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재난 앞에서 의사 모연도 변했다. 그저 안정적인 상황에서 편안한 삶을 추구하던 그녀는 우르크에 지진이 나자 비행기 타는 것을 거부했다. 재난을 피해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지진이 난 곳으로 향하는 모연은 의사라는 직업의 가치를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다시 우르크로 돌아가는 시진. 그들의 운명적인 재회는 <태양의 후예>가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되겠다.

재난 속 진짜 그 사람이 보인다;
변화무쌍한 관계, 말의 힘이 보여주는 이야기의 재미, 이 드마라가 사랑받는 이유

아버지의 전역을 위해 먼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 시진은 떠나기 전 모연에게 다시 한 번 고백한다. 그날의 키스에 대해 사과를 할 것인지 아니면 고백을 할 것인지 알려 달라했다. 그런 시진에게 멋있지만 너무 위험하고 그래서 싫은데 매력적이라는 그녀는 그에게 사과를 하라고 한다. 받아주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시진을 찾지만 이미 본국으로 떠나 버린 뒤였다. 마음을 제대로 정리하기도 전에 빠르게 떠나버린 그 남자. 놓치고 싶지 않지만 부담되는 그 남자에 대한 모연의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다. 정리하기 위해 폐선이 있던 그곳을 바라보는 모연의 마음은 그래서 더 아프다.

▲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시진은 아버지 전역을 축하한 후 대영을 찾았다. 끈끈한 전우애로 연결된 둘은 언뜻 보면 연인처럼 보일 정도다. 술집에서 한 무리의 장교들과 마주한 그들은 도주를 선택한다. 악마 교관으로 유명한 대영을 노리고 있던 장교들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즐거운 도주를 하는 그들은 대단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시진의 휴가는 그렇게 당구장에서 대영과 함께하거나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기울이는 것이 전부였다. 혹은 홀로 밤낚시를 가서 대영에게 전화하는 것이 전부인 시진의 삶도 참 팍팍하다. 군인의 길을 걸으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은 좁아졌고, 그런 그에게는 전우만이 유일한 친구였으니 말이다.

우르크 지진의 전조는 일상에서 작은 변화가 일면서 시작되었다. 자연재해를 직감적으로 느낀다는 동물들의 변화는 곧 재난의 징조가 되고는 한다. 박쥐가 떼로 이동을 하고, 나비들까지 놀라 이동하는 상황에서 지축은 흔들리고 모든 것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헬기로 이동하던 모연은 지축이 흔들리고 아름다웠던 오르크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우르크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에서 모연은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 모연이 원한 것은 지진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곳에 있는 동료를 두고 자신들만 귀국할 수 없다는 고집에 그들은 다시 부대로 돌아갔다.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사이 태양열 발전소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그곳으로 향한 의료진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규모의 태양열 발전소를 보며 즐거워했던 전날과 달리, 그곳은 이미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곳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재난 지역에서 그들은 빛났다. 사람을 살리는 고귀한 직업을 가진 의사들. 그들 역시 돈의 노예로 전락하여 사람 살리는 행위를 돈벌이로만 생각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선서문을 외우며 의사라는 직업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지옥도를 보는 듯한 현장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치료하며 그들은 의사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왜 자신들이 의사가 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각성은 극한 상황이 되어 드러나는 가치이기도 하다. 모연이 재난 지역에서 환자들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 시진 역시 급하게 우르크로 향했다.

▲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재난 지역의 의사들을 구하기 위해 떠난 시진과 대영. 태양열 발전소 현장에 헬기에서 내려선 시진과 그런 그를 바라보는 모연. 이미 모연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시진과 모연의 이런 감정은 대영과 명주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3성 장군이 아버지에 의해 막혀버린 사랑. 그럼에도 더욱 강렬해지는 사랑의 감정 속에서 명령이나 다치지 말라는 명주와 그런 그녀에게 경례를 붙이는 대영. 그들의 관계는 그랬다.

귀국 비행기를 버리고 돌아와 재난 지역을 누비고 다니던 모연은 발이 엉망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작업화를 건넨 부상당한 노동자. 그 노동자가 준 작업화의 끈이 풀려 묶으려던 모연에게 다가선 시진은 대신 그 끈을 묶어준다. 얼굴을 보지 않고 떠난 걸 후회했다며 다치지 말라는 시진, 그런 그를 바라보는 모연. 그리고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멀어지는 두 남녀의 모습은 철저하게 감동스럽게 묘사되었다.

<태양의 후예>가 이토록 뜨겁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대사의 힘이 오글거림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흐름으로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일반인들이 쓰기에는 너무 당황스러운 대사들이지만 드라마 속 그들이라면 당연해 보인다. 내가 아닌 그들을 대입해 보면 참 어울리는 그 대사들은 곧 드라마의 힘이기도 하다.

▲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반복되는 관계의 흐름 속에서 규칙적인 패턴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알면서도 흥미롭게 바라보도록 하는 작가의 힘은 그래서 특별하다. 주인공들을 최고로 만드는 힘 역시 대단하다. 시청자들이 한없이 그 마력에 빠져 환상을 경험하도록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거리두기보다는 작가와 감독이 만든 환상 속으로 들어와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로 <태양의 후예>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송중기와 송혜교, 진구와 김지원으로 이어지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능력 역시도 흥미롭다. 기계적인 균형은 아니지만 절묘한 계산에 의해 구성된 이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이 한눈을 팔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두 커플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랑을 이어가는 것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비교하며 즐길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군인과 의사라는, 너무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선 직업을 가진 이들의 사랑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극적인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직업은 그래서 드라마틱하다. 이런 직업 선택마저도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다가온다.

극한 상황에서 서로의 본질을 파악하게 된 그들. 이제는 다른 이유 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그들의 모습은 흥미롭다. 군인과 의사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비슷하다. 재난 지역에서 만난 그들은 서로 다른 임무를 수행하지만 그 공통적인 목적을 위해 하나가 된다. 그런 점에서 우르크 지진은 중반 이후 이어질 잔인한 이야기를 위한 서막이자 강렬한 사랑을 예고하는 재앙이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