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검사가 사망했다. 김가영이 살던 원룸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된 영 검사의 모습은 처참했다. 누구일까? 왜 영 검사를 대상으로 삼은 것일까? 그리고 영 검사가 마지막으로 시목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던 이유는 뭘까? 단순히 윤 과장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좁아진 범인 윤곽;
영 검사를 죽인 것은 윤 과장인가? 아니면 우 실장인가? 모두가 범인일 수밖에 없다

윤 과장이 가영을 잔인하게 전시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영이 봤다는 0과 7이라는 단어는 숫자가 아닌 이니셜이었다. 그리고 윤 과장의 등에 새겨진 문신인 U.D.T를 언뜻 본 가영에게는 그게 숫자로 다가왔을 듯하다. 가영에게는 낯선 단어인 UDT를 바로 읽기는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다.

은수는 시목과 집으로 향하며 이상한 상황들을 이야기한다. 시목의 집 앞에서 낯선 사람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잠기는 순간 들은 것이라 명확하지 않지만 시목의 집에서 누군가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비도 오지 않는데 어떤 남자가 우산을 쓰고 자신을 따라왔다는 주장을 했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시목은 자신의 집에 돌아온 후 은수의 발언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방에 찢어진 양복이 걸려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일종의 경고다.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고도 충분히 상대가 겁을 먹을 수밖에 없도록 한 일종의 전시다.

윤 과장이 가영을 죽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그녀를 통해 경고를 한 것과 마찬가지 수법이다. 아파트 CCTV를 통해 은수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진의 집요함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CCTV를 조합해 우산 쓴 남자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우산으로 자신을 가린 이 남자는 모든 CCTV를 다 피해가고 있었다.

완벽할 정도로 정교하게 움직인 이 남자도 한계는 있었다.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택시를 타는 장면이 담긴 CCTV가 현장의 편의점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진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이 남자는 이 회장의 수행비서인 우 실장이었다.

우 실장은 이 회장의 그림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회장을 위해 움직이는 이 남자는 그 어떤 잔인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에게 법이고 모든 것의 기준은 이 회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시목이 영일재 전 장관을 만나러 갔다는 보고를 받는다.

영 전 장관이 뭔가 중요한 문건을 가지고 있음을 이 회장도 알고 있다. 하지만 침묵하고 있던 영 전 장관은 자신의 가족만 건드리지 않으면 무덤까지 가져가겠다는 말을 이창준에게 했던 적도 있다.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 회장은 우 실장을 시켜 집안에 있을 비밀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시목 역시 영 전 장관에게 그 비밀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영 전 장관은 그런 시목에게 협조하지 않았다. 그가 추구하는 정의에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영 전 장관은 시목이 기준으로 삼은 세 가지 비밀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 전 장관이 홀로 이 모든 사건을 실행할 수는 없다. 늙은 나이에 그렇게 심각한 범죄를 섬세하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강원철 부장검사는 검사장이 되었다. 차장을 건너뛴 파격 인사가 끝이 아니었다. 강 검사의 승진과 함께 시목 역시 부장 검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부부장 검사를 뛰어넘는 파격의 의미는 명확했다. 시목을 모든 상황에서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길들이기를 하겠다는 윗선의 명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시목을 죽이지 않는 한 그를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당근을 줘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목은 강하다. 그는 이 독이 든 성배를 거부했다. 단 10일 동안의 시간만 달라 했다. 자신이 약속했던 진범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인 10일. 그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검찰 조직에서 나가겠다고 했다. 더는 미련도 없는 시목에게 중요한 것은 진범이다.

조금씩 진범을 향해 나아가던 시목에게 다시 위기는 찾아온다. 가영이 있던 병실이 한 기자에게 노출되었다. 급하게 가영을 옮겨야 하는데 사라졌다. 어떤 남자가 등장해 가영과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사라졌는데 그게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가영의 어머니 집에도 없는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시목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 의외의 전화를 받는다. 가영의 원룸에서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전화였다. 젊은 여자 시체라는 말에 혹시나 가영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잔인하게 사망한 이는 바로 영은수 검사였다. 그녀가 죽기 직전 시목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 원했다. 뭔가 알고 있는 그녀는 시목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매몰차게 거절한 시목은 그렇게 시체가 된 은수 앞에 서 있다.

은수는 왜 가영의 집으로 향했던 것일까? 이유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 숨겨진 비밀이 어쩌면 가영에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가영을 누가 죽인 것일까? 현장에는 UDT 출신의 윤 과장도 있었다. 그의 손에 가득한 피. 그리고 오열하는 윤 과장이 살인자일까?

윤 과장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은수는 분명 제거 대상이었다. 하지만 윤 과장이 은수를 죽였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그것보다는 이 회장의 심복인 우 실장이 벌인 짓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다른 곳도 아닌 가영의 집으로 향한 은수는 뭔가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 실장은 영 전 장관의 집에서 이 회장이 요구한 비밀을 찾으러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은수는 우산 쓴 남자의 비밀을 알아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은수 집에서 마주쳤을 가능성이 적지만 우산 쓴 남자 우 실장은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말이다. 그리고 가영이 살던 집에 단서가 될 만한 비밀이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 실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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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죽음은 큰 변화가 곧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가족을 건드리지 말라는 영 전 장관의 요구가 사라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 전 장관이 더는 비밀을 지킬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결국 이 회장을 비롯해 연루된 모든 이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은수의 전 남자친구는 끝내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되고 말았는지 모른다. 마지막 변수로 등장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등장할 근거가 너무 낮다. 이 상황에서 이윤범 회장이 두려워하는 것을 쥐고 있는 영 전 장관은 모든 패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임 활동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인물이 영 전 장관이었지만, 딸을 잃은 그에게는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더는 침묵할 수 없는 진실은 그렇게 시목과 함께 진범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윤 과장이 은수를 죽인 범인이라면 이야기는 사이코패스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은수를 죽인 범인은 결국 <비밀의 숲>이 감추고 있었던 진범과 그 이유를 드러내는 스모킹 건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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