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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4일차 티브로드 기사 “아내가 이기면 돌아오라 했다”[스케치] 파출소가서 씻는 노동자들 “회사, 현장 전혀 모른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7.04 09:19

티브로드의 케이블TV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고치는 기사들이 나흘째 서울 한복판에서 노숙하고 있다. 4일 오전 6시 <미디어스>가 찾은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 농성장에는 “허리가 뻐근해” 알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난 노동자들이 여럿 있었다. 몇몇은 수건을 뒷주머니에 차고 100미터 정도 떨어진 민주노총과 파출소로 향했다. 자판기 커피를 뽑는 노동자도 있었다. 한 노동자의 가족은 속옷과 옷가지를 가져왔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나흘째인 4일 오전 6시께 몇몇 노동자들은 잠에서 깨 스마트폰으로 하루 일정을 확인했다. (사진=미디어스)

기자는 자판기 앞에서 연신 담배를 태우던 경인센터 소속 노동자 A씨에게 가족들의 반응을 물었다. 그는 “아내가 이길 때까지 싸우고, 이기면 돌아오라고 했다”며 웃었다. 그는 “현장을 전혀 모르는 회사가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교섭에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겠다고 했다는데 정말 그렇게 한 번 해보고 싶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면 가입자는 다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 몇 년 동안 한푼도 오르지 않았다”면서도 “월급은 안 올라도 되니 적정하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콜센터가 하청업체로 업무를 지시하는 다단계하도급 구조에서는 ‘적정노동’이 어렵다는 데 있다. 옆에 있던 동료 B씨는 “(회사가) 아침에 16~18건을 꽂는데 점심식사 시간 직전, 토요일 밤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결합상품을 꽂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B씨는 “점심시간 직전에 일을 꽂으면 ‘오늘도 밥을 못 먹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난다”며 “간혹 고객들이 ‘안 먹었으면 같이 들자’고 하면 시간이 없어 ‘먹었다’고 하지만 일하던 중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정말 비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이 많아 고객에게 상품을 자세히 설명할 시간도 없는데 결국 고객만 손해를 본다”며 “사정이 이래도 무작정 일을 꽂는 게 티브로드”라고 말했다.

콜센터는 현장을 모르고, 하도급업체인 센터는 실적에 따라 상생지원금을 받는 까닭에 기사들의 퇴근만 늦어진다. A씨는 “케이블노동자는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제조업 같이 1분에 물건 몇 개 찍어내는 일을 하는 게 아니다”며 “지붕에 올라가거나 결합상품을 설치할 때 한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여기에 고객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설명도 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얘기한다”고 말했다.

   
▲ 흥국생명 빌딩 유리창으로 비친 농성장 모습. (사진=미디어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시우)는 지난 5월 교섭이 최종 결렬되면서 파업권을 얻었다. 센터 13곳은 지난달 17일 동시다발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노동조합은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 협력사협의회는 교섭을 재개하자고 했지만 내놓은 안은 전과 똑같은 임금 동결과 노조활동 축소였다. 지난해보다 후퇴한 안이다. 협력사협의회는 오히려 노조에 백기투항 각서를 요구했다.

원청 티브로드는 협력사 문제라며 개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생지원금을 단가와 수수료에 포함시켜 하도급업체를 포섭했고, 역할이 제한적이던 유통점을 급격하게 늘려 업무 공백을 막고 있다. 노조 파업 이후에는 일당 25만 원의 대체인력까지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노동조합은 지난 1일 원청 티브로드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노동당 등 진보정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참여연대도 힘을 보탰다.

한 협력사 사장은 “두 달만 월급 안 주면 노조 무너진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기사들의 표정은 밝다. 일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는 노동자도 여럿이다. 노숙 4일차, 티브로드 기사들의 기상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광화문 농성장에서 집회를 열고, 그 사이 선전전을 한다. 파업 장기화 준비도 끝냈다고 한다. 이제 농성장에 필요한 건 치약과 칫솔, 그리고 밥 한끼의 응원이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4일차 오전 6시께 한 노동자가 티브로드 유니폼을 입고 자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4일차 오전 6시께 농성장 모습. (사진=미디어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4일차 오전 6시께 농성장 모습. (사진=미디어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4일차 오전 6시께 농성장 모습. (사진=미디어스)
   
▲ 농성장 앞에 걸린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각 지역분회 깃발들.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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