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겨레 진상조사위원회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간부 A 씨 간의 금전거래는 심각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지난해 초 담당 부장에게 관련 사실을 밝혔으나 회사에 보고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해당 부장을 대기발령 조처했다.
한겨레는 19일 지면과 홈페이지에 진상조사 중간경과를 공개했다. A 씨는 2000년 한겨레에 입사해 ▲2003년 10월~2005년 6월 ▲2017년 3월~2018년 10월(법조팀장) 등 세 차례에 걸쳐 법조팀 기자로 활동했다.

A 씨는 진상조사위에 2004년부터 김만배 씨와 알고 지냈고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밝혔다. A 씨는 “정치팀장을 맡고 있던 2019년 3월 김만배 씨로부터 아파트 분양을 위해 9억 원을 빌리기로 구두약정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계약금과 중도금 납입 시기에 맞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김 씨에게 8억 9000만 원(선이자 1000만 원)을 수표로 받았고, 이와 별도로 2021년 8월 금융권으로부터 잔금대출을 받아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 경비 등을 치른 뒤 빌린 돈 일부 2억 원을 갚았다고 한다. A 씨는 자녀가 학업을 마치는 2023년 초 상환하기로 했다고 진상조사위에 전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정상적인 사인 간 금전거래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9억 원이라는 거액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담보도 없었고, 이자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약속하지 않는 등 이해하기 힘든 돈거래”라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분양금 규모에 비춰볼 때 김 씨와의 돈거래가 없었다면 A 씨는 청약을 시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A 씨가 비상식적 돈거래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는 청탁금지법 등 실정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언론인으로서의 청렴 의무 등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A 씨가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2021년 9월 이후 최근까지 핵심 직책을 그대로 맡고 있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그가 맡은 직책은 기사의 지면 배치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 씨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린 것만으로도 심각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더욱이 A씨는 대장동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대장동 핵심 인물과의 돈거래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고, 직책도 유지하는 등 이해충돌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를 종합할 때, 그는 ‘한겨레 취재보도준칙’의 이해충돌 배제, 금품·향응·편의 거부 조항 및 ‘한겨레신문 윤리강령 실천요강’의 금품 사절 조항 등을 위배했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이 불거지기 10개월 전 한겨레 사내인사는 김만배 씨와 A 씨의 돈거래를 인지했다. 지난해 3월 5일 동아일보는 검찰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중앙일간지 기자에게 집을 사줘야 한다며 돈을 가져오라고 해서 6억 원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오자 A 씨는 담당 부장에게 기사에 언급된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부장은 회사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고, 파문이 불거지자 뒤늦게 보고했다.
해당 부장은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2억 원이 이미 변제된 점 등으로 미뤄 사인 간 거래라는 그 간부의 설명을 믿었다. 그래도 논란이 있을 거래이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사자가 회사에 신고해야 하는 문제라고 여겼다”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해당 인물을 대기발령 조처했다.
진상조사위는 “최소한 이때부터는 A 씨가 돈의 출처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을 통해 나왔고, 대장동과 관련된 돈임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며 “더이상 사인 간 거래라고 주장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부장이 이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데에 사적 친분 요소가 작용한 건 아닌지, 이해충돌에 대한 조직의 민감도가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를 주의 깊게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는 “A 씨가 대장동 사건 관련 기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증하는 기준도 전문가 논의를 거쳐 마련한 뒤, 기사 출고 과정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아울러 한겨레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김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한겨레 인사가 추가로 더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모든 조사가 끝난 뒤, 주주·독자·시민들에게 최종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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