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규정 개정이 ‘정치적 표현물 규제에 악용될 수 있다'는 내부 지적이 제기됐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1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통신심의규정 일부개정규칙안 입안예고안을 보고했다. 사무처는 “아동·청소년 보호의 원칙을 명시하고 아동·청소년 보호 규정을 신설하고, 권리 침해 정보에 타인의 사진, 영상 등을 편집·합성·가공한 것도 포함됨을 명시하고 심의의 개시 규정을 정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관련기사 ▶방심위 여권 '눈엣가시' 인터넷언론 심의 규정 좌초)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구체적으로 통신심의규정 개정안은 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제2를 신설해 ‘아동·청소년 보호 원칙’ 관련 심의를 일원화하는 내용이다. 또 ▲심의규정 4조(심의의 기본 원칙)에 ‘아동·청소년 보호 원칙’을 신설하고 ▲제8조 4항(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 타인의 사진, 영상 등을 게재해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경우에 ‘편집·합성·가공'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사무처는 7월 4일까지 입안예고를 하고 이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한 뒤 공포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윤성옥 위원은 “제8조 자체가 어린이 청소년 유해 정보를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고 오히려 제8조를 어린이 청소년 보호 목적의 유해 정보로 국한해야 한다”면서 “해당 조항이 정치적 표현물을 규제하는 데에 악용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는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를 근거로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 윤석열 대통령 풍자영상, 신문사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바 있다.

윤 위원은 “8조에서 어린이 청소년 보호 조항을 분리한다면 오히려 이 본래 목적인 어린이 청소년 보호는 상실한 채 사회질서 위반 정보 규제를 정당화해 정치적 표현물 규제 조항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린이·청소년 보호 조항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사회질서 위반 조항 폐지가 훨씬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위원은 제8조 4항에 ‘편집·합성·가공’ 등이 명시된 것을 두고 “이 조항으로 윤 대통령 풍자 영상을 접속차단했는데,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아주 폭넓게 압박되는 형국에서 오히려 명예훼손 심의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명예훼손 조항에서 공인에 대한 예외조항을 명시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도 “5기 방통심의위가 갑작스럽게 통신심의 개정을 추진한다고 알려졌을 때 그 목표가 인터넷언론 심의를 가능하게 하려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이제 심의 규정 개정을 시작했다가 인터넷언론 심의를 넣지 않는 대신 그럴 듯한 명분으로 ‘아동·청소년 보호’를 넣은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타인의 사진 영상을 편집·합성·가공까지 포함한 부분에 대한 우려가 근거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심의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이 훨씬 더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기 위원회에 넘기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서울=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서울=연합뉴스)

이에 류희림 위원장은 “편집, 합성, 가공 이 부분은 최근 AI 등 가짜 영상으로 인해 문제가 심각한 것을 반영한 것이지 특정 목적으로 추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무처 직원들에게 “위원들의 입장들을 반영해서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잘 검토하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지난해 11월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고 중징계를 예고했으나 신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서울시 검토 요청을 결정하는 데 그쳤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법적 근거 없이 인터넷보도 심의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방통심의위는 2024년 운영계획으로 ▲통신심의 대상 정보 구체화 ▲통신심의 제도 연구반 등 활용 ▲심의 절차 관련 미비점 보완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통신심의제도연구반이 지난 3월 1차로 발표한 통신심의규정 <신·구조문대비표(안) 예시>에서 ‘인터넷언론’에 대한 규정 조문은 있었으나 심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인터넷언론 심의에 대한 규정’은 상위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해당 연구반 구성에 앞서 류희림 위원장의 지시로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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