그 전에 기자이고, PD이며, 직군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 '언론인'"이라며 "1차적인 신분이 회사원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자신의 기사를 쓰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며, 자신의 역할을 하는 독립된 주체이지 회사의 부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니어 기자들은 "선배의 고언에 눈물을 훔치며 견디던 수습 시기는 회사원의 시간인가, 언론인의 시간인가"라며 "이 내용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양심을 걸고 고민하는 시간은 회사원의 시간인가, 언론인의 시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주니어 기자들은 "현장에서는 캡 공백의 이유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캡을 '패싱'한 지시, 이해할 수 없는 보도 방향, 주체도 알 수 없는 기사 꽂아넣기, 저연차의 비취재 업무 동원, 보도 필요성과 질보다 '무조건 개수'를 부르짖는 지도부"라며 "이에 문제제기하던 캡이 채 3개월도 안 돼 교체되는 상황에서, 비상식에 동참할 사람이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주니어 기자들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회사원'으로서의 역할을 우선하지 않아서라는 엉뚱한 진단을 내리는 몰염치함이야말로 인사 난항의 원인"이라며 "본인들의 지시를 거부하면 네 편이라고 규정짓는 지도부의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YTN 기자들은 1차적인 신분이 회사원이라는 건 누구의 생각인가"라며 "사장 생각이라면 기자 출신이라는 스스로의 과거에 부끄럽지 않은지 돌이켜보길 권한다. 대주주 생각이라면 그런 생각은 YTN 말고 다른 계열사에서나 접목하시라는 제언을 드린다"고 했다.
김백 YTN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YTN에서 마케팅국장, 경영기획실장, 보도국장, 상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YTN 낙하산 사장' 논란 당시 반대 투쟁에 나선 기자들을 해고·징계하는 데 앞장섰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YTN 민영화와 함께 지난 3월 사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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