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검사의 죽음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설마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전개는 <비밀의 숲>이 만들어낸 최고의 가치이자 재미이기도 하다. 비밀의 문은 열렸고, 그 안에 펼쳐진 숲은 벌거숭이가 되어가고 있다.

윤과장과 우실장;
이창준과 윤과장vs이회장과 우실장, 영 검사의 죽음은 진범 실체를 드러냈다

김가영이 살던 원룸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이는 영은수 검사였다. 현역 검사가 피해 여성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박무성의 죽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고민해볼 수밖에는 없어 보였다. 거대한, 그래서 더 잘 보이지 않던 숲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냈다.

영은수 가족의 행복한 하루는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무남독녀 은수를 누구보다 애틋하게 생각했던 부모가 나누는 행복한 대화는 마치 <운수 좋은 날>을 보는 듯 서글펐다. 모든 불행은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날 은수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누가 왜 그녀를 죽인 것일까? 현장에서 은수를 발견한 윤과장이 범인일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가 가영이 지목했던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가영이 봤다는 '0'과 '7'은 윤과장 등에 새겨진 문신인 'UDT'였다. 이를 의심하기 시작한 은수는 뭔가 이상했다.

우연하게 윤과장의 등에 있는 문신 일부를 봤다. 그리고 한여진의 집에서 함께했던 회식 자리에서 '0, 7'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은수는 그 단어가 바로 윤과장을 지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윤과장이 가영을 박무성의 집에 전시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은수가 가영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박무성과 김가영 사건에 사용되었던 장미 문양의 칼이 이번에도 사용되었다. 하지만 두 사건이 정교하게 준비되었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뭔가 이상하다. 연쇄 범죄라고 보기에는 칼을 제외하고는 동일함이 없으니 말이다.

피투성이가 된 현장은 정교한 사건의 범인 같지 않았다. 그동안 사건이 정교하게 오랜 준비를 거친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이번 사건은 갑작스러운 결과로 다가오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의도하지 않은 변수가 만든 결과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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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에서 은수의 사체를 목격한 시목은 부검 현장까지 함께했다. 그리고 병원 복도에서 갑작스러운 두통에 쓰러지고 만다. 그가 어린 시절 받았던 수술 후유증이 만든 결과였다. 감정을 통제하는 수술. 하지만 최근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나온 고통이었다. 그렇다고 병이 재발된 것은 아니지만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며 이런 두통이 오곤 한다고 했다.

감정이 없는 것 같았던 시목이지만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참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쓰러진 시목은 꿈을 꾸었다. 휠체어에 타고 있는 은수가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어린 시목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악몽이었다.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풀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은수. 하지만 시목은 철저하게 은수를 외면하고 경계했다. 개인적 복수심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던 시목. 그리고 의심을 하고 있는 영 전 장관의 딸이라는 점에서도 결코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은수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시목의 꿈에 그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감성이 풍부했던 어린 시절의 시목은 손발이 묶인 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은수가 피눈물을 흘리고 죽어 있는 모습은 강렬한 상징이었다. 그 잔인한 꿈은 시목에게 또 다른 목표를 만들어 주었다. 은수를 죽인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

은수의 장례식장에서 분노한 시목. 이는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대목이었다. 영 전 장관이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은수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침묵은 은수에게 복수심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타깃이 되어야 했다. 누구보다 외로웠고 그래서 시목에게 의지했던 그녀는 그토록 해보고 싶은 수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체로 발견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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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가 평소와 달리 낮에 집에 들렀다 나온 시간, 집을 나서며 은수는 시목에게 전화를 했다. 만나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가영이 사라진 것이 더 위급했던 시목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직전 자신의 사무실에서도 퉁명스럽기만 했던 시목은 그 모든 행동이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은수 살인범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은수 책상 위에 있던 노트를 통해 윤과장이 범인이라 확신한다. '0'과'7'이라는 단서를 들은 것은 여진의 집에서였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하지 않은 시간은 집안으로 들어갔던 잠깐의 시간이었다.

이 모든 것을 취합해보면 윤과장이다. 그리고 그런 윤과장이 공항으로 이동 중이다. 경찰 병력은 그렇게 공항으로 향했고, 현장에서 난투 끝에 윤과장은 체포되었다. 과연 윤과장이 정말 은수를 살해했을까? 윤과장이 범인이라고 하기에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다.

은수가 자신의 등 뒤 문신을 통해 가영을 위협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이유로 은수를 살해할 수도 있다. 윤과장이 잔인한 살인마라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윤과장에게는 그럴 동기가 부족하다. 잔인한 살인마라면 가영을 그렇게 의도적으로 전시할 이유도 없다.

비록 가영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기는 했지만 살인이 아닌 박무성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 행위가 잘못되기는 했지만, 현직 검사를 살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과장은 살인범이 아닌 목격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항에서 자신을 제압하려는 여진에게 폭행을 하지 않은 것은 윤과장이 진범일 수 없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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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운 인물은 이 회장의 수행비서인 우 실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 회장이 지시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하는 우 실장은 시목의 집에 몰래 들어가 협박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감정이 통제된 시목에게는 무의미한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우 실장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을 은수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 전 장관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침묵하고 지니고 있었던 것은 이윤범 회장의 탈세 증거 자료였다. 자식들에게 불법 증여를 하며 무려 2천억 원이 넘는 세금을 줄였다. 이 자료를 은수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

은수 부모가 외출한 시간을 우 실장도 기다렸다. 그렇게 은밀하게 자료를 훔치려 했지만 변수는 은수였다. 평소 패턴과 달리, 은수는 그날 갑작스럽게 집으로 갔고 문제의 자료를 가지고 시목을 찾아가려 했다. 문제는 왜 은수가 가영의 집으로 갔느냐다.

물론 우 실장에게 납치되어 그곳으로 옮겨져 살해당했다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은수가 목적을 가지고 가영의 집으로 갔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우 실장이 지난 사건과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영의 집으로 납치했다면 모든 것이 맞춰진다.

가영 사건은 분명 윤과장(단독 혹은 조력자)와 함께 벌인 일이다. 박무성 살해의 경우는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하기는 한다. 우 실장이 살해하고 시목이 목격자가 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려 했다. 의도적인 목적이 아니라 박무성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감추기 위한 시도가 명확한 살인이었다. 그에 비해 김가영 사건은 은폐된 박무성 사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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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과장은 이창준의 지시를 받아왔다고 보인다. 2년 전 아들이 사망한 교통사고와 어떤 연관이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이창준의 지시를 받고 은밀하지만 완벽한 사건을 만들고 있었다. 이 회장에게 우 실장이 있다면 이창준에게는 윤과장이 있었다.

이창준에게 전달된 비행기표와 윤과장이 공항으로 향한 점, 그리고 우 실장이 갑작스럽게 출장을 가게 되었다는 사실 역시 우연이 아니다. 윤과장이 공항으로 간 것은 도주가 아닌 우 실장을 잡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창준이 이 회장과 은행 관련자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것은 현장을 녹취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듯하다.

창준이 자신의 아내에게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는 대목에서 그가 장인인 이 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드러나 있었다. 강직했던 이창준이 망가져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내 연재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연재의 아버지가 이윤범이라는 사실이 문제였을 뿐이다.

윤과장이 공항에서 붙잡히면서 우 실장의 해외 도피가 불가능해졌을 가능성도 높다. 윤과장은 어차피 드러날 수밖에 없는 범죄자였다. 더 큰 괴물을 잡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잡고 싶은 그 괴물 이윤범 회장을 잡기 위한 이창준과 윤과장의 협력은 의도하지 않은 은수의 죽음으로 보다 빠르게 마지막으로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이 회장을 어떻게 몰락 시켜나가느냐는 두 번 남은 <비밀의 숲>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 가치가 될 것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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