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YTN '돌발영상'이 '삭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해 "소주 한 병 딱 있으면 되겠네"라고 발언한 내용이 삭제된 영상에 담겼다. YTN은 '돌발영상' 유튜브 썸네일에 윤 대통령 '소주 발언'과 '소주병 그림'이 들어간 것은 보도내용의 본질과 무관하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영상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YTN 사영화에 따른 김백 사장 체제 1개월여 만에 '돌발영상'은 불방·삭제 논란을 빚고 있다. YTN 내부에서 방송법 위반 논란, 권력의 '보도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YTN '돌발영상' 5월 13일자 방송분 유튜브 영상 썸네일.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YTN '돌발영상' 5월 13일자 방송분 유튜브 영상 썸네일.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언론노조 YTN지부)에 따르면, '돌방영상' 13일자 방송분이 홈페이지·포털·유튜브에서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14일 저녁 '돌발영상' 제작진에게 해당 방송분을 삭제하라는 회사 차원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해당 방송분은 <자신감의 근거>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영천시장에 방문해 물가를 확인하는 장면, '라인야후 사태'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이다. 

윤 대통령이 시장 가판대에 놓인 멍게를 보고 "소주 한 병 딱 있으면 되겠네"라고 발언한 장면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의 술 사랑이 국민들을 황당하게 한다"(정청래 최고위원)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상인들을 위로했던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에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돌발영상은 총선 참패와 치솟는 물가, 여기에 ‘라인 사태’로 인한 외교적 난제의 등장으로 난감한 최고 권력자의 속내를 특유의 구성으로 드러냈다"며 "13일 당일, 해당 돌발영상은 데스킹을 거쳐 정상적으로 방송됐고, 유튜브에도 업로드됐다. 특히, 대통령의 ‘소주 한 병 발언’은 대통령실 공식 유튜브 영상에 포함됐을 뿐 아니라, JTBC와 채널A 등 대다수 언론을 통해 이른바 ‘웃음 포인트’로 국민에게 인식됐다"고 짚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방송된 영상을 끌어내리는 초유의 사태는 방송편성규약 위반은 물론 방송법까지 위반한 것으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최근 보도제작국장은 물론 보도본부장까지 '돌발영상'에 손을 대고 수시로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건은 YTN 내부가 아닌, 외부의 누군가가 뒤늦게 보고 불쾌해 문제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YTN '돌발영상' 5월 13일 방송분 홈페이지 링크.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나온다.
YTN '돌발영상' 5월 13일 방송분 홈페이지 링크.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나온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권력의 '보도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돌발영상'의 제작 자율성 침해는 갈수록 구체화하고 있다"며 "제작1부장은 '돌발영상' 쇼츠와 썸네일을 이미지 파일로 변환해 보내라고 지시했다. 바로 옆에서 작업하는데 직접 보면 될 것을 굳이 이미지 파일로 요구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번 돌발영상 삭제 과정에서 대통령 옆에 소주병을 그려 넣은 썸네일을 문제 삼은 것을 보면 더 그렇다"고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보도제작국장과 보도본부장은 YTN 편성 규약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 1조도 위반했다"며 "김백 사장과 그의 추종 세력에게 경고한다. 규칙을 지켜라. 보도 지침을 시인하고, 더는 YTN을 망가뜨리지 말라"고 했다. 

YTN은 미디어스에 "썸네일에서 라인야후 사태로 인한 한일 관계 문제를 다루면서 본질과 무관한 대통령 소주 발언과 소주병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내부 논의 결과 옳은 지적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미 방송이 완료된 상황이었기에 유튜브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YTN은 "돌발영상 비공개 처리 등과 관련한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고 했다.

지난 4월 YTN 사장에 김백 전 공정언론국민연대 초대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돌발영상'은 불방·삭제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돌발영상' 방송이 돌연 취소됐다. (관련기사▶올 것이 왔다, YTN '돌발영상' 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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