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겨레 진상조사위원회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석진환 전 편집국 신문총괄 간의 돈거래가 정상적 관례를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한겨레에 ▲언론윤리 시스템 재정비 ▲조직문화·취재·관리 시스템 개선 ▲법조기자단 시스템에 대한 고민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겨레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윤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27일 홈페이지에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석 전 편집국장은 아파트 분양을 위해 김 씨에게 총 다섯 차례에 걸쳐 8억 9000만 원(선이자 1000만 원)을 수표로 받았다. 진상조사위원회는 9억 원이라는 거액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고, ‘변제 시기’도 불분명한 것은 정상적 관례를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사옥(사진=미디어스)
한겨레 사옥(사진=미디어스)

진상조사위는 석 전 신문총괄이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한겨레 윤리강령 실천요강 및 취재보도준칙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질 당시 회사에 보고하거나, 직책에서 물러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이해충돌 및 회피 의무 규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두 인물 간의 돈거래가 한겨레의 대장동 관련 보도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10개월 전 한겨레 당시 사회부장은 사안을 인지했다. 지난해 3월 5일 동아일보는 검찰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중앙일간지 기자에게 집을 사줘야 한다며 돈을 가져오라고 해서 6억 원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 석 전 신문총괄은 사회부장에게 기사에 언급된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혔으나 당시 부장은 회사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위는 “보고와 피드백 등 일상적인 취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취재정보망에 허점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석 전 신문총괄이 대장동 관련 보도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진상조사위는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이후 석 전 신문총괄이 직접 쓴 칼럼과 당시 관련 한겨레 기사 등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진상조사위는 “두 사람의 돈거래가 기사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한겨레에 ▲언론윤리 시스템 재정비 ▲조직문화·취재·관리 시스템 개선 ▲법조기자단 시스템에 대한 고민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진상조사위는 “윤리강령 및 윤리강령 실천요강이 내부 구성원 개개인에게 내재화되지 못했음을 이번 사건이 드러냈다”며 “언론윤리 강화 선언에 그쳐선 안 된다.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구체화하고 언론윤리를 뒷받침해줄 시스템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특히 간부진의 직업윤리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는 ‘사내 인사가 해당 사안을 10개월 전에 인지했음에도 회사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구성원을 서로 가족처럼 여기는 내부 지향적 문화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직업·언론 윤리를 해치는 내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헀다. 진상조사위는 “한겨레의 수평적·민주적 문화가 내부 구성원의 과오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흐려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며 “취재 및 관리 시스템 허점 등을 들여다 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번 사안이 법조기자단과 직접 관련돼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판단한다면서 법조라는 출입처의 특성과 구조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금전거래 사실이 드러난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모두 법조팀장을 지냈다”며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독자와 시민들의 비판적 시선이 커진 데는 법조기자단에 대한 기존의 문제의식이 겹쳐진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법조기자단의 전반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이번 진상조사위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또 이는 한겨레를 넘어 전체 언론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한겨레는 같은 날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어 “진상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독자·주주·국민들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고와 함께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긴장감과 경계심을 높여 비상한 각오로 윤리 의식을 바로 세우겠다”며 “윤리위원회뿐 아니라 인사위원회, 감사 등 회사의 관련 기구들을 면밀히 살펴 윤리 경영과 내부 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겨레는 “법조를 비롯한 출입처와 기자단 문제에 대해 권력 감시와 비판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곘다”고 했다.

한겨레는 “3월 새 경영진과 편집국 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실천하겠다”며 “한번의 보여주기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치열한 논의를 통해 고통스럽더라도 단단하게 변하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