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VOA(미국의 소리)가 윤석열 정권 하에서 비판 언론에 대한 형사고발이 전임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권 때보다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비판언론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법적대응이 보도에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가져온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실었다. 대통령실은 VOA에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VOA는 7일 <윤 아래에서 한국 언론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 증가>(Under Yoon, South Korea Defamation Cases Against Media Rise)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VOA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정권이 비판적 언론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기록적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언론사, 언론인, 온라인상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례를 집계해 전임 정부와 비교했다.
VOA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은 집권 18개월 동안 최소 11건의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고 VOA는 전했다. VOA는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언론인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최소 6차례 이상 이뤄졌다고 했다. VOA는 반면 진보성향 문재인 정권은 5년 동안 4건, 부패 스캔들로 물러난 보수주의자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4년 동안 8건, 보수적인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5년 동안 7건의 사례를 확인했다고 했다.
VOA는 "언론자유 지지자들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보도에 위축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며 대통령실이 VOA에 보내온 입장을 전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로 알려진 허위정보는 사실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엄격하고 공정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런 고소는 언론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VOA는 명예훼손 사건을 다루는 한국과 미국의 제도적 차이를 설명하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VOA는 "한국은 명예훼손을 범죄로 취급한다. 형사 명예훼손은 법에 따라 최대 7년의 징역형을 선고한다"며 "거의 모든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사건들은 민사 법원에서 처리된다"고 했다. VOA는 "미국에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진술의 진실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법에 따르면 사실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여전히 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VOA는 언론인에 대한 위협은 징역형·벌금형 가능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유죄입증에)성공하지 못한 경우라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은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값비싼 법적 비용을 지불하고 법원에 출두해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정준희 한양대 교수는 VOA에 "매우 골치 아픈 일"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한국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언론 관련 명예훼손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언론의 비판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인 많은 정치인들에게 언론중재위 과정은 "짜증나고 지루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윤석열 정권 시대에 언론이 느끼는 압박감이 매우 크다며 가장 큰 압박은 검찰 수사팀의 전례 없는 압수수색이라고 말했다. VOA는 올해 초 발표된 기자협회 조사에서 한국 언론인의 63%가 윤석열 정권 하에서 언론자유가 악화됐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심석태 세명대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대중의 반발이 크지 않은 이유는 한국인들이 언론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VOA는 한국의 언론이 진보·보수언론을 막론하고 정치인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거나 출처를 익명화 해 어설픈 보도를 할 때가 있다면서도 "미디어 환경을 정화하려는 시도는 언론 입막음을 위한 얄팍한 시도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VOA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에 대한 압박 사례로 '바이든·날리면' 논란, 김건희 씨 트위터 '실버마크' 추진 논란, 무속인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개입 의혹,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관련 뉴스타파·김용진 대표 압수수색 논란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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