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통령실의 기자 상대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법치’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발당한 기자는 “역린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기자협회는 7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윤석열의 ‘법치’와 대한민국 언론 자유>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최영재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법치’는 법을 이용해 언론과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전제주의적 행동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7일 열린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 참석자 (사진=미디어스)
7일 열린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 참석자 (사진=미디어스)

최 교수는 대통령 비속어 논란 후 MBC 압박,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방송통신위원회 간부 구속 등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검찰과 감찰, 사찰을 통해 언론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정권 시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법치가 상당히 억압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은 이유는 ‘법에 따라서’ ‘법대로 정의를 실현했을 뿐’이라고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억압과 법치주의의 부정한 결합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법을 동원해 정치적 억압의 폭력성을 은폐하면서 권력자의 헤게모니 구조를 정당화하는 이른바 ‘영리한 억압’”이라고 이름 붙였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윤석열 정부의 ‘영리한 억압’에 대해 언론은 ‘사실보도’로 대응해야 한다며 미국의 ABC, CBS, NBC 방송사가 트럼프 기자회견 생중계를 중단한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 2020년 11월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패색이 짙어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합법적인 표만 세면 대선에서 이긴다”고 말했다. 이에 ABC, CBS, NBC 등은 생방송 중계를 중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 방송을 진행했다. 

최 교수는 “대통령의 말을 중계하는 것은 형식적인 객관 보도일 뿐이지 사실 보도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대통령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할 때는 비판하고, 아예 중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사실보도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7일 열린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에서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7일 열린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에서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이어진 토론에서 고소·고발당한 기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송창섭 UPI뉴스 기자는 “공적 기관에서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춰 나가는 행위를 당해보니 굉장히 부당하다고 느껴졌다”며 “경찰과 검찰이 대통령의 40년 지기까지 알아서 방어하는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UPI뉴스 기자들은 지난 2021년 10월 27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검증 취재를 위해 강원도 동해시 황하영 동부산업(주) 회장 사무실을 방문했다. UPI 기자들은 대표이사실을 찾아 취재했고, 같은 날 다시 황 회장의 사무실을 찾아 대형 부적그림을 촬영했다. 황 회장은 현장에 없었고, 직원이 취재진을 대응했다고 한다. 해당 취재를 바탕으로 UPI 뉴스는 지난해 1월 25일 <[단독] '측근' 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황 회장 측은 UPI 기자를 고소했으며 법원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송 기자는 “경찰의 송치 결정은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에 반해 검찰은 사건을 질질 끌었다. 기소까지 약 10개월이 걸렸고, 그사이 담당 검사는 3번이나 바뀌었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법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송 기자는 “법원은 언론의 공적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이 하나의 선례로 남는다면 앞으로 언론은 사전에 방문이 예정된 곳만 취재가 가능해진다. 주변 기자들에게 물어봐도 저희와 같은 일을 당한 기자는 없더라”라고 말했다. 

송 기자는 “앞으로 상고심까지 간다면 대략 1년 정도 소요될 텐데 그 기간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또 법률 비용도 인터넷 언론사의 경우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경영진도 타협하거나 기사를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송 기자는 “이런 것이 언론의 공적 기능을 무력화시킨다”며 기자협회나 언론 단체가 함께 대응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일 열린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에서 송창섭 UPI뉴스 기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7일 열린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에서 송창섭 UPI뉴스 기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통상적으로 특정 기관이 고발하면 언론사 대표, 편집국장 등 보도 책임자를 고발하는데 이번 경우 기자 개인에 대해서만 고발했다”며 “이것은 ‘우리의 역린을 건드리면 너희를 가만히 안 두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지난달 2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등을 취재해 역술인 천공이 지난해 3월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 함께 대통령 관저 이전 후보지였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 대통령실은 최 기자와 부승찬 전 대변인을 형사고발했다.

최 기자는 “부승찬 대변인의 경우 고발장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국군방첩사령부가 25시간이 넘게 압수수색을 했다”면서 “반면 천공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누가 봐도 '봐주기 수사'라고 의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대통령실이 정말 악의적인 고발로 진실 보도를 막으려는 모습을 보면 권위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