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준 검사장에 의해 특임검사가 된 황시목은 팀을 꾸렸다. 적인지 동지인지 명확하지 않은 이들이 모인 상태에서 본격적인 검찰 내부 수사에 들어간 특임 팀은 거악과 마주하게 된다. 이창준의 장인이자 한조그룹 회장인 이윤범과 첫 조우는 간단했지만 강렬했다.

특임 팀부터 미스터리;
주도면밀한 황시목, 거악과 마주하게 된 특임, 진실 밝혀낼 수 있을까?

서동재 검사는 특임팀의 시작점이 되었다. 적과 동지가 뒤섞인 특임 팀을 출범시킨 시목의 의도는 명확하다. 모든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의심스러운 인물을 곁에 두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황시목 자신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거악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창준은 검사장이 되자마자 자신의 자리를 내놓았다. 바로 직전 황시목을 특별검사로 지목했다. 이창준이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검사장 직을 내놓은 것은 이윤범 회장과 큰 그림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나 있지 않지만 거대 자본과 권력이 뭉쳐 영구적인 힘을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는 명확해 보인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이윤범이 이창준에게 바라는 것은 어쩌면 국회의원이나 장관직일지 모른다. 보다 높은 곳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을 비호하고 함께 거대한 권력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장이라는 직함은 무의미하게 다가올 뿐이다. 적당한 시기에 검사장에서 물러날 시기를 보고 있던 이창준에게는 좋은 시점이었다.

이창준의 집에서 특임팀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 집안의 순번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검사장까지 지낸 이창준은 자신의 부인 이연재에게는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부부 사이에 서열이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이연재의 행동은 그 집안의 서열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모두가 서서 기다린다. 이창준이 앉아야 자신들도 앉을 수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그들에게는 존재했다. 하지만 이 서열 구도에서 이연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먼저 앉았다. 이 묘한 분위기에 이창준도 어색할 수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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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권력을 다 쥐고 있는 이윤범과 처음 마주한 황시목. 두 사람의 악수는 트럼프의 악수와 유사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의례적으로 악수를 하고는 한다. 그 악수에는 의미와 가치가 있다. 기싸움을 통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윤범도 기괴하게 생각했다. 힘을 가해 꽉 쥔 상황에서 표정도 변하지 않은 채 시목은 힘을 풀어버렸다.

기본적인 룰로 파악되지 않는 시목은 그래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윤범은 누구보다 이런 촉이 좋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타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행태는 그가 그렇게 성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황시목은 도통 알 수가 없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서동재 검사를 옥죄는 방법으로 황시목은 영은수의 어머니를 소환한다. 굳이 은수의 어머니를 참고인으로 소환할 이유는 없었다. 이는 영일재가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건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속은 이걸로도 충분조건이다. 특임은 길다. 여죄는 남기지 않겠다"

비리 자료를 화장실 변기에 숨겼던 서동재는 시목을 넘어설 수 없었다. 그렇게 증거 자료를 가진 시목에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동재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목이 윤과장을 통해 건넨 이 발언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전달하게 했다.

시목에게 서동재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 서동재는 그저 거악을 잡기 위한 하나의 순서일 뿐이었다. 시목이 은수 어머니를 참고인으로 부른 것은 영일재 전 장관에게 경고를 하는 의미와 함께 서동재를 불안하게 만들어 스스로 거악을 찾아가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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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동재는 의도적으로 계단을 굴러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감시가 뜸한 틈을 타 병원을 나와 이 회장을 찾아갔다. 무릎을 꿇고 자신을 구해 달라 애절하게 외친다. 자신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창준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있다는 말은 이 회장을 움직였다.

황시목은 다른 이들을 통해 특임팀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했다. 믿을 수 있는 존재인지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황시목과 한여진의 관계만 특별하다. 표정 자체가 없었던 시목이 여진과 함께 일 때만 웃기 때문이다. 이는 곧 시목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여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목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기 시작한 은수는 처음에는 목표를 위해 목적을 가지고 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목을 남자로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 증거는 잠든 시목에게 옷으로 그를 덮어 주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옷까지 사 가져온 대목에서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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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에게 옷을 사주는 것은 단순한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은수(그녀가 색조 화장을 하면서 변화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도 좋다) 역시 중요한 범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것은 그가 시목을 남자로 보고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은수는 모르지만 아버지인 일재가 이윤범과 이창준과 거대한 그림 안에 함께 있다는 사실도 큰 변수로 다가온다.

박무성이 보유한 수백 억대 한조 주식은 모든 것을 열게 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일재 이창준 이윤범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밝힐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검찰 스폰서 문제가 아닌 사회 거악을 처단하기 위한 엄청난 전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선언한 셈이다.

촘촘한 이야기 속에 <비밀의 숲>을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다. 작은 연기가 곧 디테일을 만들고 전체적인 틀을 짜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조승우와 배두나만이 아니라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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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가 조승우의 옷 선물을 보고 신혜선과의 관계를 추측하며 빵을 먹는 장면은 흥미롭다. 그 모든 관계를 추측한 후 무표정하게 빵만 먹다 조승우의 질문에 크게 벌린 입이 작아지는 그 과정은 디테일의 승리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그 장면에 이들의 장인 정신이 녹아 들어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디테일이 <비밀의 숲> 전체를 휘감으며 몰입도를 극대화시키기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

서동재가 도망친 후 병원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모든 문제를 풀어줄 열쇠 역할을 할 가영이 깨어났다. 가영의 스폰서들을 찾아내기만 해도 거악을 처단할 수 있다. 검경만이 아닌 재계까지 수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가영으로 인해 새로운 전개가 가능하게 되었다. 과연 거악과 비밀의 문은 열리게 되는 것일까?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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