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신임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이 야당의 회의 개최 요구를 거부하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업무보고 배제, 과방위 법률대리인 해임 등의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과방위가 파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차기 방통위원장에 내정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야의 상임위원장 협상 과정에서 과방위원장, 행정안전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1년씩 번갈아가면서 맡는다'고 민주당이 합의한 게 패착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20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장 위원장은 지난 14일 전임 정청래 위원장 체제에서 과방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된 법무법인 한결을 해임했다. 법무법인 한결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하는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맡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의 본회의 직회부가 위법하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 측 모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는 위법하다는 주장을 펴는 황당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장 위원장의 과방위 법률대리인 해임 직후 헌법재판소에 "변론기일에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변론기일 연기를 신청했고, 헌재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TV수신료 분리 징수 등 과방위에서 논의해야 할 현안이 많다며 회의를 즉시 열어야 한다는 민주당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오는 28일 과방위 전체회의를 열자고 민주당에 통보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은 IAEA 보고서가 나오면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일본의 시간표에 맞춰 지나간 버스에 손 흔들자는 얘기냐고 비판한다.
이에 더해 장 위원장은 방통위를 업무보고 대상에서 배제했다.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임시체제가 들어선 방통위는 방송장악 논란을 빚고 있다. 방통위에 대한 공개 비판을 과방위원장이 사전에 차단하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최근 감사원 관료 사무처장을 선임, 감사조직을 확대했으며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방통위는 위원장 지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무실을 얻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체제 사전준비가 한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미 1년 전 예견됐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이후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과정에서 행안위원장은 넘겨도 과방위원장 자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과방위는 이른바 '비인기 상임위'로 통상 위원장 자리가 여야 쟁점이 되는 일이 드물었다.
국민의힘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었다. 당시 원 구성 협상을 담당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언론 환경을 위해 여당이 과방위를 맡아야 한다"면서 "한 위원장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송 부대표는 과방위원장과 행안위원장을 여야가 각각 하나씩 나눠 갖는 방안에 동의한다고 했다.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은 행안위를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방위는 넘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두 개의 상임위원장을 1년 씩 번갈아가면서 맡는 안을 국민의힘과 합의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 압박으로 대표되는 언론장악, 경찰국 신설로 대표되는 행정안전부의 경찰장악을 저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상임위원장은 회의 안건·개최 등을 최종적으로 조율해 결정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수신료 분리 징수 현안 논의 불발에 이어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청문회 일정이 지연되면서 청문회 없이 장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이 청문회 절차를 진행하지 않자 장관 후보자 3명을 임명했다. 인사청문회법상 기한 내 인사청문 절차를 밟지 못하거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청문회 없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상임위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대통령은 후보자 임명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이미 박순애 전 교육부장관,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창기 국세청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했다. 지난 1년 동안 10여 명의 고위공직자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한편, 장 위원장은 20일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피청구인 변호사 해임은 다수의 힘으로 입법 폭주를 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신임 위원장으로서의 확고하고 분명한 의지"라며 "민주당이 허위와 왜곡 주장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현안 질의와 전체회의를 비롯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그 어떤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민주당이 시급한 국정과제 처리를 이유도 없이 계속 지연시킨다면 그런 무책임한 행태에는 더는 끌려다니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했다. 장 위원장이 말하는 '시급한 국정과제'는 우주항공청 특별법 법안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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