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영 국가대표2차 선발전 겸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서3관왕에 등극, 건재를 과시했다.

박태환은 27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남자 일반부 자유형 400m에서 3분44초26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당시 작성한 개인 최고 기록(3분41초53)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세계랭킹 4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박태환은 앞서 지난 25일 열린 자유형1500m 종목에서는 15분10초95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에는 13초가량 뒤졌지만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A기준 기록은 4초 차로 통과했다. 또한 지난 26일 열린 자유형200m에서는 1분46초31의 기록으로 결승 터치패드를 가장 먼저 찍었다. 올림픽 A 기준 기록(1분47초97)을 충족한 기록이며 올 시즌 아시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이렇게 대회 3관왕에 오른 박태환은 남은 자유형100m에서마저 우승을 차지한다면 자신이 출전한 4종목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27일 오후 광주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남자일반부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좋은 기록과 함께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지만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묶여 오는 8월 개막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길이 막힌 상태다.

그동안 훈련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온 박태환은 이날 자유형400m 경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리우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박태환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올림픽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며 "금메달을 따겠다는 것보다는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올림픽 출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상황에서 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것에 대해 박태환은 "훈련한 것이 아까웠고,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는 데 보답할 길이 이번 대회 출전밖에 없었다"며 "이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지면 자신 있다"고 거듭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태환의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이중징계’라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약물 등에 대한 징계 만료 이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27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영호 사무총장이 박태환 선수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에서 거둔 박태환의 성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현재 체육회는 기록은 기록이고 규정은 규정이라는 입장"이라고 박태환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이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렸더라도 박태환 측에서 희망하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조 총장은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중처벌’ 지적에 대해서는 "이중처벌 잣대 이전에 약물은 반사회적 이슈"라며 "IOC보다 3년 징계라는 국내 규정이 있다. 약물 복용은 모든 문제와 결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한체육회의 입장은 명분도 실리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수영에 대한 이른바 ‘팀킬’에 가까운 태도라 아니 할 수 없다.

현재 박태환의 국가대표 발탁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관련 규정은 국제적 원칙이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례에 저촉되는 비정상적인 규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세계 각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이중처벌 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는 도핑 문제가 반사회적 이슈라는 이유로 이중징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고, 특정 선수를 위한 규정 개정은 특혜라는 논리로 규정 개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문제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는 지적을 누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살펴볼 부분은 역시 여론인데 현재로서는 여론도 박태환에 유리한 분위기다. 이번 동아수영대회가 열린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는 박태환에게 리우 올림픽 출전기회를 부여하라는 팬들의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와 피켓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박태환에 대한 여론은 전반적으로 호의적이다.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의 도핑이 부상치료 목적이 아닌 건강관리 차원에서 시도한 시술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나, 도핑이라는 사실 자체는 고의가 아닌 과실이었다는 점이 이미 밝혀진 점, 그리고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 배제가 이중징계라는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25일 오후 광주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를 찾은 청소년 관중이 '마린보이' 박태환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문제의 규정으로 인해 피해를 본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도 잘못된 규정으로 피해를 본 만큼, 그 선수를 물적으로 또는 어떤 다른 방법으로 구제할 길을 모색한다면 형평성의 문제도 절대적인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문제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개정하는 일은 박태환에 대한 특혜가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분명 명분이 있는 작업이다.

특히 리우올림픽에 나서는 수영 대표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박태환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다면 한국 수영은 리우 올림픽에서 사실상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수영대표팀에 박태환이 가세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대표팀 내부의 사기의 차이는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국제적 원칙과 판례와도 맞지 않고, 여론 역시 박태환의 리우행을 응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박태환의 공백이 대표팀 사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면, 대한체육회는 기존 입장을 기계적으로 고수하기보다는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다시 도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 역시 박태환의 대표 자격 불가 방침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지도 말할 수는 없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때 대처하겠다"고 밝혀 대한체육회의 태도변화 가능성에 일말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조만간 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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