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대사가 몰입도를 높였다. 오글거림이 걱정이기는 하지만 보다보면 익숙해지는 마력이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군인과 의사의 사랑이라는 설정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4인2색의 러브스토리는 김은숙의 장기처럼 매끄럽게 이어졌다.

송송커플 첫 만남부터 터졌다;
김은숙 특유의 대사와 빠른 전개, 송중기와 송혜교 선택은 옳았다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급박한 상황, 이를 조용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절실하다. 자칫 잘못해 국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최고의 요원이 필요했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특전사 알파팀이었다. 알파팀을 이끄는 팀장 유시진(송중기)와 부팀장 서대영(진구)이 그곳으로 투입되었다.

국군 병사가 잡혀 있는 낡은 오두막 같은 곳에 둘이 들어서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다. 누구라도 총을 먼저 쏘면 도발이 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들은 단도를 가지고 조용하지만 강렬한 전투를 치르기 시작한다. 좁고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강렬한 액션을 통해 유시진과 서대영이 어떤 인물인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쉽게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 않는, 냉철하면서도 휴머니즘을 가진 이 남자가 바로 유시진이다. 알파팀으로 인해 상황은 종료되었고 둘은 함께 휴가를 나가게 되었다. 두 남자가 휴가를 나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연인들이나 다닐 법한 사격장에서 어설프게 전문가를 모방하며 훈수를 두는 주인의 행동이 우습기만 한 그들은 무료함을 채워줄 사건에 뛰어든다.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는 도둑을 장난감 총으로 제압해 병원으로 보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마치 운명처럼 연결되며 인연의 끈이 된다.

뜬금없이 등장한 도둑과 이를 잡아 병원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대영은 휴대폰을 분실한다. 휴대폰을 찾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둘은 질 나쁜 양아치 정도로 취급받는다. 강모연(송혜교)은 '빅보스'라는 닉네임을 보고 확신한다.

도둑이 훔친 휴대폰은 병원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만들었다. 모연을 보는 순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시진. 대영의 휴대폰을 도둑의 것으로 오인한 간호사는 군의관인 윤명주(김지원)를 병원으로 오도록 이끈다. 그 휴대폰의 주인과 명주의 사이를 알 길 없는 간호사는 그저 도둑의 지인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

▶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의도하지 운명은 그렇게 네 남녀를 한 공간으로 모았고, 그들은 서로의 인연에 당황하거나 반가워했다. 장교인 명주는 알파팀 부팀장인 대영을 사랑한다. 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하는 그가 답답하다. 대영으로서는 3성 장군의 딸이자 상사인 명주를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군 엘리트 출신인 명주와 달리 검정고시를 통해 차근차근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선 그는 극과 극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3성 장군인 아버지 윤중장(강신일)이 특전사사령부 사령관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딸을 대영에게 줄 수 없다는 그는 그렇게 그와 명주를 만날 수 없도록 했다.

첫눈에 반한 시진과 오해가 풀리며 그가 보이기 시작한 모연.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처음 만나 몇 초 만에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상할 것도 없다. 상대가 선남선녀라면 더욱 거부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첫눈에 서로 반했다면 이질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사랑이란 그렇게 불이 붙듯 갑작스럽게 타오르는 것이니 말이다.

▶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바쁜 의사와 빡센 군인의 첫 데이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의해 무산되었다. 급하게 부대로 돌아가는 시진과 그런 그를 옥상에서 마주한 모연. 시진을 데리러 온 헬기가 가까워지며 그는 모연에게 다시 데이트 신청을 한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훗날을 기약하게 된다.

첫 회 이야기는 빠르고 흥미롭게 이어졌다. 어차피 <태양의 후예>가 담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이다. 그런 점에서 길게 늘어트려 어설픈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 만나고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처하며 '사랑'이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선택은 옳았다.

<신사의 품격>에서 김하늘이 장동건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붉을 실을 이용했다. 붉은 실이 인연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장면이었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그 매개체를 휴대폰으로 삼았다. 전설처럼 이야기되는 붉은 실보다는 현실에서 가장 효과적인 사랑 매개체로 사용되는 휴대폰으로 변주했던 것도 재미있었다.

▶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는 사랑이야기다. 사랑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에 따라 환경이 달라진다. 군인과 의사라는 직업이 어떤 교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그들이 해외 파견 현장에서 함께하면서 풀어진다. 전장에서 만나 위기를 극복하며 만들어지는 사랑이란 더욱 극적이고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송중기와 송혜교 카드는 옳았다. 첫 회 방송에서 특전사와 관련된 세부적인 묘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너무나 한가한 의사와 장교의 사랑이야기는 뜬금없이 다가왔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송중기와 송혜교라면 모든 것이 가능할 듯도 하다. 이들의 사랑과 다른 진구와 김지원의 사랑 이야기도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각관계보다는 서로 다른 커플을 통해 '사랑'이라는 가치를 그려내겠다는 선택도 좋아 보인다. 어설픈 감정 소비보다는 둘의 사랑에 보다 값진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옳은 것이니 말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고비를 어떻게 넘기며 사랑을 완성해갈지 <태양의 후예>는 그들이 가진 직업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비록 첫 회 오글거리거나 당혹스러움을 경험했을지 모르지만 김은숙 작가 특유의 필력이 주는 재미는 분명히 존재했다. 다시 한 번 김은숙 마법은 시작되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