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이른바 ‘박태환 케이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MBC에 따르면 CAS는 대한체육회에 공문을 보내 "다음 달 16일 이후에도 상황 변화가 없어 박태환이 중재를 원한다면 바로 심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16일, 그러니까 6월 16일은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열리는 날로 대한체육회는 이날 박태환의 리우행이 걸린 국가대표 선발규정 개정 문제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리우 올림픽 출전을 희망하는 박태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가대표 선발규정, 즉 '도핑 관련자는 징계 만료 이후에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은 이중 처벌을 금지한 세계반도핑협약에 위배된다는 것이 CAS의 확고한 판례이며, 이 원칙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세계 각국 올림픽 위원회들이 준수하고 있는 사항이다.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묶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전 수영국가대표 박태환(27) [연합뉴스 자료사진]

따라서 CAS가 대한체육회에 전달한 입장에서 다음달 16일 이사회에서도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규정 개정에 대해 국제적 원칙과 판례에 부합하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박태환 측이 중재를 원한다면 바로 심의에 들어가 국제적 원칙과 판례 내용을 확인하는 내용의 결정을 내릴 뜻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태환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대해 CAS에 중재를 요청한 것과 관련, 대한체육회는 자체 정관 내용을 이유로 들며 이 문제가 CAS 심리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맞서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한체육회의 입장을 바라보는 CAS의 시선은 곱지 않아 보인다.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 불가 입장을 이미 내놨으면서도 박태환 케이스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 CAS 심리를 피해가려는 모습을 노출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문제의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은 올림픽 헌장 위반일 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 자체 정관 내용에도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지난 24일 SBS에 따르면 SBS는 “<올림픽 헌장> 제43조(당시에는 44조)에는 IOC에 가입된 모든 국가가 반드시 세계 반도핑 규약을 따르도록 돼 있다. 그리고 세계 반도핑 기구(WADA)는 IOC가 만든 산하 기관”이라며 “따라서 '오사카 룰'이 세계 반도핑 규약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올림픽 헌장>의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CAS의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대한체육회 정관이 반드시 올림픽 헌장을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관 제2조 3항에는 "대한체육회 정관과 올림픽 헌장이 상이한 경우, 즉 서로 다른 경우에는 올림픽 헌장이 우선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2조 5항에는 “2007년 2월 5일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세계반도핑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Against Doping in Sport)과 올림픽헌장에 따른 세계 반도핑 규약(World Anti-Doping Code)을 준수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박태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은 올림픽 헌장 위반일 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 자체 정관에도 위배된다는 것.

따라서 박태환의 국가대표 발탁을 막은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은 위법적 규정으로 CAS의 심리가 시작되면, 박태환의 승소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쯤 되면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 출전을 둘러싼 대한체육회와의 줄다리기에서 마침내 칼자루를 쥐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가 최근 박태환 측에 리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한심한 제안을 절충안이라고 내놓은 배경도 충분히 짐작 되고도 남는다.

박태환.[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체육회는 ‘도핑 무관용’이라는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밀려 국제적 원칙과 판례에 어긋나는 규정을 만들었다가 이 같은 과오가 드러날 위기에 몰리자 온갖 궤변과 꼼수를 앞세워 어떻게든 CAS 심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자가당착과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박태환이 CAS 제소를 철회하는 대신 세계선수권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대한체육회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일단락되겠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6월 16일 이사회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이사회에서 대한체육회가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면 CAS에서 정식 심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CAS의 결정으로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에게 리우행 기회를 줘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박태환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칼자루를 휘두를 것인가. 아니면 대한체육회의 체면치레를 해주는 것으로 양보할 것인가. 박태환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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