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창간 35주년을 맞은 한겨레가 윤리강령 실천요강 엄밀성 강화, 검찰 수사 단계 보도 비중 약화 및 재판 중심 보도 강화, 독자·주주 소통강화 등의 개혁안을 내놨다.

한겨레는 15일 사설 <‘퇴행의 시대’ 맞선 한겨레의 역할 다짐한다>에서 “35년 전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게 2023년 대한민국”이라며 “‘시행령 통치’ ‘거부권 정치’가 일상화될 정도로 삼권분립은 위태로워졌고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다. 계층과 집단의 이익이 갈리는 사안에 중재와 조정보다 국민 ‘갈라치기’만 도드라지는 사이, 청년들은 전세사기 벼랑 끝에 몰리고 고물가와 불평등의 그림자는 짙어졌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사옥(사진=미디어스)
한겨레 사옥(사진=미디어스)

한겨레는 “특히 오랜 시간 논쟁과 숙의를 거쳐 이뤄낸 합의와 가치가 뒷걸음치는 현상은 극히 우려스럽다”며 “이를 감시해야 할 언론 현실은 어떤가, 비판적 보도에 대한 정권의 압력은 노골화하고,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의 주요 발언은 외신 인터뷰를 통해 듣게 됐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더욱 걱정인 것은 민주주의가 위기일수록 언론 신뢰도가 올라가는 통상의 사례와 달리, 한국에선 민주주의와 언론 신뢰의 위기가 복합적으로 닥치고 있는 점”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퇴행의 시대’라 말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창간 이래 약자의 편에 서 평등과 공존의 공동체 가치를 지키는 데 노력해왔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음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올해 불거졌던 ‘편집국 간부의 돈거래 사건’은 우리를 처음부터 되돌아보게 했다. 창간 35돌을 맞아 한겨레가 윤리 실천 내재화와 법조 보도 변화 등의 방안을 밝히는 것은 외부의 비판에 열린 자세로 지속적인 실천을 해나가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윤리강령 실천 요강에 ‘이해충돌 회피’ ‘독자 존중’ ‘소셜미디어 사용’ 항목을 신설해 윤리 실천을 엄정히 하겠다고 밝혔다. 간부들은 윤리서약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한겨레는 전 직원 대상 윤리교육에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며 주요 윤리사안 판단에 외부 인사 포함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법조보도의 경우 검찰 수사단계를 줄이고 법원 재판 중심 보도가 강화된다. 공판 과정을 알기 쉽게 전달하도록 긴 호흡으로 재판의 맥락을 전해주는 고정란이 신설된다. 한겨레는 주요 사건의 경우 담당자가 수사부터 재판까지 전담해 취재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검찰 수사보도에서 독자적 검증을 강화하고 반론을 충실히 반영해 ‘한겨레 범죄수사 및 재판 취재보도 시행세칙’을 보도규범으로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한겨레는 ▲모든 기자가 법적 사안을 깊이 이해하고 보도할 수 있는 내부 교재 제작 ▲사법 시스템 오남용, 정치 사법화 문제점 집중 조명 ▲외부 전문가 중심 법조 기사 모니터링 실시 및 관련 자료 공개 등을 예고했다.

한겨레는 ”한국 언론은 그동안 검찰 수사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과잉 보도를 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헌법이 규정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피의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때론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겨레부터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독자와 대표이사·한겨레 구성원이 직접 소통하는 캠페인 <삼삼오오 한겨레>를 진행한다. 오는 18일 한겨레TV 대표 프로그램 <공덕포차> 공개방송을 시작으로 다음달 17일 <육퇴한밤> 공개방송이 예정돼 있다. 또 정전 70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독자 참여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주주 견학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한겨레는 “한국 사회가 어렵게 일군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더욱더 치열하게 하겠다”며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사회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 시대적 난제에 맞서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는 데 취재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1988년 한겨레 창간호에 실린 ‘꼬마상주 영정사진'과 인터뷰는 80년 광주의 진실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기폭제였다”며 “‘전두환과 광주’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고리를 밝히는 기획을 통해 민주화에 대한 폄훼와 공격이 극심해진 지금 시대를 돌아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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