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용의자다. 한 번의 살인 사건과 이어진 살인 미수까지 범죄는 존재하지만 진범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이 희생자들과 연관된 이들은 모두 검사와 형사이다. 수사의 주체가 되어야 할 이들이 용의자인 기묘한 상황 속에서 모두가 동기를 가진 인물들이다.

모두가 범인이다;
박무성과 김가영과 얽힌 거대한 비밀의 숲, 모두가 용의자

김가영이 박무성의 집 욕실에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모든 언론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박무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했지만 그가 검사 스폰서라는 사실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실종된 여성이 그의 집에서 죽기 직전에 발견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모든 언론은 집중하게 되었다. 누가 왜 이 상황에서 김가영을 납치하고 죽기 직전 박무성의 집에서 발견되게 만들었을까? 이는 중요하다. 이 사건을 풀어내는 이유이자 진범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범인은 분명 박무성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박무성에게 뇌물과 접대를 받은 권력 집단들이 단죄를 받기 원하고 있다. 박무성을 죽인 이유가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라 보기는 어렵다. 박무성을 죽이면 이득이 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무성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가장 좋아한 이는 서동재 검사다. 많은 뇌물과 접대를 받았던 당사자인 서동재는 누구보다 사망 사실이 반가웠다. 이창준 차장 검사 역시 박무성이 사망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의 죽음은 오히려 이 차장 검사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무성의 집에서 그와 깊숙하게 관련된 김가영이 죽기 직전에 발견되었다. 이는 언론에 묻힌 사건을 다시 공론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가영은 이 차장 검사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과 관련이 있다. 박무성이 '벨'이라 불린 가영을 이용해 로비를 해왔다. 시목이 이 차장 검사와 가영이 만나던 날 리조트 통로 CCTV 화면을 찾았다. 그곳에서 가영은 이 차장 검사 방에서 13분 만에 나왔다. 그리고 복도 끝에서 만난 이는 이 차장 검사의 친구인 용산 경찰 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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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만이 아니라 경찰 쪽에서도 이 사건을 무마시키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쪽에서는 서동재가 움직이고, 경찰 쪽에서는 김수찬이다. 두 사람은 공조를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들이 과연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서동재와 김수찬은 황시목이 범인이기를 원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 상황에서 가영과 1년 선후배 사이였던 박무성의 아들 경환이 중요 용의자로 등장했다. 박무성의 사체를 처음 본 사람은 황시목만이 아닌 피해자의 어머니도 함께였다. 시목이 아니더라도 완벽한 상황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여지는 박무성 어머니를 통해 충분했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첫 사건을 바라보도록 한다.

시목을 끌어들이기 위함이 아닌 이미 그려진 큰 그림 속에 그가 의도하지 않게 들어섰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건인 김가영 사건 역시 시목이 자체 추격을 하다 얻은 결과일 뿐이다. 충분히 예고된 상황에서 만들어진 함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시목은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다. 거대한 비밀의 숲에 초대 받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섰다. 그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미묘하게 얽히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혹스럽다. 이런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느끼는 이는 바로 이창준의 장인인 이윤범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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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과거 영은수 검사의 아버지인 영 장관을 뇌물죄로 엮어 나락으로 밀어버린 인물이다. 그 자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존재다. 그에게 사위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유용한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걸림돌이 되었던 박무성은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몰락한 박무성이 검찰을 협박하는 상황까지 오자 갑작스럽게 강도를 위장해 살해당했다. 이 상황만 보면 이 회장의 지시한 사건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박무성의 죽음을 통해 뇌물을 받은 자들을 궁지로 몰기 위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진범이라고 지목하기 어렵다.

이창준의 아내이자 이 회장의 딸인 이연재는 남편에 집착하고 있다. 김가영 사건이 터지자마자 민감하게 대처하는 그녀가 가영을 살해하라고 지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에 분노한 아내의 범죄라면 확실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판을 짜기에는 이 사건은 너무 복잡하다. 박무성 집에서 김가영이 발견되면서 모든 상황은 오히려 이창준을 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창준이 무너지면 이 회장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연재가 진범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아버지 사망으로 의가사 제대한 경환은 가영을 짝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자신의 휴대폰에 있던 사진을 보면 가까운 것이 아닌 멀리서 그녀를 찍은 사진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켜보던 경환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장면도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기 아버지를 죽일 중요한 동기 부여가 된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자를 아버지가 접대를 위한 용도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분노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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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까지 망해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황에서 경환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하고 명쾌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경환은 중요한 범인 후보가 된다. 가영에게 위해를 가한 것도 경환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치정이라면 이렇게 전시하듯 놔둘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박무성을 죽인 자가 김가영 사건마저 주도했다면 다른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두 사건에 연루되고 동기가 존재하는 인물들은 많지만, 그렇다고 두 사건을 모두 연결 지어 하나의 범인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뇌수술을 받은 시목도 용의 선상에 올라 있다. 여진이 시목의 뇌구조를 그리며 가장 크게 남은 지점에 '다른 마음'이라고 이야기한 대목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시목 스스로도 제어가 안 되는 그 무엇이 존재할 가능성은 농후하기 때문이다. 외계인을 믿는 이유가 "공간 낭비"라는 시목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인물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모두가 용의자다. 그 모두가 동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서로 상대를 밀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두가 용의자이지만 진범은 상대라고 지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창준은 검사장이 되었다. 검사들을 전부 통솔하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선 이창준. 이 사건은 그렇게 더욱 묵직함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진실을 막으려는 자와 들춰내려는 자들의 대립은 더욱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진범일까?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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