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진행하고 ‘해당없음’을 결정했다. 문제는 신문사 유튜브라는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의견진술이 처음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야권 추천 위원은 “인터넷 언론을 대상으로 심의한 선례가 남은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단초를 심의 위원들이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사진=미디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사진=미디어스)

통신소위가 인터넷 언론 심의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신소위는 지난해 10월 11일 법적 근거 없이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와 관련 유튜브 영상에 대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불법적 검열에 굴종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면서 의견진술을 거부했다. 이후 통신소위는 지난해 11월 8일 뉴스타파 의견진술 없이 심의를 진행하고 신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서울시 검토 요청을 결정했다.

통신소위는 23일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를 포함해 ‘사회혼란 야기 정보’ 49건에 대한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대다수가 민주당이 신청한 민원이다. 구체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관련 영상 44건, 민주당 공천 관련 영상 1건 등이다. 조선일보·문화일보 의견진술자가 참석했으며 이와 별개로 2건의 서면 의견서가 제출됐다. 다른 의견진술자는 없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월 11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당시 경찰이 현장을 보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2월 13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당 공천 갈등에 대해 논평했다. 통신소위는 지난달 25일 해당 영상들에 대해 시정권고(접속차단)을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이날 조선일보 측 의견진술자 전현석 ‘스튜디오 광화문’ 대표는 “이재명 대표 피습을 두고 경찰이 현장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돼 이를 바로잡는 영상”이라며 “이 과정에서 (용의자의) ‘긴급체포’인데, ‘구속’이라고 잘못 발언했는데, 곧바로 정정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하지만 이것이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는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광화문’은 조선일보 유튜브 자회사다.

오남석 문화일보 디지털콘텐츠 부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뉴스에 대해 해설과 논평을 한다”며 “허민 기자가 취재에서 접한 내용을 방송에서 한 것이다. 발언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여론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할 해설과 논평이 행정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유튜브 영상(위) 문화일보 유튜브(아래) 갈무리
조선일보 유튜브 영상(위) 문화일보 유튜브(아래) 갈무리

이후 과정은 방송소위의 방송심의를 방불케했다. 허연회 위원은 조선일보 의견진술자에게 “1월 17일 정정보도를 했는데, 11일 방송에서는 편집이나 이런 걸 왜 안 했나”라고 물었다. 전현석 대표는 “방통심의위에서 결정되면 고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고치면 또다른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허 위원은 문화일보 의견진술자에게 “심의를 하다 보면 해설과 논평에 대해 규정을 접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다른 (취재 내용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허민 기자는 직접 취재를 하고 논평에 접목했다”며 “그렇더라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 수 있으니 심도 있게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김우석 위원은 “의견진술자 발언이나 서면 의견진술서를 보면 납득이 가게 말을 해주고 있어 특별한 질문은 없다”면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매체가 영향력이 있으니 보는 눈들이 많다. 앞으로 정제된 뉴스를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표와 같이 공인들은 명예훼손 조항을 적용하면 되는데, 사회질서 위반 조항을 적용해 의견진술 절차를 거친 것 자체가 언론에 대한 탄압”이라며 “오늘 사회질서 조항 위반으로 인터넷 언론을 심의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앞으로 어느 정권에서도 이런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단초를 심의 위원들이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내용에 따라 규정 위반인지 아닌지 주요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그런 판단 기준이 아니라 의견진술 여부, 사후 조치 여부 등으로 판단하면 인터넷 언론을 통제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을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선 통신소위에서 접속차단 의견을 밝혔던 허연회 위원은 ‘해당없음’으로 입장을 바꿨다. 김우석·이정옥 위원은 의견진술을 통해 입장을 밝힌 4건의 정보를 제외하고는 접속차단 의견을 유지했다. 황성욱 소위원장·윤성옥 위원은 ‘해당없음’ 의견을 유지하면서 이들 영상 모두 해당없음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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