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의 MBC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공영방송의 위상을 고려할 때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언론탄압 코스프레를 중단하라"며 MBC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허은아 의원은 31일 YTN '더뉴스'에 출연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 자료 유출과 관련해 경찰의 MBC 압수수색 시도를 어떻게 보았나'라는 질문에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민주주의에서 언론·공영방송의 위상, 우리가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걸 생각하면 저희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언론사가 성역 불가침의 공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이미 해당 기자의 집과 차량, 개인 소지품에 대해 압수수색을 마쳤기 때문에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2차적으로, 보완적으로 했어야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같은 허 의원 입장은 당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30일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언론자유에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투하는 불법까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오늘의 압수수색은 개인정보 유출 혐의에 대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른 적법한 절차"라며 "불법 앞에 성역은 없다. 지금 경찰은 그 상식과 법에 맞는 정당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민주당을 향해 "온갖 음모론까지 쏟아내며 비난하는 민주당은, 그렇게나 옹호하던 김명수 대법원을 부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는가. 지긋지긋한 민주당의 '선택적 정의', '선택적 법치'에 국민들은 분노한다"고 했다.
31일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민노총 소속 언론노조 MBC본부는 뉴스룸이 마치 성역이나 된 듯 영장집행을 방해했다"며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언론탄압'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수사관 진입까지 막아서는 모습은 말 그대로 특권세력의 모습 그 자체였다"고 비난했다.

3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한 장관 인사청문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MBC 임 모 기자의 자택, 차량, 휴대전화, 사무실(MBC 상암동 사옥 뉴스룸)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경찰은 관련 자료가 제출됐던 국회 사무처 의안과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대치 끝에 임 기자 사무실 자리를 '현장 확인'했다. 경찰은 임 기자 책상을 열람하고 사진을 촬영했으며, 사무실 물품을 압수수색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임 기자가 지난해 4월 한 장관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인사청문 관련 자료를 타사 기자에게 넘겼다고 보고 있다.
기자가 의원실을 통해 고위공직자 후보 인사청문자료를 입수하는 것은 통상적인 취재 관행이다. 또 기자 개인의 혐의로 언론사 보도국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타당한지, 인사청문 권한을 가진 국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타당한지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채널A 압수수색 당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권력의 횡포를 국민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자유를 압살하는 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은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향후 신라젠과 이철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혹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유시민 등 여권 인사 관련 제보를 달라고 요구한 것을 말한다. 이 전 기자는 이철 전 대표에게 '윤석열 최측근'이라고 암시한 한동훈 등 검사들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 가족에 대한 수사나 실형선고를 막아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항소심 재판에서 이 전 기자가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 무죄 선고 이유는 "해악을 가하는 검사를 임의로 조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이(무죄) 판결의 결론이 결코 피고인들이 행한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피고인들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당시 핵심은 '한동훈 검사 녹음파일' 사실 여부였다. 의혹 당시 채널A는 녹음파일 상대방을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기자 강요미수 사건 1심 재판 증거목록에서 채널A 관계자들은 '녹음파일'을 확인했으며 녹음파일 대화 상대방을 '한동훈 검사'로 특정하고 있었다. 검사 출신 이민석 변호사(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는 미디어스에 "검언유착 의혹은 검사와 기자 사이에 주고받은 연락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건 압수수색을 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2018년 4월 TV조선 기자 느릅나무 출판사 무단침입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TV조선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명백한 언론탄압"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는 방송사를 탄압하려는 속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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